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에 달린 편지지 자료
신은희
아이들은 많은데 검사도 못하게 한다고? 교과서는 수업시간에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보조교사 한 명 없이 한 교사가 3-40명의 학습활동을 두루두루 지도해야 합니다. 40분마다 수업내용이 달라지는데 이걸 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책을 걷어 하교후에 수학 채점도 하고 글쓰기 수정할 것도 표시해주고 다음 날 다시 돌려줍니다.
이제 대여제 때문에 학생들 이름 한 번씩 찾는 것도 손이 몇 번 가고 책에 직접 써주지도 말아야 할 상황입니다. 도장 찍고 사인하는 건 당연히 해서도 안되구요. 수업내용은 날로 어려워지는데 교사가 다인수 학급에서 유일한 확인 방법까지 빼앗겨야 하는 건가요?
열심히 공부하면 "나쁨"?교과서를 성전처럼 여기고 전국에서 똑같은 교과서를 쓰는 마당에 교과서 대여제만 하는게 대수냐는 문제제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과부가 이건 교사연수, 학부모 연수를 통해 해결하겠다니 지켜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교과서 체제라도 바꿔놓고 나서 대여제를 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교사나 아이들이나 괜히 죄책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쓰고 나면 다시는 못쓰는 줄 아는 5줄 이름칸 위에 이름을 쓰고 교과서 상태는 "나쁨"이라고 해야 합니다. 전국 모든 아이들이 교과서를 나쁘게 썼다는 죄책감을 뒤집어써야 합니다. 교사는 20% 골라 내라니 불가능인줄 알면서 걷어놓을 수는 없고 서류에만 걷었다고 해야 하나요?
자꾸 실적을 강요하면 학교마다 서류는 재활용이라 하고 몰래 책을 사줘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현재 교과서로 재활용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예산절감과 환경문제를 고민한 교과부라면 막무가내 실시보다 오히려 교과서 내부 문제를 개선하는 데로 눈을 돌렸어야 합니다.
환경오염 코팅표지부터 바꿔야 2006년부터인가 교과서 겉표지가 번들번들한 코팅 종이로 되고 속종이도 너무 하얗게 변해갔습니다. 이 때문에 교과서가 무거워지고 책을 걷어놔도 미끄러져서 현장에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올해 나온 교과서는 연필만 아니라 볼펜으로도 이름이 안 써지는 재질입니다.
교과서마다 달린 부록도 형태를 달리해 교사에게 제공해서 수업시간에 필요한 만큼 활용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책이 무거워질 필요도 없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비닐붙임딱지같은 것부터 없애야 합니다. 실험본 검토과정에서 문제제기했지만 이런 건 오히려 바뀌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