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와글와글 활기 넘치는 도동항..
이명화
울릉도는 평지가 거의 없고 동서길이 10km, 남북거리 9.5km, 해안선 56.5km에 이르고 연평균 기온 12도의 온화한 날씨를 이루는 곳이란다. 해양성기후로 인해 울릉도는 식물의 곳간이라고 할 정도로 식물이 많으며, 65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39종의 특산물과 6종의 천연기념물이 있다.
또한 울릉도 경지는 전체면적의 15%에 불과하며 그것도 산비탈이 대부분이므로 옥수수, 감자 등이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지금은 산채(미역취, 부지갱이), 그리고 약초(천궁, 더덕, 작약 등)이 농업의 주산물이다. 주민의 절반 가량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게 되면서 관광사업에 눈을 돌리는 주민들도 많다.
3시간 동안 달려온 천혜의 섬, 신비의 섬,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섬, 울릉도에 당도했다. 짙은 비취색 바다가 불끈불끈 솟아있는 섬을 에워싸고 있다. 해안가 기암절벽엔 큰 나무 없이 비바람을 견디고 기암절벽에 삶을 잇대어 살아가는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해안절벽에 짙은 초록색 나무들은 대부분 향나무들인데 이곳 향나무들은 육지의 것과 달리 흙에서 자라지 않고 바위에서 자란다하여 '석향'이라 한다. 비바람 때문에 키가 작지만 거의 다 수령이 오래된 것들이다. 2천 여년이 넘은 향나무들도 있다.
벼랑 가에 붙어 핀 섬 나리꽃들도 바위에 거의 붙은 듯 꽃잎이 작다. 도동항에 발을 딛자 한여름 뙤약볕 아래 섬 마을의 활기가 와글와글 밀려들어 아찔할 정도였다. 아직 바다에 떠 있는 듯 울렁거림도 잦아들지 않았는데 수많은 여행객들과 장사하는 사람들과 빵빵대는 차량들에서 엉키는 소음으로 속도 울렁울렁 눈앞도 울릉거렸다.
사람들과 이리저리 부딪치며 빠져나오는데 울릉도 오징어 냄새가 먼저 반겼다. 반 건조오징어를 여행객들을 상대로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여기저기 앉아있었다. 오징어 다리를 건네며 '이것 먹으면 멀미를 안한다'고 했다. 구수한 오징어 냄새에 끌려 오징어 몇 마리를 샀다. 신기하게도 오징어다리를 먹으니 매스껍던 멀미기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선착장 주변을 벗어나기까지 사람과 차량들로 넘쳐나는 좁은 도로 가운데서 낑낑거렸다. 유람선이나 여객선이 드나드는 '울릉도의 서울'로 불리는 도동은 평지가 얼마 없고 비스듬하게 올라간 비탈에 좁은 골목골목 크고 작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었다. 처음엔 마치 소인국에 온 듯했다.
그 안에서 북적대니 울릉도 전체가 울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순환관광버스는 좀 있어야 온다고 했다. 우린 그동안 짐을 내려놓고 도동항을 잠시 돌아보았다. 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건물들, 도동엔 있을 건 다 있었다.
농협, 우체국, 경찰서, 모텔, 유흥가, 주점, 노래방, 각 상점들이 좁은 비탈에 비좁게 들어앉은 건물들 속에 있었다. 기암절벽으로 된 섬의 형상처럼 비탈에 앉은 마을 집들...또한 느긋하게 보이기보다는 왠지 각박하고 안정이 안 되는 바쁜 느낌, 숨 가쁜 활기가 뜨거운 태양 아래 더욱 넘치는 듯 했다
차와 차가 엉키고 사람과 사람들이 좁은 거리에서 엉키는 시간, 여행객들을 한 배 가득 싣고 와 내릴 때마다 이런 북새통이 되는 것 같았다. 조금은 인적 드문 섬을 처음부터 기대했던 나의 생각이 포항에서 출발할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도동항의 활기는 육지의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미어터지게 많은 여행객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주민들이 빚어내는 섬의 숨 가쁜 활기는 한 여름 땡볕 아래서 들썩거렸다. 관광객들을 태우고 섬 곳곳을 돌 승합차량들과 자가용, 그리고 사륜구동 울릉도 택시들...오징어 파는 사람들, 단체로 관광을 와서 피켓을 들고 줄을 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순환관광버스 타고 울릉도 한바퀴?한참 만에 우리가 탈 순환 관광버스가 도착했고 차에 올라앉았다. 한 차 가득 실은 버스는 도동항구를 벗어나 정해진 코스대로 관광코스를 안내했다. 기사가 소개하는 울릉도는 대충 이랬다.
울릉도에는 약 내수전과 섬목 사이 해안도로(약 4.4km)가 없다. 울릉도에는 또한 맑은 날이 연중 55일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특산품은 오징어, 호박엿, 산채나물, 취나물, 부지깽이, 더덕 등 많고 울릉도 인구는 약 1만 명 가량 된다. 울릉도에는 모래사장이 없고 몽돌밭이고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졌다. 울릉도는 화산이 두 번 폭발하여 형성된 섬이다.
울릉도에는 '삼무오다'가 있다. 여기서 '삼무'란 뱀, 공해, 도둑'이 없다는 것이고, '오다'는 돌, 바람, 물, 향나무, 미인'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은 1만 여명이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3만 5천 명 가까이 살았다고 한다. 세상에, 평지도 거의 없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신 섬과 좁은 땅에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까.
젊은이들이 뭍으로 나가니 인구가 줄어든 것이라 한다. 관공서와 공무원 외에는 젊은이들이 없단다. 도동에서 88다리를 지나고 사동항, 그리고 통구미로 차는 점점 우리를 실어 날랐고 비탈을 곡예라도 하듯 비틀대며 지그재그로 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