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북한 방문을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미스터 앤 미세스 클린턴과 한반도' 글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차 의원은 "클린턴 가족이 한반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면서 "얼마전 미세스 클린턴이 북한에 대해 으름장을 놓았는데 이번엔 미스터 클린턴께서 몸소 북한까지 방문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면서 부부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얼마나 마음이 상했으면 빌 클린턴은 '미스터' 힐러리 클린턴은 '미세스'라고 했다.

차 의원은 이런 상반된 행보가 "한국 사람들은 참 당황스럽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편에선 미국이 원래부터 북한과 긴장관계를 지속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편에선 이번에 미스터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그냥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것 뿐이고 미국의 북핵 불인정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는 그는 "내막이야 어떻든 나는 우리 한반도 문제가 미국정부의 공식 인물도 아닌 특정 가족의 이중적 행동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불만이다"고 했다. 참 이상한 해석이다. 왜 그는 '특정 가족'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지는 무게감을 애써 지워버리려고 노력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 북한 방문이 미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진 일일까?

특히 이번 클린턴 방문은 미국 두 기자 석방을 위한 일이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는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전직 대통령이 가는 미국을 부러워하지는 못할 망정 한반도 문제에 클린턴 부부가 개입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집권 여당 수석 대변인과 국회의원이라는 데 어이가 없다. 자국민 보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일이 먼저이다.

미국의 모호한 행동에 불만을 표시한 그는 대뜸 "미국과 한국 관계가 많이 달라졌다"며 "이제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상대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도 우리만이 아니라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다"면서 "그렇다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이스라엘이 미국에게 하듯, 북한이 중국에게 하듯, 우리도 이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이상 안보문제, 경제문제에서 미국의 우산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미국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 목소리를 내자는 말은 지난 노무현 정부때 들었던 말이다. 그때 한나라당은 미국을 버렸다면서 맹비난했다. 한미동맹을 무너뜨린 좌파정권이라고 얼마나 비판했던가? 이명박 정권 외교정책도 한미동맹강화이다. '한미동맹강화'를 목놓아 외쳤던 한나라당 의원 중 한 사람이 클린턴이 북한 방문 했다고 우리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

미국 우산에서 벗어나는 일은 무엇일까? 국방위소속 김성동 의원이 지난 5월28일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이 중국을 움직여 북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효과적 방법"일까? 아니면 미국에게 '우리도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있으니 당신들 마음대로 하지 마시오'라고 할 것인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당 국회의원이 별 생각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가 분명 변하고 있음을 안다면 이런 글은 쓸 수 없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변화는 국제관계를 읽을 능력이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나라를 도와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