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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면 고민입니다. 선물 때문입니다. '무엇으로 하지?'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올해에는 색다른 걸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에 미역 있는가?"
"있어요. 왜요?"
"아니, 그냥."
어제는 올해로 결혼 후 12번째 맞는 생일이었습니다.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게 미역국 끓이기였습니다.
텁텁하고 맛이 영 아닌 낙제점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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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한 참치와 미역. ⓒ 임현철
▲ 준비한 참치와 미역.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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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을 꺼내 물에 불렸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미역이 사르르 풀렸습니다. 칼로 적당히 자른 다음, 프라이팬에 참기름과 함께 넣어 약간 볶았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주방으로 나왔습니다.
"미역국 끓이려고요. 미역국에 넣을 게 없는데…. 요즘엔 미역이 좋아 프라이팬에 안 볶아도 되요."
헐! 그렇다고 이왕 볶던 손길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아차, 미역국에 넣을 걸 잊었습니다. 이걸 대신해 아내는 참치 캔을 꺼내 기름기를 쫙 빼고 있었습니다.
대충대충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자글자글 끓자 미역국 간을 보았습니다. 맛요? 텁텁하고, 영 아니었습니다. 에이~, 실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지요. 주부들의 놀라운(?) 실력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외면하던 아빠표 미역국에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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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미역국 ⓒ 임현철
▲ 완성된 미역국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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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일어나. 엄마 생일 축하해야지."
아내는 그 틈에 "아이들 먹을 게 마땅찮다"며 양파, 버섯, 고추, 당근, 호박 등 야채와 햄을 썰었습니다. 그것을 볶았습니다.
그리고 생일 축가를 불렀습니다. 아내는 미역국에 후루룩. 아이들은 "미역국이 맛이 없다"며 외면하더군요. 그 실망감이란 느껴 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아내 생일 날 아침, 난생 처음 끓여 본 미역국은 완전 낙제점이었습니다. 느낀 게 있었습니다. 아무리 맛이 없더라도 먹는 척, 혹은 '맛있다는 인사치레 정도는 해야겠구나'하는 것이었지요.
결혼 12년 만에 끓여 본 미역국 왜 그리 맛이 없었을까?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7.23 10:2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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