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생태하천, 1년 정도는 그대로 두자"

'창원생태하천복원사업 주민간담회' 열어... "주민이 잔소리꾼 돼야"

등록 2009.08.11 10:30수정 2009.08.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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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하천을 위해 처음으로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는데, 주민들이 의견개진을 해도 공무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큰 사건이 터졌다고 본다."

 

"왜 애초에 큰 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나.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수도 있다. 시설물을 철거하지 말고 1년 정도 그대로 두고 물길을 살펴봐야 한다."

 

"주민들은 세금 다 떠내려갔다고 난리다. 생태하천 조성에 주민들이 직접 잔소리꾼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복원공사를 해야 하는데 세금을 또 헛되게 쓰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3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음정천을 중심으로 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3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음정천을 중심으로 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 모인 주민들이 쏟아낸 말이다.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이날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창원생태하천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대암산에서 내려와 가음정동을 중심으로 흐르는 '가음정천'의 생태하천공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불모산·성주사 방향에서 내려와 창원공단을 관통하는 남천(14일)과 용추저수지에서 내려와 창원시내를 흐르는 창원천(11일)에 대한 생태하천도 따져보는 주민간담회도 열린다.

 

환경부와 창원시는 2007년부터 3개 하천에 대해 '생태하천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공사는 2008년부터 시작해 2011년까지 총 500억 원이 들어가는데, 70%가 국고다. 창원시는 람사르당사국총회(2008) 때 생태하천에 대한 국제발표회까지 열어 자랑하기도 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중순 내린 집중호우로 그동안 조성해 놓았던 대부분의 시설물이 떠내려갔다. 낙차공, 둔치, 관찰데크 등이 폭우로 모두 무너져 내렸다. 창원시가 밝힌 피해액만 35억 원이다. 국민혈세가 마산만으로 떠내려가 버린 것이다.

 

이들 하천에 대한 복구공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완공되지 않은 공사는 재해복구비에 포함시킬 수 없다. 새로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전 방법으로 복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료만 살펴보거나 간혹 와서 보는 전문가의 눈이 아니라, 하천을 집 앞뜰처럼 끼고 사는 주민들의 눈으로 하천을 가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취지로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가 3개 하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모아 놓고 간담회를 연 것이다. 당초 이 단체는 창원시에 주민간담회를 공동으로 열 것을 제안했지만, 창원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저녁식사를 마친 주민들이 모이기 편안한 시간을 택해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7월 폭우가 오기 전까지 가음정천 생태복원공사는 80%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이 사업에는 7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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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범사업으로 추진된 창원 남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이 최근에 내린 폭우로 그동안 설치해 놓은 시설물들이 떠내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7월 17일 남천에서 복구공사를 벌이는 속에 흙탕물이 마산만으로 내려가는 모습. ⓒ 윤성효

국가시범사업으로 추진된 창원 남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이 최근에 내린 폭우로 그동안 설치해 놓은 시설물들이 떠내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7월 17일 남천에서 복구공사를 벌이는 속에 흙탕물이 마산만으로 내려가는 모습. ⓒ 윤성효

김상석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열린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에 앞서 가음정천의 생태하천사업과 관련해 설명했다. ⓒ 윤성효

김상석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열린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에 앞서 가음정천의 생태하천사업과 관련해 설명했다. ⓒ 윤성효

"생태하천, 나는 이랬으면 좋겠어요"

 

주민간담회는 '생태하천, 나는 이랬으면 좋겠어요'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주민이 생각하는 생태하천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날 사회를 본 이종엽 창원시의원은 "여러 시설물이 유실되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높다"면서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 없고, 주민들이 생각하는 의견들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김상석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 하천 복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 하천은 치수 기능이 강했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면서 "하천 본래의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공사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목표 중심이다"며 "하천의 재자연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일방적으로 추진했으나 이제는 주민이나 전문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집행위원장은 "자료를 보고 한 순간에 와서 하천을 보는 전문가보다 하천 옆에 살며 매일 보는 주민들이 그 하천에 대해서는 더 잘 안다"면서 "주민과 지역이 중심이 되고, 관은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해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주민들이 의견 개진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2007년 11월 환경부로 찾아가 협약서를 반납하려고까지 했다"면서 "하천 바닥을 돌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 때부터 지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하천은 공원화 내지 놀이공간으로 전락했는데, 친환경적이거나 원래 환경적 목표로 돌려야 한다"면서 "원래대로 복원할 수 없으니까 원래 하천에 가장 가깝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주민간담회 사회를 보고 있는 이종엽 창원시의원의 모습. ⓒ 윤성효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주민간담회 사회를 보고 있는 이종엽 창원시의원의 모습. ⓒ 윤성효

"돈 투자한 만큼 다 떠내려 가버렸네"

 

주민들의 온갖 지적이 쏟아졌다. 한 주부는 "꽃이 있는 하천으로 가꾸겠다고 해서 무슨 식물을 심어 놓았는데, 비가 적당히 오면 푸른 색깔을 띠고 있어 좋더라"면서 "그런데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비틀어져 흉물스럽게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는 "산책로가 황토인지 폐타이어인지 모르겠는데 그런 물질보다는 돌로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종엽 의원이 가음정천 사업에 7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하자, 주민들은 "우와 그렇게 많이 들어가느냐"며 놀랐다. "돈 투자한 만큼 다 떠내려 가버린 것이네"라는 말이 나왔다.

 

또 "외국이나 다른 지역에도 엄청난 폭우가 오더라도 하천은 괜찮다고 하는데 창원은 왜 그렇느냐"는 말이 나왔다. "현재 방식으로 다시 공사를 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거나 "민관 합동으로 철저하게 조사해서, 다시는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김진숙(39)씨는 "이번 폭우에 특히 철구조물이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은데, 철구조물을 없애야 할 것"이라면서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시설물이 물 흐름에 장애를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상류 쪽에 갈대숲을 조성하겠다고 버팀목에 갈대를 끼워 넣은 형태인데, 큰 물살로 다 떠내려 가버렸고, 그런 시설물들이 하류로 내려가서 하천을 막아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비가 올지 모른다"면서 "시설물을 철거하지 말고 그대로 1년 정도 두고 물길을 관찰한 뒤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 대방동에서 왔다고 한 남성은 "자전거를 타고 와서 가음정천을 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처음에 생태하천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기뻤다"면서 "그런데 창원시에서 너무 짧은 시간에 급하게 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 폭우를 계산해서 하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파괴된 곳을 그대로 두고 물길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본 뒤, 자연형 하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와 민생민주창원회의는 10일 저녁 창원 가음정공원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과도한 시설물이 홍수 피해의 원인"

 

창원시 생태하천조성사업을 추진할 때 자문역할을 했던 박재현 교수(인제대)가 앞에 섰다. 그는 "하천복원은 관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문제다"며 "창원시는 열정이 많았고, 공원 형태로 욕심을 내다보니 과도한 시설물이 들어갔고, 그러다보니 홍수 피해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니 지적 내용이 정확하다"면서 "주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폭우 때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상실감도 컸다"고 덧붙였다.

 

손석형 경남도의원(창원)은 "폭우 피해를 입은 뒤 사람들을 만나면 '세금 다 떠내려 가는데 도의원들은 뭐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새로 공사를 하더라도 관 주도보다는 주민들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주민이 잔소리꾼이 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복원공사를 하더라도 세금이 헛되지 않도록 주민들이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점임 경남한살림 환경교육센터 간사는 "주민들이 모니터링을 해서 그 자료를 시에 전달해 참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영 가음정동 동장은 "여러가지 지적이 나왔는데, 좋은 하천이 되도록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환경단체는 하천에 있던 콘크리트부터 다 뜯어내고 난 뒤 1년 정도는 지켜보자고 했다"면서 "그러면 그 자리에 풀도 자라고 꽃이 피면 나비와 잠자리가 찾아올 것이고, 물고기도 살 것이며, 나중에는 어린이들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상태로 1년 정도는 그냥 둔다면 자연스럽게 구불구불 생긴 물길이 생겨날 것"이라며 "물은 창원시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자기 갈 길을 막으면 뚫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엽 의원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때 하천도 살려내고 예산낭비도 줄일 수 있다"면서 "창원시가 시민조사단을 만들지 않으면 주민 스스로 만들어서 활동하고, 하천이 주민들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08.11 10:30 ⓒ 2009 OhmyNews
#생태하천 #창원천 #가음정천 #창원시 #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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