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위해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역사적인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마침내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상봉했다. 그 장면을 어느 작은 이발소에서 바라보던 나는 목놓아 울었다.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주일 설교로 "드디어 다윗이 골리앗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땅에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라는 말로 기염을 토했다.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많은 예배참가자들이 열렬히 그 말씀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도저히 그 자리를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예배시간에 뛰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상봉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평양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반세기를 대치하던 남북은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남북은 손을 맞잡았다.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평화의 한반도로 거듭났다.
보수층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그는 묵묵히 걸어나갔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엄청난 일을 해냈다. 세계도 이런 업적들을 인정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 물론 재임기간 동안 아픔도 있었다. 두 아들이 구속되었고, 수많은 측근들이 비리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그의 업적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18일 오후1시 43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마지막을 말을 우리에게 남기셨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할 것이다. 대구에서 그를 지지하던 필자도 매우 슬프다.
하지만 그의 서거로 그가 끝내 해내지 못했던 지역감정도 깨끗이 없어지길 바랄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셨던 분이다. 그가 마지막까지 안타까워 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셨지만 그가 남겼던 수평적 정권교체, 햇볕정책, IMF극복, 6.15남북선언, 노벨평화상 수상과 같은 수많은 업적들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조금만 더 사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래도 평안히 그를 보내드리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어, 행복했었다.
남북 화해의 전도사인 김대중 전 대통령시여, 평안히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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