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전쟁 '휴전일'을 기념하는데...

'전쟁'이 아닌 '휴전'을 기념하는 미국, 두번째 이야기

등록 2009.07.29 11:24수정 2009.07.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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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민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의 개시일은 6월 25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의 휴전일은? 이에 대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은 1953년 7월 27일이다. 당시 UN군 총사령관 클라크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서명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을 주장하며 끝까지 서명하지 않아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에 따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때에 한국이 당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6·25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56년 만에 휴전협정을 체결한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National Korean War Veterans Armistice Day)'로 지정했다. 지난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한국전 휴전일인 7월27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에 서명했다. 법안에 서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다.

"우리가 구가하는 자유와 안보, 번영은 오로지 영웅적이고 희생적인 미국 군인들 때문에 존재하며, 한반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용사들은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The freedom, security and prosperity that we enjoy as a nation exists only because of the heroic and selfless sacrifices of America's servicemen and women. Today, we owe special remembrance to the veterans of the Korean War, and especially the United States and allied combatants who made the ultimate sacrifice in Korea. For their courageous actions in pursuit of freedom and democracy for the Korean peninsula, these dedicated men and women deserve our unending respect and gratitude.)"

 한국전쟁참전용사인정법
한국전쟁참전용사인정법미국 의회도서관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은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인 찰스 랭걸(Charles Rangel, 민주당, 뉴욕) 의원을 비롯한 61명의 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으로서 법안의 내용은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휴전을 기념해 미국 전역에서 성조기를 다는 국가 기념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21일 하원에서 찬성 421, 반대 0으로 통과됐다. 이어 24일에는 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같은 날인 24일 오바마 대통령은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켜줄 것을 요청하는 포고령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의 국가 기념일은 1년 365일 중에 총 19일이다. 이 중에서 조기게양을 하도록 하는 기념일은 오직 두 개의 기념일 뿐이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의 참전용사 추모일(Veterans Memorial Day)과 7월 27일(한국전쟁 정전일: Korean War Armistice Day)이 바로 그것이다. 가히 역사적인 법안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휴전일을 기념일로 정한 사례는 프랑스에서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매년 11월 11일을 1차대전 휴전기념일(Jour d'armistice)로 정하여 그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필자는 지난 6월 적은 글에서 한국의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이 있었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하자고 했다.(자세한 내용은 이전글  "휴전일도 기념하는데 6.15는 왜 안돼?"  참조)


한국전쟁과 관련전쟁 발발일인 '6.25사변일'만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걸음 나아가 '전쟁에서 벗어나는 거대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는 6.15선언일과 10.4선언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이제 미국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이 통과되어 매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기념일에는 조기가 걸리게 된다. 평화국가조항 및 통일조항을 헌법에 둔 나라에서 휴전에 대한 국가기념일이 지정되는 날,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체제에 있어 대단히 의미심장한 6월 15일(1차 남북정상회담)과 10월 4일(2차 남북정상회담)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한국전쟁 정전일 #6.15남북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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