▲현병철 교수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취임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취임식이 예정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현 위원장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법학교수라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인선과정의 문제점과 자신의 인권에 대한 무지를 유감없이 드러내줬다.
먼저 인선과정을 살펴보자. "청와대에서는 '수락하겠느냐'고만 물었다"한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 또는 인권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인사권자는 "이 자리 할래?"라고만 물은 것이고 위원장은 "뭔지 모르지만 할게"라고 답한 것이다.
멀리 볼 것 없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5조) 중에서 위원(장)을 임명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런 '속사포식' '묻지마식' 인선과정에 과연 이런 자격에 대한 검증이 있었을까.
현 위원장은 인권현장은 모르지만 자신이 인권에 대해 안다고 강변하려 했다. "법학자니까 인권에 대해서 모른다면 우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이 인권 운동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법학을 30년 동안 공부하면서, 인권을 도외시하고 공부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 있었느냐,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이라고 했다.
나를 비롯해 현 위원장이 인권운동가라 부를 것이라 예상되는 사람들은 인권이 우리의 전유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인권은 역사적으로나 지금이나 핍박당하고 있는 이들의 것이지, 소위 운동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권운동가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작은 연대요, 대변에 불과하다는 걸 늘 부끄럽게 여긴다. 또 인권 존중 의무는 누구에게나 있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인권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 소중함을 실현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묻는 '경험'은 이런 '일반'적인 경험이 아니고 현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인권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다. 참고하시라고 나와 동료활동가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를 얘기할까 한다.
인권운동에 필요한 건 '지식'과 '옹호'가 아니다정부에서 이런 저런 정책과 입법취지를 발표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한 소위 인권영향평가를 한다. 반대해야 할 일에는 공청회다 집회다 기자회견이다 해서 뛰어다니고, 만들어야 할 일에는 법안 마련부터 시작해서 인권교육과 캠페인, 국회로비 등의 일을 한다. 철거민,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과 관련한 급박한 인권침해 사건이 벌어지면 현장에 달려가 진상조사 활동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현행법에 따라 벌금도 꿰차고 경찰 수배자도 된다. 어느 날엔 정부 청사 밖에서 데모하다가 어느 날엔 민간전문위원으로 청사에 들어가 공무원들과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하기도 한다.
공무원, 군인, 사회복지종사자 등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인권이론연구도 한다. 아동권리협약,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인권조약과 관련해 유엔에 대표를 파견하고 한국정부의 국제인권활동을 감시한다. 버마의 난민아동을 지원하거나 팔레스타인 고립장벽 건설 반대 등 국제연대활동도 한다.
아, 그리고 틈틈이 생계활동도 해야 한다. 내가 92년부터 인권활동을 시작했는데 2006년까지 활동비라고 받은 것은 월 35만원이었다. 그 후부터는 그나마 무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생계비는 주말마다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채워야 생활이 가능하다. 나만 아니라 다른 활동가들도 대개 50~70만원 정도의 활동비로 버티거나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인권활동을 해나간다.
나와 동료들은 이런 활동을 하는 동안 현 위원장의 얼굴 한 번 못 봤고 또는 학자로서 인권을 옹호하는 글 한편 쓴 것을 못 봤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현 위원장의 인권활동은 무엇이었나? '일반적'인 인권지식 내지 인권옹호 자세 말고 '구체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정한 자격요건에 준하는 경험을 내놓길 바란다.
현 위원장은 또 인터뷰에서 "인권위원장은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우리의 답은 "그렇다"이다. 당신은 '무엇이 인권 전문성이냐'고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꼽고 싶은 능력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권과 권력기관들의 인권침해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저항의지야말로 인권을 다루는 기관의 장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다.
인권은 의도적으로 무권리자 편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