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 사천왕이 지키는 천왕문에 구멍이!

부천 보운산 석왕사의 특이한 천왕문-범종루

등록 2009.08.10 15:45수정 2009.08.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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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을 수호하는 외호신(外護神 : 불국 정토의 외곽을 맡아 지키는 신)이자 선신(善神)인 사천왕이 모셔진 전각을 천왕문(天王門)이라 합니다.

사천왕은 고대 인도종교에서 숭앙했던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석가모니에게 귀의하여 부처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천왕들은 수미산 중턱 지점의 동서남북에서 그들의 무리와 함께 불법을 수호하고 인간의 선악을 관찰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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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도심에 자리한 석왕사 천왕문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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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왕사를 찾은 불자가 천왕문 앞에서 절을 한다. ⓒ 이장연


그래서 사찰의 일주문과 불이문 중간에 천왕문이 자리하고 있고, 대문의 좌우에는 금강역사(金剛力士)가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찰에서는 일반적으로 천왕문 대문에 금강역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천왕문 안쪽에 조각상을 만들어 세우기도 하고, 금강역사만 따로 안치한 금강문을 천왕문 앞에 세우기도 한답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찾아간 부천 보운산 석왕사에도 천왕문이 있습니다. 인근 도로와 도심 사찰이라 그런지 일주문과 천왕문은 육화전을 중심에 두고 양 길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석왕사 천왕문은 특이하게도 사찰의 종을 달아놓는 범종루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천왕문 위에 범종루가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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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루가 천왕문 위에 자리하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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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 안에는 사천왕상이 자리하고 있다. ⓒ 이장연


그리고 사찰을 지키고 악귀를 내쫓아 청정도량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하고, 수행자들의 마음에 깃든 번뇌와 좌절을 없애 한마음으로 정진하게 하는 천왕문에는 지국천왕-증장천왕-광목천왕-다문천왕 조각상이 당당히 서있습니다. 불거져나온 부릅뜬 눈, 치켜올려진 검은 눈썹, 크게 벌린 입이 두려움을 떨게도 하지만, 천왕상을 보고 또 보면 정감이 가는 '훈남'입니다.

그런데 훈훈한 사천왕상이 자리한 석왕사 천왕문 천장에 구멍이 뻥 뚫려 있습니다. 그 구멍으로는 위층에 걸려있는 범종의 속살이 얼핏 보입니다. 범종이 울릴 때 그 구멍으로 어떤 소리가 쏟아져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헛된 욕심과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소리가 천왕문에 가득 울려 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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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창을 들고 선 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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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석왕사 #천왕문 #범종루 #사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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