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M&A 실패로 형제간 다툼 불러

금호아시아나 박삼구-찬구 회장 동반퇴진... 왜?

등록 2009.07.28 19:17수정 2009.07.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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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전격 퇴진했다. 금호아시아나는 그동안 대우건설 등 무리한 기업인수합병 실패로 그룹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후, 박씨 형제간 경영권 분쟁설까지 터져 나오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려 왔다.

 

이에 이날 박삼구 현 그룹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아시아나 화학부문회장을 전격 해임시키고, 자신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박씨 형제의 전격적인 퇴진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5년동안 지켜온 형제공동 경영의 전통도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박찬구 회장이 이사회 의결에 불복해, 법적 대응방침을 밝히면서 금호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면서 현재 진행중인 대우건설을 비롯해 금호생명 등의 매각 작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신임 그룹회장은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이 맡게됐다. 박 회장은 69년 금호에 입사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을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금호아시아나 박씨 일가 경영일선 전격 퇴진

 

이날 오후 5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빌딩 26층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삼구 회장의 모습은 침통 그 자체였다. 30여분에 걸친 이날 회견에서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그룹은) 4가계(박씨의 4형제)가 그룹 계열사 주식에 균등 출자하고, 4가계가 그룹회장을 추대해 그 회장을 중심으로 결속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최근 박찬구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하는 등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룹 경영의 근간을 흔들어, 그룹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했었다. 이어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대폭 늘리면서, 금호 형제간의 지분 균등비율을 깨뜨렸고, 시장에선 금호가 박찬구 회장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삼구 회장은 이어 "동생인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이번 결정은 그룹에 대한 본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룹을 살리고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찬법 신임 그룹회장 추대와 관련해, 그는 "회장 유고시에는 그룹 내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의 덕망있는 인사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기로 한 선대회장님과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그룹 내외의 신망이 두터운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을 5대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관계자는 "최근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 등 그룹의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그룹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 등이 불거져왔다"면서 "여러가지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그룹 총수 본인을 비롯해 오너일가가 경영 퇴진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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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무리한 인수합병 실패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달 28일 대우건설을 다시 팔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금호는 지난 2006년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인수를 비롯해, 대한통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자금의 절반이 '빚'이었던 금호아시아나는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와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그룹의 자금난에 시달렸다. 금호는 '사운'을 걸고 사들였던 대우건설을 내놓지 않으려고 신문로 사옥과 금호생명 매각 등을 추진했지만, 결국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내놔야 했다.

 

이후 그룹 안팎에선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는 지적과 함께, 그동안 굳건했던 박씨 형제간 공동경영체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호의 경우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유언에 따라, 4형제인 박성용(장남), 박정구(차남)에 이어 박삼구(3남, 현 회장), 박찬구(4남) 회장 일가는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으면서 경영해 왔다.

 

하지만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에 따른 금융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던 지난 6월 4남인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과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던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박삼구 현 회장쪽에서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렸지만, 박찬구 회장 부자 지분율(18.47%)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재계와 증권시장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찬구 회장 체제로 가는것 아니냐', '금호석유화학이 계열분리 되는 것 아니냐' 등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27일 밤 가족회의서 전격결정... 박찬구 회장쪽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같은 박씨 형제간 경영권 분쟁설이 나돌면서, 박삼구 회장쪽에선 결국 '동생과 함께 동반퇴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

 

물론 이번 결정은 박씨일가의 가족회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밤에 열린 회의에선 박삼구 회장을 비롯해 2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미망인 등 가족들이 참석해, 4남인 박찬구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박삼구 회장은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자신과 박찬구 회장의 동반퇴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제안했으며 이같은 내용이 수용됐다는 것이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28일 오전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소집해 고 박성용 명예회장, 고 박정구 회장 등 두 형의 자녀인 박재영씨와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 지분 및 자신과 아들인 박세창 그룹 상무의 지분을 합쳐 박찬구 회장의 대표직 해임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박찬구 회장쪽에서 이사회 의결에 불복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금호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수 있다.

2009.07.28 19:17 ⓒ 2009 OhmyNews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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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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