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날치기 처리하면 정권 퇴진운동"

[현장] 언론노조 3차 총파업 결의대회'

등록 2009.07.21 19:07수정 2009.07.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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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미디어법 개정 반대 3차 총파업 대회'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미디어법 개정 반대 3차 총파업 대회'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노종면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오늘 몇 명이나 모일지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 곳에 모인 동지들을 보니 다시 고개가 숙여진다"고 했다.

 

21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언론악법 폐기! 직권상정 반대! 언론노조 3차 총파업 대회'에 모인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 조합원 수는 주최측 추산 3000여 명.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총파업 당시의 대오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MBC 본부, SBS 본부, YTN 지부, EBS 지부는 물론 지역 MBC, 지역방송, 지역신문 지부들의 깃발 수십개가 나부꼈다.

 

최상재 위원장 "언론악법은 조중동 살리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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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언론노조가 나눠준 노란색 햇볕가리개와 함께 YTN 지부 조합원의 검은색 모자, EBS 지부 조합원들은 빨간색 모자가 눈에 띄었다. 대열 맨 앞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등이 앉았고 그 뒤로 이어진 행렬은 산업은행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맨 먼저 무대에 섰다. 최 위원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을 두고 지난 1년 동안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모두 허위 왜곡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법이 결코 여론 다양성을 위한 법이 아닌 '조중동 살리기' 법이라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접 고백했다"면서 "이제 이 거짓말을 끝장내야 하며 우리가 승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투쟁" 구호에 자리에 모인 3000여 언론 노동자들이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여론 다양성은 포기할 수 없는 원칙"... "타협은 없다"

 

삭발식을 거행한 뒤 무대에 오른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의 말할 권리, 볼 권리, 들을 권리를 빼앗아가는 언론악법을 한나라당이 쪽수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배지 내던지고 나와라. 한나라당과 타협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야 4당을 대표해 나온 국회의원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여론 다양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에 보수 아닌 언론, 보수 아닌 자본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에 방송 넘기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발행부수조차 공개하지 않는 신문사, 1인 사주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신문사에 어떻게 방송을 장악하게 할 수 있나."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민주당 의원들 씩씩하다. MB악법 저지 위해 모든 것 걸고 사력을 다해, 목숨을 다해 싸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검찰 경찰을 내세운 치안독재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짓밟으려 하고 있다. 미디어악법이 통과되면 이 나라 방송은 조중동, 재벌, 한나라당의 나팔수가 될 것이다. 용납할 수 없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

 

"오늘 저녁부터 혼란스런 얘기 들릴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야당 요구하는 거 다 들어줬는데도 반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게 경고한다. 한나라당 앞세워 미디어법 강행 통과 시키는것은 정권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언론노조 총파업의 배후가 누구냐? 이명박 대통령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배후가 누구냐. 조중동 아니냐. 알 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모래가 가라앉아 맑고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 보인다. 언론악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도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직권상정 날치기 처리하면 정권 퇴진운동"

[인터뷰]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 지난해 12월, 지난 2월에 이은 세 번째 총파업인데?

"직권상정과 날치기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1, 2차보다 빡세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언론악법의 문제점을 알려서 이제 국민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 범국민적 싸움으로 이끌 것이다. 이번에 언론악법을 반드시 끝장낼 것이다."

 

- 국회에서는 계속 협상중이다. 한나라당이 2012년까지 소유 경영을 모두 금지하는 등의 수정안을 내놨는데?

"원래 그들의 목표는 종편과 보도전문 채널이었다. 지상파는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에도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희태 대표가 지상파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마치 큰 양보를 한 것처럼 얘끼하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지금 KBS1TV와 MBC가 14%,15%정도 된다. 그런데 30%넘으면 사후규제한다? 현실성 없다. 코가 넓은 그물일 뿐이다. 한나라당의 위장전술이다."

 

- 그럼 언론노조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은?

"지금 저 악법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여론을 수렴해 원칙을 세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것이 언론노조의 기본 입장이다. 지금으론 불가능하다. 직권상정을 추진하는 세력과 그를 저지하려는 세력과의 한 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면 큰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원칙을 훼손하고, 지분 놓고 타협한다면 집권 가능성도 다 막는 것이다. 보다 강력히 저항하실 것을 요청드린다."

 

- KBS가 내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연대 파업이 이뤄지는 것인데?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KBS도 많은 피해를 받는다. 공영방송 체계가 흐트러지고 상업 방송 위주로 갈 것이다. 정권의 목표가 그것이다.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 KBS 조합원들도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

 

- 직권 상정이 현실화하면 어떻게 행동할것인가?

"사회적 합의가 충분해야 할 언론관계법을 직권상정 날치기처리 한다면 그건 독재정권이다. 독재정권은 퇴진운동을 맞설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쌍용차, 용산참사 등 모든 사회 문제들이 날치기와 동시에 불붙을 것이다. 언론노조가 이를 분출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언론악법, 국민에게 묻고 여야 합의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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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요구하며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요구하며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노 대표는 이어 "미디어법은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랑 관계없다"고 한 김형오 의장의 발언을 이렇게 반박했다.

 

"김형오 의장이 미디어법이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랑 관계없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 정부의 4대강 살리기를 지지엄호하고 있는 곳이 어딘가? 용산 참사 외면하고, 쌍용차 공권력으로 짓밟으라는 언론이 어딘가? 조중동이다.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국민들 먹고 사는 데 관계있는 법이다. 타협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평도, 일 센티도 내줘서는 안된다.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 보도채널 한 치도 조중동에게 내놓아선 안된다."

 

김영호 미디어행동 대표와 정동익 동아투위위원장도 나란히 무대에 올라 언론노조의 '끝장투쟁'을 격려했다.

 

언론노조 지본부장들이 모두 무대에 오른 가운데 정영홍 EBS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날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말을 남겼다.

 

"이 시점에 내가 존경하는 세종대왕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당시 '공법'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게 찬반양론이 심각했다. 세종대왕이 말했다. '공법을 시행하자는 사람도, 하지 말자는 사람들도 모두 백성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럼 백성들에게 직접 물어보자'. 그때는 인터넷도 안 됐을 때다. 그래서 1444년, 17만 명의 백성에게 물었다. 결과가 나왔다. 찬성이 9만8657명, 반대가 7만명이었다. 560년 전이다. 세종대왕이 말씀하셨다. '민은 나라의 근본이요. 하늘이다' 우리는 560년 전 왕족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던 세종대왕의 후손들이다. 언론악법 국민들에게 묻고,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

 

노종면 YTN 지부장은 "이 싸움을 이길 두 가지 조건이 있다"면서 "그것은 내일 KBS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이 자리에 나오고, 민주당 의원들이 배지를 집어던지고 이 자리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언론악법'이라고 쓰인 얼음을 해머로 깨부수고 국회의사당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으로 오늘 결의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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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각 단위 지부장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요구하며 '언론악법직권상정'라고 적힌 얼음을 깨뜨리는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각 단위 지부장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요구하며 '언론악법직권상정'라고 적힌 얼음을 깨뜨리는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출정선언문] 언론악법 폐기와 언론 자유를 위해 총진군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를 분쇄하고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을 폐기하기 위한 마지막 총진군을 선포한다. 국민들은 우리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언론 독립과 자유 쟁취 및 민주주의 수호를 준엄하게 명령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정권, 재벌 및 수구족벌 언론의 사악한 삼각 동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영구히 지속하기 위해 고안해 낸 흉악한 무기다. 저들은 이 무기로 소수 특권층만을 옹호하며 수많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안길 것이다.

 

지난 두 차례 총파업에 이은 세 번째 우리의 투쟁은 1년여 지속되어온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승리로 마감하는 끝장 투쟁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최후의 일인까지 몸을 내던지는 전면 투쟁이 될 것이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 각오로 언론악법을 반드시 폐기시키고 벼랑 끝에 내몰린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성전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투쟁은 정권의 폭압에 신음해온 우리 국민들이 함께 승리의 감격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며, 모든 민주 시민들과 함께 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언론노조는 언론장악 음모를 산업 활성화와 여론독과점 해소라는 거짓 명분으로 위장한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을 반드시 분쇄하고, 부당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함께 사는 사회의 대안을 제시하는 참된 언론을 국민의 품에 안길 것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우리는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을 기필코 폐기한다.

-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반드시 분쇄한다.

- 우리는 언론악법이 직권 상정되는 즉시 정권퇴진 투쟁에 돌입한다.

- 우리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 민주주의를 사수한다.

 

2009년 7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10기 대학생 인턴 기자인 서유진, 성스런 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2009.07.21 19:0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10기 대학생 인턴 기자인 서유진, 성스런 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언론노조 #미디어관랸법 #직권상정 #언론악법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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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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