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준이
문혜준
공부보다 놀기를 제일 좋아하는 14살 혜준이에요. 그러던 제가 올해부터 펜싱선수가 됐어요. 운동을 잘하냐구요? 천만의 말씀. 우리 엄마는 제가 엄마을 닮아서 운동을 잘 못한대요. 제가 생각해도 그리 잘하는 것 같지는 않구요.
그런데 웬 펜싱이냐구요? 처음에는 그냥 선생님 말에 솔깃해서 시작했어요. 힘들면 그만 둬야지 하는 생각했구요. 그냥 다른 친구들 공부하는 시간에 펜싱을 배우니까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펜싱을 한다고 하니까 엄마는 처음엔 괞찮겠다며 경험이니까 해보라고 하셨어요. 다른 친구들이 안하는 것을 하는 거니까 재미있을 거라구요. 대신 언제든지 힘이 들면 그만두라고 하셨지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하긴 지금은 제가 힘들까봐 그만두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공부가 뒤처진다고 그만두라고 하세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도 대학에 들어가기 힘든데 다른 친구들 공부하는 시간에 운동하면 어떡하냐는 거지요. 하지만 저는요 펜싱이 재미있어요.
다른 친구들 공부하는 시간에 수업을 빼 먹는게 좋기는 해요. 엄마가 펜싱을 하느라 학원도 빠지고 수업도 빠졌으니까 집에서 다른 친구들 하는 만큼 공부를 해야 한다며 잔소리를 하는 게 조금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요.
처음엔 엄마랑 공부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엄마는 집에서라도 공부하라고 하고, 저는 컴퓨터하며 친구들과 놀아야겠다고 하고. 엄마는 아직도 제가 펜싱을 하는 게 좋을지 공부를 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시겠대요.
하지만 가끔 기분이 좋으실 때는 화순에서 펜싱을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언제나 화순군 대표선수로 대회에 출전할 테니 좋겠다, 라고 하세요. 1학년 중에서 여자 선수는 저 혼자거든요, 킥킥.
하지만 저는요, 벌써 메달도 두 개나 땄어요. 대단하죠? 제가 시합을 잘해서 딴 건 아니지만요. 언니오빠들이 대회에 나갔고 단체전에 우승하면서 저도 메달을 갖게 된 거예요. 엄마는 이런 걸 원님 덕에 나발 불었다고 웃으시더라구요. 제가 생각해도 웃겨요. 저는 아직 펜싱칼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거든요.
첫 메달은 고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해서 땄어요. 저는 신입생으로 그냥 구경도 하고 언니오빠들이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공부하러 갔거든요. 경기복을 입고 얼굴에 헬멧까지 쓴 언니오빠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무척 덥고 힘들어 보였어요.
경기를 보면서 화순군 대표로, 아니 우리나라 대표로 경기를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엄마는 제가 올림픽에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딸지도 모른대요. 저한테 숨겨진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나요. 킥킥, 아마 저보고 열심히 하라고 하는 말인 거 같아요.
그렇지만 혹시 모르죠. 제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지도요. 저는 벌써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두 개나 땄는 걸요. 덤으로 얻기는 했지만…. 소년체전에서 전남대표로 출전한 우리 학교는 동메달밖에 못 땄어요. 아니 동메달도 엄청 큰 거지요. 메달을 못딴 팀들도 있으니까요.
언니오빠들은 경기도 대표랑 서울 대표들과 경기를 해서 졌어요. 엄마는 경기도나 서울은 돈이 많아서 지원을 많이 해 주니까 경기를 잘 할 수밖에 없을 거래요. 그럴 것도 같아요. 저는 제 발에 맞는 새 펜싱화가 없어서 헌 신발을 신고 하다가 발에 물집이 잡히고 아팠거든요.
펜싱부에 있는 신발 중에서 제 발에 맞는 펜싱화를 신는 거지 제 발에 맞는 펜싱화를 맞추는 게 아니래요. 저보다 늦게 펜싱부에 들어온 친구는 다행히 발에 맞는 펜싱화가 있어서 새 신발을 신고 연습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뭐.
저는 아직 신입생이라 발동작만 배우고 있어요. 제가 발동작을 하나하나 익힐 때마다 코치님과 언니오빠들이 잘했다고 칭찬해 주세요. 그래서 펜싱이 더 재미있어요. 역시 칭찬은 사람을 기분좋게 해준다니까요. 저도 몇 달 뒤면 언니오빠들처럼 경기장에서 후보선수가 아니라 정식 선수로 멋지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요, 화순실고를 졸업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용대 선수같이 화순을 빛내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꼭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국가대표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꼬박꼬박 연습하고 훈련하면 저는 제가 훌륭한 선수가 될 거라고 믿어요. 아직은 펜싱에 대해 모든 게 궁금하고 언니들이 사용하는 펜싱용어 하나하나가 낯설고 어려워서 이해하려고 귀를 쫑끗 세우고 있는 새내기지만 저도 1년 후면 후배들도 생기고 후배들도 가르칠 수 있을 거예요.
언젠가 제가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많이 많이 따서 '문혜준'이라는 이름이 이용대 선수나 김연아 선수, 박태환 선수처럼 신문이나 방송을 떠들썩하게 할 날이 꼭 올 거예요. 그때가 꼭 오라고 저 많이 응원해 주세요. "문혜준, 아자! 아자! 아자!"라고 말예요.
덧붙이는 글 | 문혜준 기자는 화순제일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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