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수많은 강태공들에게 꿈과 절망을 안겨주는 곳이다.
박병춘
[낚시터에서 생긴 일①] '명당' 생각만 하다가 그만... 헉!① 초봄 산란기 명당 포인트(고기가 잘 잡히는 곳)를 선점하려면 누구보다 서둘러 낚시터에 가야 한다. 일요일 새벽 정신 없이 집을 나섰다. 설레는 마음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 흐뭇하게 주차를 했다. 그리곤 잽싸게 트렁크를 연다. 그런데! 아뿔싸! 낚시 가방이 없다! 지난 주에 낚싯대 정비를 한답시고 아파트 베란다에 곱게 모셔 둔 기억이 난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 풀려 돌아오는 기분이란!
② 낚시를 하면서 대부분 방생을 한다. 그런데 가끔씩 붕어를 좋아하는 분들이 고기를 잡으면 연락을 해 달라고 한다. 하루는 밤 낚시가 잘 되어 제법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았다. 어망에 담아 놓고 선배 한 분에게 전화를 했고 선배 부부는 한달음에 밤길을 달려 붕어를 가지러 왔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려면 관리소에서 논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그 중간에 작은 둠벙(웅덩이)을 지나야 한다. 아차, 그런데 선배 부부에게 그 둠벙이 있다는 사실을 고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선배 부인이 밤길에 그만 발을 헛디뎌 그 둠벙에 '풍덩' 빠져버린 것이다. 선배는 "붕어 가지러 왔다가 사람 잡을 뻔했다"며 투덜투덜. 나는 그 후로 선배네 집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낚시터에서 생긴 일②] 과다 '챔질'이 빚어낸 '대참사'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초봄, 도시 낚시점으로 단골 꾼들이 몰렸다. 그날은 그 꾼들끼리 예당 저수지 수상 좌대에 오르기로 한 날이었다.
예당 저수지는 충남 예산과 당진을 에둘러 형성된 곳이고 대부분 꾼들이 '신병훈련소'라고 부르는 곳이다. 조황이 좋을 때는 제 아무리 초보라도 '대박'을 낸다. 초보꾼들이 낚시 중독으로 진화하는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기도 했다.
현지 좌대 주인들이 논에 물이 차오르기 전에 볏짚을 깔아 놓았고, 물이 차면 붕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그 자리에 수상 좌대가 있으니 붕어 입질이 왕성할 수밖에 없다.
당시 예당 저수지 수상 좌대는 1인용이 많았다. 3m 가량 간격을 두고 꾼들이 한 명씩 좌대에 포진한다. 그리곤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 지렁이를 미끼로 낚시를 시작한다.
낚시터 조황이란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불규칙하다. 그날따라, 전날까지 '넣으면 나온다'던 포인트가 깜깜 무소식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공들여 낚시를 했건만 동틀 무렵까지 몰황(고기가 안 잡힘을 뜻함) 분위기로 이어졌다.
내 오른쪽 조사(이후 A조사)는 동행한 꾼들 가운데 조력이 가장 많은 베테랑이었다. 그 오른쪽(이후 B조사)에는 두꺼운 털 바지에 가죽 점퍼를 입고 유난히 담배를 많이 피워대는 조사가 앉아 있었다. 그 A와 B조사는 서로 절친한 친구 사이라서 푸념이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찌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내 왼쪽 좌대 조사가 제법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아냈다. 십여 명의 조사가 일렬로 늘어선 좌대에 생동감이 일기 시작했다. 붕어들이 먹이 사냥에 나섰다는 신호였다. 이어 내가 한 마리 낚아냈고 A조사도 첫수를 올렸다.
그렇다면 분위기상 B조사 차례였다. B조사의 눈초리에 섬광이 일었다. 그러나 낚시란 게 결코 공평하지는 않다. 여기저기 손맛을 즐기는 조사들이 늘었으나 유독 B조사만 첫수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