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40개 역사ㆍ교육단체로 구성된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이 지난해 12월9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방문해서 '부당한 역사교과서 수정지시'와 '채택 변경지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권우성
지난 4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발표했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수구의 시각에서(저들에게 보수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 않다) 우리의 역사를 재편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미디어법 관련 소동과 전교조에 대한 유례없는 탄압,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역사교과서의 수정 문제 등이 일어난 이유는 전부 한 가지 이유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정권의 재창출이다. 그렇다면 정권의 재창출과 역사교과서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저들이 이렇게 역사교과서에 집착을 하는지, 지방 한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나라당과 수구 세력들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10년을 잃어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로 20~30대의 진보적 성향과 반한나라당 정서를 꼽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20~30대의 진보적 성향과 반한나라당 정서가 무엇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할까?
지금까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밀려난 후 굉장히 서민적으로 보이려 노력했고 많은 시민사회단체에 다가가려고도 노력했다. 하지만 유독 전교조에만은 대립각을 세워 맹렬히 공격했던 것만 봐도 저들이 교육에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저들은 김대중 정부 들어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세력이 커지면서 학교 교실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념 교육이 되고, 그로인해 젊은 층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역사교과서를 공격하는 이유이렇듯 그들은 자신들을 이념 교육의 피해자라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다시 예전으로 바꾸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 중 바로 하나가 이 역사 교과서 문제다. 지난해 말 서울을 중심으로 벌어진 고등학교에서의 이상한 근현대사 강연이나, 같은 시기 금성출판사가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나서 집필진 등에게 고발당한 사건 등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역사 교육'에 집착하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게 됐으니, 그럼 근현대사와 역사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분단을 겪으며 많은 모순을 안게 된다. 특히 해방 이후 남한은 친일파를 청산하는 데 실패했고, 오늘날까지도 친일파의 후손들이 정치계, 교육계는 물론 사회 곳곳의 요직에 진출해 있는 실정이다.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세탁하기 위해 반공을 강조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분단은 더욱 더 고착화 된다. 물론, 분단과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반드시 친일파 청산 부재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7차 교육과정(1997년 확정 고시)이 시행되면서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 과목이 독립하게 되었고, 그동안 진도 등의 문제로 11월이나 12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충대충 넘어가던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근현대사 과목을 따로 떼어내 배우다 보니 해방이후 우리 현대사의 실체에 대해 학생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곧 많은 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던 것 같다.
지난해 이명박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촛불시위의 중심에 유독 중고생들이 많았던 것에 대해서도 아마도 저들은 이러한 교육의 문제로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저들은 전부터 조금씩 문제로 제기해 왔던 역사 교과서를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익'을 위해선 역사왜곡도 서슴치 말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