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강릉행'이 예사롭지 않다.
박 전 대표는 11일 오는 10월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심재엽 전 의원을 찾아 힘을 듬뿍 실어줬다. 공천 심사를 앞둔 '지원사격'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바라보는 '친이' 측의 눈길이 곱지 않은 이유다.
심 전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총괄위원회 부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박 전 대표 "저와 각별한 사이" 친분 과시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도 강릉시의 심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의 뜻을 확실히 했다. 심 전 의원은 현재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저와 심 위원장과 아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요, 제가 당 대표로 있었을 때나 그 후에도 여러가지 많은 일을 했고 또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바라는 점을 의식해 "지난 2005년 심 위원장과 유럽을 방문했을 때, 평소엔 과묵하신 분이 유럽의 국회의원이라든지 동계올림픽 관계자를 만나면 열정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세일즈맨'이 되시더라"고 심 전 의원을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이런 심 위원장이야말로 외유내강, 소리없이 강한 분"이라며 "심 위원장에게 용기와 힘을 많이 북돋워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심 전 의원도 박 전 대표를 향해 "찾아주셔서 너무너무 고맙다"며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나가는 길에 있어서 제가 미력이나마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드려서 잘된다면 그것이 바로 강릉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 "선거운동엔 관여 않겠다"... 박희태 대표 지원도 안 할 듯
박 전 대표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지원발언을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총선과 지난 4월 재·보선 등 잇단 선거에서 박 전 대표는 당의 지원 요청에도 '침묵'을 지켜왔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심 위원장은 나를 굉장히 많이 도와주신 분으로 이런 축하자리에는 의리상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개소식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10월 재·보선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지원유세는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경남 양산 출마를 마음먹은 박희태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바라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는 '박 대표가 선거에서 친박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선거와 관련해서는 제가 여태껏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부글부글 끓는 '친이' "사실상 공천 요구한 것"
이날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친이' 측은 부글부글 끓었다.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당 지도부에 심 전 의원의 공천을 요구한 셈이나 마찬가지란 반응이다.
한 의원은 "강릉에 심 전 의원을 공천하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불쾌해했다.
한편, 이날 심 전 의원의 개소식에는 서상기·한선교·유정복·이정현 의원 등 친박 의원들과 중립성향의 남경필 의원이 참석했다.
2009.08.11 17:2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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