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시작하기 in 한국 vs. 영국

등록 2009.07.21 11:40수정 2009.07.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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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새사업을 이끌어나가며 경험한 일들을 같이 나눠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신흥 회사들의 특별한 어려움들을 집어내기 위해 유럽과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의 비교를 하려 합니다. 이 주제는 또한 일상의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말>

27살, 비교적 어린 나이지만, 나는 이미 외국과 한국에 각각 하나씩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 글이 내 경험에 입각한 것이란 걸 설명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이미 회사를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한국과 유럽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학교에서 사업을 공부할 때 많은 친구들은 미래에 세울 회사를 구상하기 바빴다. 다들 각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내 주변 사람들 모두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향후 몇 년간의 현금 흐름을 예측하면서 사업계획을 쓰기 시작했다. 그 중 몇몇은 이미 졸업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에 연세대에 MBA 학생으로 있을 때, 50명의 클래스메이트 중에 3명만이 졸업 후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했고, 나머지는 크고 "안전한"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했다. 그 3명은 두 명의 교포 친구와 나... 모두 "외국인"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뜻을 가진 한국 젊은이들은 적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유럽에 비한다면). 한 가지 이유는 한국인들이 보통 리스크를 피하고 미래를 구상할 때 약간 보수적인 면도 있어서(이 얘긴 다음에 다루려 한다)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커다란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유럽에 비하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가 너무,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 그리고 종종 성가셔지기도 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 음, 제일 빠른 대답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두 개의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하나는 영국에, 하나는 한국에. 둘 다 정확하게 똑같은 방법으로 구성된 회사이다. 영국에서는 2시간이 걸렸고 그 뒤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것 하나에 2달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당연히 비용에도 커다란 차이가 났다.

그럼 한국에서의 "특별한 난관"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거쳐야 할 관료 절차들이 끝내주게 많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정부 기관을 방문한 후엔, 은행의 여러 부서들, 그 다음엔 또 정부기관 등등 - 끝나지를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절차들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복잡하다. 여기 아주 간단한 예를 들겠다.


유럽에서는 40페이지 분량 계약서 카피본 두 부(계약자 쌍방을 위해)를 비준할 때 펜 하나와 두 개의 사인이면 끝난다. 한국에서는, 똑같은 일로 쌍방의 도장에 립스틱빛 인주(제일 좋은 흰 셔츠를 찾아 입고 나가면 꼭 그 위에 보기좋게 묻어버리는)를 묻혀 매 장마다 이전 페이지 위로 겹쳐서 그 위에 일일이 도장을 찍고, 다음엔 두 개의 계약서를 맞대고 그 가운데에 또 도장을 찍었다 - 물론 양측 도장을 페이지마다 다... 이게 정말로 필요한 일인지?

당연히 이것은 큰 일도 아니고 어느 정도 재미로 한 얘기에 불과하지만, 또한 이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안전장치 환상"의 좋은 예이다. 한국 정부기관이나 은행 홈페이지에 가면, 그 모두가 다 다른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요구한다. 사이버 범죄는 어떻든지 늘어만 가는데, 이것이 환상이 아니면 무엇일까?


또한 한국 정부 기관에선 무엇을 하든 내가 "겁나는 얘기"라고 부르는 말들을 넘쳐나게 들을 수 있다. 그들은 과장된 얘기와 법률 용어를 사랑하는데 거기엔 딱 한 가지 목적밖에 없다. 그 분야에서 경험이 적거나 덜 배운 사람들을 겁주고 혼란시켜 사업 하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게 만드는 것.

게다가 명확한 룰이나 규정은 아예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다. 존재한다면, 최소한 일반 대중에게 투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거나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

영국회사의 서울지부를 등록하기 전에 나는 사업 컨설턴트를 만나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그리고 로펌이 필요할지 등을 체크했다. 대답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으면 국세청에서 납세번호를 내주는 걸 내켜하지 않을 거예요". 뭐라? 정부에 제출할 문서는 네 개 정도였고 모두가 규격화된 형식이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이라도 변호사가 제출하면 승인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어쨌든, 투명성 부족과 지나친 복잡함 때문에 한국을 "에이전시 나라"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법률, 사업, 혹은 정부에 관련된 일이면 보통 사람들은 에이전트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에이전트들은 한국의 법률들이 굉장히 "유연한" 이유로 당국에 "로비"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예로 나는 수입 식품 포장 뒷면의 성분함량 스티커 규정이 정확히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때문에 골치를 썩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보니 회사마다 그 규정에 꽤 차이가 있었다. 결국 그래서 제품을 들여오기 위해 우리는 "식품 수입 에이전트"(그렇다, 그런 직업도 있다)를 고용해야 했는데, 그때 우리 제품의 스티커는 이미 통관절차를 패스한 큰 미국회사와 일본회사의 한국 수입제품과 똑같았다.

이번 글에선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시작하며 겪은 몇 가지 기본적인 얘기만을 다뤘지만, 이것으로도 왜 보통 한국의 젊은 사업가들이 사업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지는 부분적으로라도 충분히 설명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일정 기간 동안 큰 회사들 주도로 돌아갈 수 있지만, 길게 본다면 신선한 아이디어와 거품 없이 좀더 민첩한 구조를 지닌 신흥 기업들의 건설적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한국 #유럽 #사업 #대기업 #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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