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펴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30일 '저자와의 대화'에 초청돼 강연하고 있다.
남소연
"왜 그렇게 난리인지… 노무현의 '가치'를 알고 싶어 왔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순간의 추모에 그치지 않고 그의 정치철학을 지속시키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저자와의 대화'가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주최로 열렸다. 서거정국이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소통'을 원하는 서른여 명의 독자들이 제각각이 '갈급함'을 갖고 모인 것.
노무현의 '가치'를 알고 싶어 왔다는 이 40대 남성은 "처음에는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그의 정책에 실망이 컸다"며 "서거 이후, 달라진 민심이 아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껄끄러워하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오연호 대표기자와의 간담회가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했다.
노무현의 정치철학 "두 수 앞을 내다봐야..."
"노 대통령의 임기 말쯤엔 '애증'이란 게 생겼다. 인터뷰할 명목이 없었지만 '왜 그랬냐, 왜 그렇게밖에 못했냐'는 궁금증을 참고 참다가 인터뷰를 요청했다."진보언론 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몸담고 있는 오 대표 자신도 '인물연구 노무현'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회상한다. 퇴임을 6개월 앞둔 노 전 대통령과의 3일간의 인터뷰를 통해서야 여섯 명의 노무현을 만났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정치학자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 이를 고스란히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담았다.
이날 '저자와의 대화'에서 오 대표는 '노무현에 빚진 나,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두 시간 남짓 간담회를 이끌어 갔다. 책에 대한 소개와 강연보다는 노무현의 정치 철학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자며.
"많은 분들이 (노무현에게)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로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와 진보, 경제 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승한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과 국민, 심지어 당내에서도 그토록 탄압을 받았던 것은 불분명한 정체성 때문이었다. 서거 후, 그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첨예하게 갈리는 것은 믿었던 '투명성'마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그 모든 것을 '두 수 앞을 내다보는 노무현의 정치철학'으로 설명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두 수 앞을 내다볼 줄 알았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특권과 반칙이 만연한 언론에 힘들어 했다. 언론과 정치인만이 아닌, 우리에게도 필요한 정신이다."한 독자는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두 수 앞'을 내다보느라 소통이 어려웠던 것 같다"며 "그렇다면 실패한 정치인 아니냐"고 물었다. 오 대표는 인정했다. "한나라와의 대연정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노무현도 본인도 두 수 앞을 내다보느라 국민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실핏줄 같은 작은 언론들, 그 중 하나는 여러분이다"
▲ 오연호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저자와의 대화 1부 오연호 대표기자는 2007년 가을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3일간 인터뷰한 이야기와 인간 노무현에 대해 강연했다. ⓒ 이종호
"돌아가기 직전까지 정치를 연구했던 사람이 왜 정치하지 말라고 하셨을까. 사실은 정치하지 말란 말이 아니다. 정치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한 거다. 깨어 있는 시민, 제대로 된 언론이 있을 때 정치인들이 정치할 맛이 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대학생의 질문에 오 대표는 "언론에 의해 주어진 정보가 아니라, 직접 찾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나아가 "각자의 삶 속에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양심'이 있으므로, 시민들이 보수와 진보를 균형적으로 습득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핏줄 같은 작은 언론들이 중요하다. 그 중 하나는 여러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디어가 되길….""솔직히 노무현의 가치는 아직 잘..."오 대표의 강연과 질의응답이 모두 끝나고 처음에 만났던 남성을 다시 찾았다. 인터뷰를 꺼려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궁금증이 풀렸을지 궁금했다.
"선생님, 노무현의 '가치'는 찾으셨나요?""어느 정도 이해는 했어요. 정확한 답은 못 얻었지만…."얼버무리며 피하려는 그를 붙잡고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었다.
"솔직히 노무현의 가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나라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는 알게 됐어요. 정부가 미디어법이니 뭐니 하며 거대 언론이 여론을 독점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도 막고 있고…. 요즘 같은 때는 겁나서 글도 못 쓰고 말도 못하겠어요."<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오 대표의 강연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노무현의 정치철학에 대해 공감했다. 그렇다면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남성처럼 모두가 알지는 못할 것이다. 여전히 노무현의 '진보적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더디고 힘들다. 그가 노무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오 대표가 말한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가 이렇게도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우리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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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호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저자와의 대화 2부 오 기자는 자신이 만난 여섯 명의 노무현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줬다. ⓒ 이종호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한다"는 오 대표의 말처럼 참여하지 않는 시민에게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소극적인 시민을 만들어 낸 것은 이 사회이지만, 사회를 변혁시킬 주체는 "똑똑한 정치인 한 명이 아닌, 똑똑한 시민"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잠깐 주춤하고 있을 뿐, 진보한다"는 오 대표의 믿음은 '1인 미디어의 성장'에서 나온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이 "적극적인 참여와 촘촘한 연대"를 이뤄낼 때, "정치인들이 정치할 맛이 나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우리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됩시다."오 대표는 책의 마무리를 어떻게 장식할지 밤새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부족한 그대로'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분이라고 왜 부족한 게 없겠냐"며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 보다, 그저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자"며 다시 한 번 '시민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 40대 남성은 끝내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대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노무현의 정치철학을 이해하지 못해도,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해도 '부족한 그대로' 이해하고 연대하자는 오 대표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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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정치인,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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