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모자람 없는 500년 고택

녹우당에서 고산 윤선도의 향기를 맡다!

등록 2009.07.30 11:09수정 2009.07.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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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남 녹우당 원경.

해남 녹우당 원경. ⓒ 임현철


구즌 비 머저가고 시내물이 맑아 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낫대를 두러 메니 기픔 흥(興)을 금(禁) 못 할되
지궁총 지국총 어사와
연강덥쟝은 뉘라셔 그러낸고 - 하사(夏詞) 1-

(해석 - 여름 노래 1)
궂은 비 멎어 가니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기쁜 흥을 금할 수가 없구나
안개 자욱한 강과 겹겹이 산은 누가 이처럼 그려냈을까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중 여름을 노래한 첫 수다. 어부사시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어부 생활을 노래한 연시조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각 10수씩 40수로 되어 있고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전한다.

지인의 부름에 버스 타고 가던 전남 해남 길. 고속버스가 이름답지 않게 고을고을 돌며 완행버스 되어 터덜거리며 갔다. 지난 22일 이 해남 행 버스 안에서 떠올린 게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였다. 해남에 녹우당 등 고산 유적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a  녹우당과 은행나무.

녹우당과 은행나무. ⓒ 임현철


녹우당,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데서 유래

윤선도는 한양에 살다 중년에 해남 연동으로 내려와 해남 금쇄동과 완도 보길도를 내왕하면서 불후의 시조문학을 낳았다.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는 시문에 열중하던 해남 윤씨 고택과 녹우당, 어초은사당 외에 고산사당 및 추원당, 유물 전시관 등이 있다.

녹우당(綠雨堂, 사적 제167호)은 해남윤씨 종가이다. 이곳은 윤선도 4대 조부 효정이 연동에 살터를 정하면서 지은 15세기 중엽의 건물이다. 해남에 새로이 둥지를 튼 윤재걸씨는 "유럽 왕조도 500년이 된 건물이 없는데 우리나라에는 있다"며 "이로 인해 녹우당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녹우당은 풍수지리에 따라 안채와 사랑채가 ㅁ자형으로 구성되고 행랑채가 갖추어져 있다. "입구에 심은 은행나무가 녹우당을 상징한다"고 한다. 사랑채는 효종이 스승인 윤선도에게 하사했던 경기도 수원 집을 헌종 9년(1668년)에 해상 운송, 이곳에 이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녹우당의 당호가 유래된 것은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중 "녹우당 앞의 은행나무 잎이 바람이 불면 비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유래되었다는 설과 "집 뒤 대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a  녹우당.

녹우당. ⓒ 임현철


a  녹우당에 걸린 현판들.

녹우당에 걸린 현판들. ⓒ 임현철


"선비는 홀로 있을 때에도 내면을 살펴 고친다"

녹우당에는 글귀가 걸려 있다. 그것은 녹우당(綠雨堂)과 정관(靜觀), 운업(芸嶪), 한시(無題)다. 녹우당은 공재 윤두서 선생과 절친했던 이서의 글씨다. 정관은 "선비는 조용히 홀로 있을 때에도 자신의 내면 세계를 살펴 고친다"는 의미며 이광사의 글씨다.

운업의 '운'은 "잡초를 가려 뽑아 숲을 무성하게 한다"는 의미다. '업'은 일이나 직업, 학문, 기예의 뜻으로 "늘 곧고 푸르며 강직한 선비"로 해석된다. 한시는 나산 윤성호가 쓴 글로 "어초은 윤효정의 은덕을 나타낸다"고 한다.

유물전시관에는 윤공재 자화상(국보 제240호)을 비롯, 해남윤씨가전고화집(보물 제 481호), 윤고산수적관계문서(보물 제482호) 등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천문학, 역학, 수학, 지리 등 주요 고문서와 전적 1512권을 포함 유물 46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a  유물전시관.

유물전시관. ⓒ 임현철


a  유물전시관 고서들.

유물전시관 고서들. ⓒ 임현철


독도 분쟁을 억울함을 한방에 날려버린 동국여지도


관심을 끄는 것은 고산의 '어부사시사'와 <동국여지도(보물 제 481-3호)>였다. '어부사시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었다. <동국여지도>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150년 정도 앞서 제작된 것으로 윤두서가 숙종의 명에 의해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이한 것은 대마도가 그려졌다는 점이다. 독도 소유권에 대해 민감한 한일 간 분쟁을 비웃는 듯, 대마도를 우리나라 영토에 포함시켰기 때문이었다. 독도 분쟁에 대한 억울함을 한방에 날려버린 시원함이 있었다.

해남 녹우당에 남아 있는 고산 윤선도의 향기는 어떤 향일까? 그건 녹음 속에 묻어 있는 은은한 '자연 향' 아니었을까?

a  고산유고목판.

고산유고목판. ⓒ 임현철


a  울분을 날려버린 동국여지도. 우하에 대마도가 우리 영토로 나와 았다.

울분을 날려버린 동국여지도. 우하에 대마도가 우리 영토로 나와 았다. ⓒ 임현철


a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어부사시사.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어부사시사.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윤선도 #녹우당 #어부사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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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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