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장애인 체감 실업률 131.4%, 할 말 잊다

살인적인 실업난, 살인적인 착취가 바로 장애인 노동의 현 주소

등록 2009.07.22 17:19수정 2009.07.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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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문제를 내볼까 한다. 주부의 가사노동은 취업일까? 만약, 남편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노동력 재생산 차원에서 경제활동으로 볼 수는 있으나 가사 노동을 취업이라 할 순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무급으로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면 취업일까? 통계청에선 취업으로 본다. 가사노동이나 가족노동이나 무급이고, 실업자이긴 매한가지이지만 전자는 실업이고 후자는 취업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상하다보니 나온 말이 '불완전 취업'이다. 실업자의 수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 창안된 희한한 도깨비 방망이인 셈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2008년 장애인 고용조사를 하면서 이 방망이를 제대로 사용했다.

조사해서 나타난 취업자 고용률이 40.9%라고 밝혔는데, 취업자 중 40.3%가 비임금 노동자다. 이들 중 67.7%는 자영업자이고, 9.8%는 고용주였다. 그리고 22.5%에 달한 6만8692명이 실제론 실업자인 무급 노동자였다.

이 정도면 그저 통계상의 장난이라고 볼 수 있다. 고용주가 장애인 고용률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희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업자를 고용되었다고 집계했으니 웃을 수조차 없다.

장애인의 체감 실업률 알아보니...

장애인 실업률을 10.7%라고 집계한 것 또한 큰 문제다. 생산가능 인구 130여만 명 중에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를 구분했는데, 경제활동인구에서만 실업자 수를 산출했다.


공단 측이 밝힌 경제활동인구란 실업자와 취업자인데, 비경제활동인구에도 30%가 취업의사를 밝혔고, 취업 의사가 없는 장애인 역시 취업 문턱이 너무 높아서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실망 실업자라고 한다.

따라서 체감 실업률을 확실히 알기 위해선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를 더하고, 비임금 노동자 가운데 무급가족종사자를 덧붙여 임금 노동자 중에서도 월급이 20만 원 미만에 불과한 보호 작업장 노동자 및 임시 노동자, 일용 노동자 모두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단 자료만으로는 보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를 알 수가 없어, 임시 노동자와 일용 노동자만 포함시킬 경우 체감 실업률은 무려 131.4%로 나타났다. 체감 실업자가 97만373명으로서 경제 활동인구로 집계된 73만8111명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기현상이다.

살인적인 실업난, 살인적인 착취

중요한 건 장애인이 체감하는 실업률이 공단이 계산한 10.7%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에 공단의 고용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통계란 건 한계가 있다. 현실을 반영하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3배나 차이가 나는 실업률이 현실을 반영하진 않는다. 

이 관계자는 실태조사에서 고용주를 취업자로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묻자 "담당자가 출장을 가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며, "실태조사는 통계청 조사방법을 따랐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가족노동종사자도 취업자에 포함시키고 있긴 하지만, 자영업자와 고용주를 취업자로 넣고 있지는 않다. 또 가족노동종사자를 취업자로 간주하는 통계방식에 전문가들은 체감 실업률을 알 수 없다며 미국처럼 체감 실업률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어쨌든, 공단의 실태조사는 장애인 실업이 얼마나 살인적인지 빙산의 일각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실업률을 낮추려고 했지만 그 낮춘 실업률마저 10%가 넘고, 취업한 장애인마저 월 급여가 3만 원에서 20만 원 미만인 보호 작업장의 노동자가 상당수 있어 취업의 의미마저 무색하기 때문이다. 착취는 착취대로 당하고, 임금은 용돈 수준이니 취업이라 보기도 어렵다.

중요한 건 장애인 고용 실태조사가 공단의 존립 근거라는 점이다. 매년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장애인 고용촉진 활동을 펼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체감 실업률이 131.4%에 달한다는 게 밝혀지면, 공단의 활동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 빼고 포 빼서 실업자 줄이고,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 취업자를 늘리는 것.

대책이 있을까.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이 장애인 실업의 늪을 되짚어보니 한숨만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 장애인 신문 와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터넷 장애인 신문 와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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