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손실액이 3천억이면 쌍용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쌍용차 파업 손실액은 어떻게 부풀려졌나?

등록 2009.08.10 16:57수정 2009.08.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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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쌍용자동차 노사가 77일 만에 구조조정안에 합의하고 극적으로 타결을 이룬 6일 저녁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박영태(왼쪽), 이유일 공동 관리인이 노사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77일 만에 구조조정안에 합의하고 극적으로 타결을 이룬 6일 저녁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박영태(왼쪽), 이유일 공동 관리인이 노사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제동이 트위터에 남긴 말처럼 쌍용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테이저건이니 디클로로메탄이니 하는 끔찍한 무기나 무자비한 경찰의 곤봉만이 아니다. 대량해고로 생기는 얼마의 현금 유동성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떠중이 자본으로의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쌍용차와 정부와 언론이 벌인, 쌍용차 노동자 혹은 대한민국의 노동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폄훼로 만들어진 '정신에 대한 유독물질, 노동의 가치에 대한 곤봉질' 역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

자본과 정부와 보수언론이 손잡고 벌이는 이 정신적 진압의 첫번째 필수요소는 이른바 '파업권에 대한 폄하'다. 일반의 권리인 파업의 권리를 소수의 이익인 경제적 이익과 한 저울에 올리고, 게다가 저울을 조작해 파업의 권리를 한 없이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든다. 파업은 '손실'로 치환되고, '조작된 손실'은 파업을 더욱 악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조작은 쌍용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쌍용은 왜 파업기간에 최대생산 계획을 세웠나?

쌍용차 사측은 파업기간 76일 동안 1만4590대의 생산차질이 있었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3160억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혹은 이 말이 사실이라면 쌍용은 정리해고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회사가 정상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선 생산대수를 살펴보자. 작년의 석유가격 폭등과 경제위기로 SUV와 대형차의 판매는 급감한 상태다. 때문에 쌍용뿐 아니라 미국의 빅3를 포함한 대부분의 SUV업체들의 생산량이 급감했다. 쌍용의 1월부터 5월까지의 생산량은 불과 1595대다. 쌍용은 판매부진으로 인해 극히 제한적인 생산만을 해오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쌍용의 생산설비가 년산 15만대 수준인 것과 판매부진으로 주간생산만 하던 것에 비춰보면, 월 6천대 연 7만대가 쌍용자동차의 주간생산의 최대생산량이다. 즉, 쌍용사측이 세웠다고 주장하는 76일간 1만4590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극단적인 제한생산을 하던 쌍용차가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후에 생산계획을 최대로 잡았다는 점이다.

물론, 판매가 증가한다면 생산계획도 확대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5-7월은 폐차인센티브 정책이 시행돼 실제로 자동차 판매가 늘었던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판매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실제 파업의 영향이 있다고 해도 이 기간의 판매는 오히려 1-5월의 수출 포함 월 2500대에서 1500여대로 줄었다는 보도가 있다.


심지어는 쌍용의 자산가치를 평가했던 회계법인이 산정한 올해 생산목표도 불과 2만7천여대로 6월부터 월 4천대만 생산하면 목표를 채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쌍용차 사측은 월 6천대 이상의 생산계획을 세운 셈이 된다.

쌍용차 사측의 주장대로 파업시기 생산계획이 1만4590대고 이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면, 이는 판매는 감소되고 회사는 회생절차를 위해 현금을 비축해야 하는 시기에, 더구나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는데, 쌍용차사측은 월판매량의 3배가 넘는 재고를 떠안아야 할 만한 양의 생산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쌍용차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흠집을 내기 위해 피해액을 부풀리고자 계획에도 없던 생산을 있는 것 마냥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혹은 정말로 정리해고 해야 할 대상을 찾았다. 저런 정신없는 생산계획을 세운 담당 임원을 하루 빨리 정리해고 하지 않고서는 쌍용회생은 없기 때문이다.

안 만들고 안 팔았는데 왜 손실액은 3000억이나 될까?

두번째로 손실액을 살펴보자. 쌍용차 사측은 1만4590대의 생산차질로 3160억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대충 나눠보면 대당 2100만원 정도로 산출한 것 같으니, 이것은 판매손실액일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쌍용이 차 한 대에 2100만원씩 남겨먹고 있었단 말인데, 그럴 가능성은 우선 배제하자.)

판매손실액이라는 것은 차가 판매될 때 성립되는 손실액이다. 쉽게 말해서 생산도 안 하고 판매도 안 했으면 손실은 제로라는 이야기다. 물론 멀쩡한 공장에서 생산을 안 하는데 당연히 손실은 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준을 판매손실액으로 하려면 예상판매량으로 손실액을 산정해야지 생산량으로 손실액을 산정할 수는 없다. 파업기간의 판매량, 아니 후하게 파업 전의 판매량인 2500대 기준으로 봐도 판매 손실액은 천몇백 억대로 보는 게 타당하다. 거기에 영업이익을 후하게 20% 정도로 쳐줘도 쌍용이 입은 온전한 의미의 손실액은 300억대 정도로 봐야 한다.

혹은, 판매가 적극적이지 않았으므로 어차피 생산해도 이익이 얼마 늘지 않았을 거란 가정하에, 이 기간 생산을 못했으므로 다른 기간에 생산을 하기 위해 들어갈 비용, 가령 추가노동비용으로 손실액을 산정할 수도 있다. 뭐 이렇게 계산하면 추가비용 즉 손실액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쌍용은 생산설비가 남아돈다. 추가임금 없이 기존임금으로도 생산차질분은 충분히 메우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쌍용사측이 처음 계획한 2600여명을 해고해서 아끼는 돈이 1년에 1300억 정도밖에 안되는데, 3100억의 파업비용을 감수했다면, 경영원칙이 비상식적으로 완고하거나 쌍용이 왜 망했는지를 설명해주는 경영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쌍용노조의 파업이 끝났다. 자, 다음달부터 쌍용은 70일마다 1만5000대의 차를 생산하고 3100억 가까운 이익을 볼까? 그렇지 않다. 혹은 그렇다면 쌍용의 앞날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리고 쌍용노조의 파업으로 1만5000대의 생산차질과 3100억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도 '그렇지 않다'.

국민의 권리에 헐값 매기는 못된 저울이 있다

쌍용사태는 일단락 되었지만, 앞으로도 모든 파업에는 '손실'이라는 조작된 저울이 따라다닐 것이다. 쌍용사태에서는 5000명의 파업권과 2000여명의 고용권이, 그저 부풀려진 3100억보다 가치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런 못된 저울질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다음에는 주거할 권리가, 행복할 권리가, 남과 평등할 권리가 혹은 당신의 생명이 이 고장난 저울에 올려져 헐값이 되어버릴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못된 저울이 있다는 것, 그것이 쌍용사태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 중 하나다.
#쌍용차 #쌍용파업 #쌍용자동차 #노동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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