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GM의 몰락을 보았는가

'형제의 난'을 지켜보며

등록 2009.08.01 11:50수정 2009.08.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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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 동안 미국의 상징으로 일컫는 기업이 있었다. GM이다. 미국 제조업의 역사이며 경영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그러나 2009년 6월 1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그 찬란했던 영광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1931년부터 2007년까지 77년간 세계자동차판매 1위를 지켜온 GM은 20여 년 전 미국 내 우수기업의 특징을 분석한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IBM, GE, 인텔, 듀폰 등과 함께 초우량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대승적 차원으로 해법 찾아야

 

그러나 아무리 유구한 전통과 우월한 시장지위를 자랑하는 '100년 1등 기업'도 구조적 문제를 장기간 방치하면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GM에서 얻을 수 있었다.

 

GM이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위기에 취약한 제품포트폴리오 구축, 그리고 경영위기를 도외시한 노조의 유산 비용(legacy cost)-퇴직자 및 그 가족의 연금과 의료보험-으로 일컫는 고비용 구조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방신의 일각이었다.

 

그것은 GM이 '갈라파고스화'된 미국시장만을 고려한 제품전략, 생산방식의 혁신과 브랜드관리의 실패, 정책에 편승한 안이한 제품전략 등이 지적된다.

 

GM은 중대형차 위주의 미국시장만을 전략적으로 몰두했고 소형승용차를 앞세운 일본기업을 잠재적 경쟁자로 경계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 내 시장에서도 수세에 몰리고 만 것이다. 결국 지난 7월 10일 경쟁력 있는 차종만을 가지고 재편된 '뉴GM'이 출범했다.

 

GM의 몰락을 보면서 최근 '형제의 난'으로 말썽이 일고 있는 금호가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광주·전남지역 경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금호다. 해방 직후 1946년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미국산 중고 택시 2대로 광주택시를 설립한 이후 장자에게 경영권이 승계됐고 이후 25년간 '형제경영'의 전통이 이어졌다.

 

이 전통은 다른 기업들에게 모범사례로 비쳤으며 금호의 도약이 우리 지역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다. 그런데 금호의 형제경영의 전통이 깨지기까지는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지역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열악한 지역경제구조에서 금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참으로 크다.

 

그렇지 않아도 MB정부가 이제는 내놓고 '호남 홀대'를 하는 마당에 금호 스스로 자생력을 갖지 않는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유동성 위기로 지역민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더니 이제는 형제 싸움으로 지역민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어갈 박찬법 신임 회장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고는 하지만 박삼구, 박찬구 형제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 위기를 돌파하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GM의 전철을 밟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왜!' 5번, '어떻게!' 5번으로

 

지금 금호는 여러 가지로 경영위기에 봉착해 있다. 두 형제가 이 경영위기의 진원지를 놓고 서로 책임론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시간이 흐르고 보면 큰 문제도 아닌 것들이 감정 개입과 자존심으로 인해 더 문제를 키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금호의 위기를 탈출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위기 탈출은 현재의 문제에 대해 '왜!'를 5번 생각하고, '어떻게!'를 5번 더 생각하며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라"가 적합한 충고인 것 같다.

2009.08.01 11:50 ⓒ 2009 OhmyNews
#금호 #형제의난 #GM #초우량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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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등일보에서 경제부장,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시민의소리에서 편집국장도 했다. 늘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안쓰면 손가락이 떨 정도다.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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