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코앞에 재벌슈퍼가 들어오다니..."

롯데슈퍼 송파구 진출에 지역 상인들 뿔났다

등록 2009.07.29 17:39수정 2009.07.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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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동네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는 롯데의 무분별한 SSM 진출을 막기 위해 29일 하루 장사를 접고 집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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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무분별한 SSM 진출을 막기 위해 29일 하루 장사를 접고 집회에 참여한 가락동 중소상인들. ⓒ 남소연


서울시 송파구 슈퍼마켓 상인들이 '롯데슈퍼' 입점을 반대하고 나섰다.

29일 오전 10시 송파구슈퍼마켓연합회원들은 송파구 가락동 롯데슈퍼 입점 예정지에서 '롯데SSM 입점반대 송파상인 연합회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슈퍼 상인들 외에도 송파지역노점상연합회, 민주노동당 송파시민연대, 장애인 단체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롯데슈퍼 입점을 즉각 철회하라'고 외쳤다.

상인들은 가게 문까지 걸어 잠그고 집회 현장에 나왔다. "큰 기업을 살리려고 서민들을 다 죽인다"는 이유에서다.

오금동에서 슈퍼를 운영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소문만 무성하더니 결국 롯데가 들어왔다"며 "철수할 때까지 가게 문 닫고 앉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전국 각지 지역 상인들은 대기업 진출에 끊임없이 반발해왔다. 규모가 1000㎡ 이하면 별다른 제재가 없는 허술한 틈을 이용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마켓 등 거대유통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동네 골목'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덤핑 수준의 할인 가격과 다양한 상품 확보를 경쟁력으로 앞세워 동네 슈퍼마켓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입점에 반대하는 지방 슈퍼마켓 상인들은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신청을 내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미 인천 연수구, 경기도 안양, 충북 청주, 경남 김해, 경남 마산 등에서 지역상인들이 사업조정신청을 했고 송파구 상인들도 조정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인천 연수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출점을 보류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기업들이 개점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롯데슈퍼가 직원들 인수하겠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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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무분별한 SSM 진출을 막기 위해 29일 하루 장사를 접고 집회에 참여한 가락동의 한 상인이 종이상자에 오후 집회시간을 알리는 대자보를 만들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조정신청을 주도적으로 이끈 전재원씨는 롯데슈퍼 바로 옆에 가게를 두고 있는 사업자다. 4년째 가게를 운영한다는 전씨는 작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룡' 기업과 경쟁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롯데가 입점하면 13명이나 되는 직원들과 딸린 식구들은 어떻게 할 대책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입점을 철회해야 골목상권을 지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씨는 "롯데슈퍼 관계자가 찾아와 우리 직원들을 인수해주겠다고 한 적도 있다"며 "다들 자기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인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인수하겠다는 말은 결국 사업할 기회마저 대기업이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돈 때문이었다면 가게를 팔고 나가면 그만"이라고 말하면서도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마저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여기에 들어올 가게들도 마찬가지 처지가 될 것을 생각하니 팔 수 없었다"며 입점반대운동을 하는 이유를 말했다.

또 다른 가게 점장 김현기씨도 "부모님 병원비와 생활비 벌기도 빠듯한데 가게까지 망하면 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호소했다. 롯데 측의 직원 인수 제안에 대해서는 "거기 가서 물건 진열이나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손자 둘을 데리고 집회에 나온 전연순씨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네 가게 옆에 더 큰 가게가 생기면 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못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가게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을 슈퍼 직원 가족이라고 밝혔다.

동대문에서 슈퍼를 운영한다는 김공주씨도 집회에 참여해 "여기 사장님들 일만이 아니다, 우리도 언제든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송파구 상인들을 지지했다.

롯데슈퍼 "진행 상황 보며 유동적으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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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동네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는 롯데의 무분별한 SSM 진출을 막기 위해 29일 하루 장사를 접고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집회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 정현교씨는 "소비자 처지에서 이익만 따져본다면 싸게 살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롯데라는 대기업이 슈퍼까지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8월 1일 입점을 앞두고 있다. 부지면적은 660㎡ 정도다. 롯데슈퍼 홍보팀 관계자는 "공식 방침은 없고 진행되는 상황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유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 말했다. 사업일시정지조정신청과 관련해서도 "신청이 들어온다면 그 때 가서 판단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송파구 상인들은 "입점을 하더라도 힘을 합쳐 롯데를 몰아낼 것"이라며 "철수 요구를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SM #송파구 #롯데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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