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래에 동포들의 유해가 있다
김대갑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들이 탄 일엽편주는 태풍이 몰고 온 해일과 파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결국 대한해협의 차디찬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렇게 80명의 강제 한인들은 코발트 블루의 바다 속으로 침몰되었고, 그들의 시체는 조류를 따라 돌고 돌다가 일본의 와카마쯔 해변가로 밀려들었다. 아마도 그들의 시체는 푸르딩딩하게 변했을 것이다. 때론 물고기에게 뜯겨 참혹한 살점을 드러내기도 했겠지.
해변가에 늘어선 조선인들의 사체를 인근 주민들이 겨우 수습했다고 했지. 주민들은 조선인들의 시체를 이곳 오다야마 묘지 빈터에 겹겹이 묻었다고 했다. 화려하게 치장된 일인들의 묘 한구석에, 아무런 비석도 없이 그저 겹겹이 매장했을 뿐이었다. 그게 바로 오다야마 조선인 묘지라고 했다. 채 30평도 되지 않는 좁은 터에 80명의 원혼이 켜켜이 쌓여 있는 묘지인 것이다.
오다야마 언덕에 세워진 솟대 동포넷 방문단은 이틀째 되는 날에 오다야마 묘지를 참배했다. 70명 모두 숙연한 마음을 안고 동포들이 묻힌 작은 언덕으로 올라갔다. 섬나라 특유의 습기는 여전히 는지렁이처럼 온 몸에 달라붙었고, 한 걸음마다 땀방울이 솟구치는 날씨였다. 과연 이들은 왜 일본에 왔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음습한 묘지를 찾은 것일까? 아마도 그건 연민일 것이다. 아마도 그건 이국에서 잊혀져간 동포들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하늘을 보니 새하얀 구름들이 이리저리 흐르고 있었다. 고향 땅에서 일인들에게 강제로 끌려간 그님들이 입었던 그 순백의 옷처럼, 하얀 구름들은 일본의 하늘가를 떠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