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기밥솥도 안 되는데, 뭘 먹고 있을지..."

[현장] 단전 24시간 지나... 식량·안전문제 현실화

등록 2009.08.03 12:26수정 2009.08.0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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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집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용역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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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사측 용역들이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2신 : 3일 오후 5시]
단전 24시간 지나... 식량·안전 문제 현실화

"이제 전기밥솥도 안 되는데, 무얼 먹고 있을지…."

오후 3시 쌍용차 평택 공장 정문 앞에 선 이정아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남편과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했다. 다른 파업 노조원 아내들도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하며 눈물을 쏟았다.

파업 노조원이 농성하고 있는 도장 공장에 전기가 끊긴 지 24시간이 지난 현재, 파업 노조원과 가족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인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또한 전기밥솥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식량·안전 문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날 오후 사측과 경찰이 노조의 저항에 공장 진입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노조와 사측·경찰과의 충돌은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단수·단전 탓에 노조원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정아 대표는 "어제 저녁 남편이 더 이상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며 "남편에게 '(전기밥솥을 사용할 수 없는데) 내일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파업 노조원 아내 김은영씨는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에서 "노사 협상이 재개되자 '당신이 정문 앞으로 마중 나와라' 등의 희망 가득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으니 최소한의 연락만 하자'는 당신의 마지막 통화가 너무나도 슬펐다"고 밝혔다.


경찰이 도장공장에 진입할 경우, 단전 조치가 큰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도장공장 1층에서 8년 동안 일했다는 유진숙(가명·54)씨는 "도장공장 내부가 매우 복잡해 길을 잃기 일쑤"라며 "단전된 상황에서 경찰이 진입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단수 및 가스·의약품 공급 중단도 파업 노조원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된 지 오래다. 이정아 대표는 "무더위에 아무것도 안 해도 몇 리터 물을 먹고, 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씻는 것"이라며 "2주일 넘게 단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20분께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사측 용역직원에 막혀 전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사측 용역직원의 발길질에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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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공장 내부 취재한 KBS취재팀 연행 KBS 카메라 기자와 오디오맨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을 취재하고 나오다가 경찰들에게 붙잡혀 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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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도장공장 내부. 지난 5월 22일 촬영된 도장공장 작업라인에,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차량 차체들이 멈춰서 있다. ⓒ 권우성


한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기소방재난본부가 단전·단수를 한 사측에 대해 형사 입건을 위한 사전 조치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소방용수 시설의 정당한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소방기본법 28조를 위반한 혐의로 사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이 의원은 "오늘 오전 최웅길 경기소방재난본부장과 이민원 송탄소방서장과의 면담결과, 최웅길 본부장이 '단수와 관련 사측에 4차례에 걸쳐 시정 요구를 했고, 2일 단전 직후에도 시정명령 공문을 사측에 보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최 본부장은 '사측은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사측에 대한 형사처벌과 관련해 검찰과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며 "회사는 몇 백만원 벌금만 낼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만일의 경우 파업 노조원 사망과 부상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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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경찰헬기가 도장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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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공장 앞에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사측 직원과 용역들이 지게차를 동원해 해체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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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직원과 용역들이 도장 공장 진입을 위해 지게차를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해체하자 노조원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대응하고 있다. ⓒ 유성호


[1신 : 3일 낮 12시 25분]

사측 공장 진입 시도... 쌍용차 긴장 고조

3일 쌍용차 사측 직원과 용역이 도장 공장 인근으로 진입하는 등 쌍용차 평택 공장 안팎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쌍용차 근무복과 검은색 용역 복장을 입고 방패를 든 사측 직원·용역 500여 명이 지게차 10여 대를 앞세워 도장공장 인근 차체1팀 공장 인근까지 진입했다. 또한 노조는 "다른 방면에서 경찰도 지게차를 이용해 노조가 설치한 바리케이드 해체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직원·용역과 노조가 서로에게 새총을 이용해 볼트·너트 등을 쏘기도 했다. 이후 사측은 노조의 저항에 적극 진입하지 못했고, 대치 상황은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사측은 오전 11시 40분께에도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쌍용차 사측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사무관리직 1200여 명과 현장감독자 800여 명 등 모두 2000여 명의 직원이 정상 출근했다고 밝혔다. 사측 홍보팀 관계자는 "사측에서 직원·용역의 적극적인 도장공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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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도장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 위로 경찰헬기가 지나고 있다. ⓒ 유성호


또한 사측에서는 파업 이탈 노조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에 따르면, 협상이 결렬된 후 파업 노조원 98명이 공장 밖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과 사측은 현재 공장 안에는 '외부세력' 50여 명을 포함해 모두 600여 명이 농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쌍용차 공장 주변에 1000여 명의 경찰력을 증강시켜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준 경기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상황이 (공권력을 투입하던) 협상 시작 전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경찰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최루액이 담긴 봉투를 도장공장 옥상에 뿌리기도 했다.

박형준 홍보담당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공장 주변에는 현재 40개 중대 4000여 명의 경찰력이 배치돼있다, '이제 공권력 투입만이 남아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공권력을 투입할 수 없다, 타이밍은 가장 안전한 시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폭력사태가 농후하면 공장에 진입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전했다.
#쌍용차 파업 #공권력 투입 #쌍용차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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