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역 예정 조종사, '비행군무원' 전환 추진

조기 전역 막기 위한 '고육지책'

등록 2009.08.10 16:13수정 2009.08.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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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T-1 훈련기 앞의 조종사들 공군 KT-1 훈련기에서 내리는 교관 조종사와 조종 훈련생들. (사진과 기사내용은 직접 관련 없음)

KT-1 훈련기 앞의 조종사들 공군 KT-1 훈련기에서 내리는 교관 조종사와 조종 훈련생들. (사진과 기사내용은 직접 관련 없음) ⓒ 공군


국방부와 공군이 전역예정 현역 조종사를 '비행군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해 군에 계속 근무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급에서 탈락해 전역을 해야 하는 조종사들 중 올해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93명을 특정직공무원인 비행군무원으로 채용해 비행교육대대 교관(53명), 지상시뮬레이터 교관(40명)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군 당국의 이런 방안은 말 그대로 '고육지책'이라고 할만하다.

군을 떠나는 공군 조종사의 숫자는 2004년 40명에서 2005년 81명, 2006년 99명, 2007년 138명, 2008년 140여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숙련된 조종사들의 조기 전역문제는 매년 국방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사안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전역신청 조종사의 65.7%가 소령 계급이라는 것이다. 공군에서 소령급 조종사들은 각 비행단에서 편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 전력의 핵심 자원들이다. 대략 10년차 교관급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2008년 기준으로 항공기 감가상각비 47억원, 장비유지 및 유류비 37억원, 기지지원간접비 33억원, 인건비와 생도 교육비 6억원 등 총 123억원 가량이 든다.

임관한 지 10년이 지나야 소령 진급이 가능하고 사관학교 출신의 경우 의무복무 연한이 13년(공군 ROTC와 조종장학생 출신의 의무복무 연한은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한창 비행기량을 꽃피워야 할 조종사들이 군문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비행단에서는 소령급 조종사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꾸기 위해 비교적 비행 경험이 일천한 중위와 대위급 조종사들이 적정 인원보다 20~50% 초과 편성되어 있는 형편이다.

조종사들이 군을 떠나는 데는 인사적체 때문에 진급이 어렵고 계급정년까지 있는 상황에서 미래가 불확실한 군 생활을 하느니 정년이 보장되고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민간항공사로 가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는 계산이 있다. 여기에다 만 40세 이상의 전역 조종사는 뽑지 않는 민간항공사의 인사정책이 조종사의 조기전역을 부채질하고 있다.

보통 23세에 임관하는 공군사관학교 출신 조종사가 의무복무를 마치면 36세 전후가 되는데, 소령의 계급 정년은 46세로 정해져 있으니 중령 진급에 실패하면 군복을 벗어야 한다. 이때는 전역을 해도 받아주는 민간항공사가 없으니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의무복무를 마친 조종사들은 진급과 전역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중령과 대령 정원(TO, Table of Organization)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진급을 보장해 줄 방안도 없다.

한때 공군에서는 정부부처와 협조해서 민간항공사 취업제한 연령을 49세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된 바도 있지만, 민간항공사들의 반발로 유야무야 되었다. 부기장 정년이 55세이고 기장 정년이 60세인 민간항공사들의 인사규정상 40대 중반 이후의 전역 조종사가 입사했을 때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는데 필요한 10년 안팎의 시간을 감안하면 기장이 되고나서 불과 4~5년 사이에 정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역조종사 문제는 공군과 민간항공사간에 접점을 찾기 힘들다.


군 당국은 조종사들의 무더기 전역 사태를 막기 위해 각종 수당들을 현실화하고 상위계급 진출률을 높이기 위해 정원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이도 쉽지 않다. 예산문제와 공군 내 타특기와의 형평성 문제로 보수 수준을 민간항공사 수준으로 현실화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군조직의 특성상 진급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안이 "근원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우수한 조종사들이 진급에서 탈락한다 하더라도 군에 남아 후배들에게 비행 기량을 전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3급 비행군무원의 처우는 민간항공사 기장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젊은 조종사들의 조기전역을 방지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군 조종사(중령) 출신의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조종사의 직업보도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젊은 조종사들의 조기 전역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역을 희망하는 조종사들이 단순하게 처우문제나 진급문제로 군을 떠나는 것은 아니"라며, "불합리한 군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만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군 조종사 #조종사 조기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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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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