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 상인들이 롯데슈퍼 입점에 반대하며 물건 값을 10원짜리로 계산하고 있다
성스런
상계동에 롯데 4군데... "중기청 직원들도 '너무한다' 하더라"이날 집회에 참석한 슈퍼 사업자 이상한씨는 롯데의 상권 독점 행태를 비판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우리) 가게에서 320m 거리에 롯데슈퍼가, 520m 거리에 롯데마트가, 450m 앞에 롯데백화점이 있다"며 "사업조정신청을 받고 조사를 나온 중소기업청 직원들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롯데슈퍼가 입점할 예정이다.
이어 또 다른 슈퍼 주인 문모씨는 "70 평생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았는데 분노가 차 잠이 안 온다"며 "기업들이 100을 갖고도 1을 가진 서민들 것을 빼앗으려 하는데도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 구의원, 시의원은 우리와 면담도 해주지 않는다"고 기업과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슈퍼 직원인 아버지를 따라 집회에 나온 공현진 학생(18)은 "롯데슈퍼가 생기면 아버지가 실업을 하시게 된다"고 걱정하며 "되도록이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장사 안 한다더니... 다음날 새벽에 간판 달았다
상계동 상인들은 지난 7월 초 롯데슈퍼가 입점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를 막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롯데'라는 대형 유통기업의 상권 700m 반경에 포함된 32개 사업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집회를 가졌고,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신청도 했다. 여기에는 전국 체인망을 가진 24시간 편의점 업주까지 참여했다. 상인들이 느낀 위협이 심각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롯데는 지난 23일 <아시아경제>를 통해 상계7동 슈퍼 입점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이상한씨는 "롯데슈퍼 측이 다음 날인 24일 새벽 칸막이를 쳐둔 가운데 기습적으로 간판을 올리고 개점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상계 7점을 막았으니 이제 상계 2점도 막아내자던 상인들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집회에 참석한 상계동 주민 이모씨는 이러한 롯데의 행태를 비난하며 "롯데 기업으로만 상권을 독점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상인들을 기만하기까지 했다"며 "노원구는 모든 게 롯데 중심으로 돌아가는 '롯데공화국'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손해보는 건 소비자... 우리 함께 살자"한편 집회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물건이 싸 보이고, 많아 보이고, 좋아 보이지만 동네 가게 다 닫고 나면 대기업이 독점하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 손해 보는 사람은 소비자들"이라고 발언했다.
노 대표는 이어 법적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업 수퍼 입점 평수를 더 엄격히 제한하고 영업시간(심야영업)과 생필품 판매도 동네 슈퍼로만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