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등록 2009.08.08 13:27수정 2009.08.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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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자동차의 점거파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대립과 갈등, 폭력과 그에 맞대응하는 더 큰 폭력의 모습과, 자칫 인명이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안타까움을 주던 쌍용차 파업이 마무리되어 일단 다행입니다.

 

물론, 파업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파업을 해야했던 이들의 간절함과 그들과 맞서야했던 '동료'들의 간절함에는 거짓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간절함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들 사이에 깊게 새겨진 상처도 선명하게 그리고 오래 남을지 모릅니다.

 

부상당한 이들도 많았고, 경찰이 마치 테러진압을 하는 것처럼 최루액, 테이저 건, 고무총 등의 각종 병기와 '특공대'를 투입시키며 노동자들끼리도 서로 '새총'을 쏘아대며 공방했던 쌍용차 파업은 마무리되었지만,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은 듯 합니다.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직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고, 파업에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말이지요. 아마 점거기간 77일보다 훨씬 더 길고 괴로운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쌍요차 파업을 놓고 사람들이 옳고, 그르다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언론사, 방송사 및 각종 매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옥신각신하며 말을 이어가고 있지요.

 

논점은 '약자를 보호해야' vs '폭력은 용인하면 안된다.' 라던가 '생존권' vs '귀족노조' 같은 이야기들이지요.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며칠 전 한 사람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의 인물과 행동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유명한 방송인 김제동 씨이지요.

 

그는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말자.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논점에서 파업에 참여한 이들을 옹호하는 입장입니다.

 

방송인이 그것도 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인물이 그런 발언을 했다고 반색하는 이도 있고, 실망하는 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굉장히 원색적으로 비난하더군요. '빨갱이, 좌빨...' 뭐 기타등등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유명한 방송인의 말이라 그런지 파장이 작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어떤 이는 김제동 씨를 걱정하더군요. 방송인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말해서 곤혹스럽게 되지 않을까 하고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호감을 잃게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말들 사이에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묵'하는 사회가, 혹은 '침묵'과 '신중'을 강요하는 그 정도가 더 강해져 간다고 말이지요.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소신을 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사회의 각종 사안들에 대해 입장을 말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의 대립과 중재, 해결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어내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게다가 이는 어떤 사안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될 때면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견이 팽팽히 갈라지는 사안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그것의 동의나 지지를 구하는 정치인의 모습, 때로는 반대하는 의견과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 그리 많지 않은 듯 합니다. '당론'이 정해지길 기다린다거나, '대세'가 판가름나길 기다린다거나 하는 정치인의 모습, 그러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얼버무리는 모습을 우리는 꽤 자주 봐오지 않았던가요.

 

정치인이 그러할진데, 하물며 '보통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 그 가르침을 기억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배워가는 것, 누군가가 '철 든다.'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기보다는 신중하고 말을 아끼고, 때로는 침묵하는 것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 아니던가요.

 

우리 현대사에서는 '선명하게 자기 입장을 밝히는 사람', 그 중에서도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권력 앞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쉽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멀게는 '진보'라는 가치를 선명히 외쳤던 진보당 사건이라던가, 가깝게는 '광우병'을 언급했던 PD수첩, 그리고 항상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유도했던 정치가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말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출마를 발효하는 연설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하지요.

권력과 불의 앞에 침묵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걱정어린 교훈,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부끄러운 교훈이 너무도 길게 이어지고 있는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곳에서, 다름이 없을 수 없고 그에 따른 반목과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회통합'이 우리 사회의 제 1과제라고 중학생 사회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그 다름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야 논쟁이 이어지고, 발전할 것 아니겠습니까?

 

소모적이라고 비효율적이라고 그런 논쟁에서 한발 물러서고 '차이'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그 사회통합에 반하는 행동이 아닐까하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무모하고도 독선적인 권력 앞에서, 그리고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그리고 그 속에 침묵한 체 살아가는 수많은 회색인들이 과연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대한민국에서 발전하는 미래, 보다 나아진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 우리 김제동 씨가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놔두지요.

 

그의 의견도 사회구성원의 의견이니까요, 그리고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당신의 의견도 자유롭게 발언하십시오. 당신의 의견 역시 한 구성원의 것으로 소중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것이 소중한만큼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발언할 기회를 공평히 나누어 주세요. 그렇게 우리의 말이 넘쳐나도록 해야, 의견과 입장이 넘쳐나게 해야만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하는 '과제'가 찾아질 것이고, 혼란이 차츰 정리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이런 토론 과정을 아이들이 사교육을 통해 배우게 하지 말고, 가정과 학교, 사회를 통해 배울 수 있게 해야지요.)

 

침묵하는 다수 속의 한 사람 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똑같이 발언할 기회를 주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 위기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숭악한(?!) 조선일보가 '똘레랑스'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2009년 대한민국.

 

당신은 과연 지금 당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나요?

아니면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나요?

그도 아니면 여러 의견들 사이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나요?

그것도 아니면 눈을 막고, 귀를 닫고, 입도 닫고 조용히 '안전선' 뒤에 물러나 있나요?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8.08 13:2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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