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파이 사건' 로버트 김,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비통

대통령후보 당시 자택 방문 위로... 석방 후 동교동 찾아 감사 인사 '인연'

등록 2009.08.18 22:59수정 2009.08.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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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국내외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인과 인연이 각별한 로버트 김씨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로버트 김씨는 18일 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지 시각으로) 오전 5시쯤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생전에 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셔서 감사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다"고 마음 아파했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건강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은 보도를 접해 알고 있었다"면서 "막상 서거 소식을 들으니 사람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이어 "2005년 방한 당시 댁으로 찾아뵈었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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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DJ 서거 애도 로버트 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김범태

▲ 로버트 김, DJ 서거 애도 로버트 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김범태

로버트 김씨는 지난 1996년 미국 해군정보국(ONI) 정보분석가로 근무하다 군사기밀을 주미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한국에 넘겨준 혐의로 구속되어 미 사법당국에 의해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로버트 김씨의 인연은 199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방문길에 김씨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가족들을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직시 공개적이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김씨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는 이후 2005년 11월 형집행정지로 자유의 몸이 되자 1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부인 장명희 여사와 함께 김 전 대통령 내외를 방문해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이었던 백동일 예비역 대령 등과 함께 동교동을 찾았던 김씨는 이 자리에서 그즈음 세균성 폐렴 증세로 치료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며 "사랑해주시고 염려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모든 것을 훌륭하게 견디고 잘 처신해주어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이희호 여사도 "오랫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김씨 부부를 격려했다.

 

김씨는 "한미 관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상심이 컸을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을 배신한 것도 아니고, 돈을 받고 한 일도 아니다. 양국 모두에 떳떳하다.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되기 위한 충정에서 한 일인데, 오히려 우리 정부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밖에 김씨의 가족관계와 거주지, 건강상태와 직업,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연금도 못 받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한편 로버트 김씨는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으며, 당분간 방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2009.08.18 22:59 ⓒ 2009 OhmyNews
#로버트 김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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