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어도 서울역은 서울 것이 아니네"

풍수와 문학이 있는 서울역에 대한 몇 개의 단상

등록 2009.08.19 14:34수정 2009.08.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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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시계 탑 앞에서 만나자
서울역시계 탑 앞에서 만나자송유미

서울역 시계탑 시계는 째깍째깍 뒤로 간다

서울역은 유안진 시인의 시처럼 정말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의 것이 아닌 그런 공간이다.
그래서 서울역은 누구나에게 고향역 같이 정든 역. '누구에게는 여행길', '또 누구에게는 퇴근길', 또 그 누구에게는 '고향으로 가는 길'의 서울역, 서울역에서  핸드폰 없던 시절에서 사람 만날 시에는 언제나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나야 했다. 서울역 너무 넓어서 찾기 힘들어 만나기 보다는 자칫 엇갈리기 쉬워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기차 시간에 쫓겨 고향을 내려가기 바쁜 언제나 경향 각지 사람들이 붐비는 만원의 서울역.


2년전 서울 역 풍경 그 서울역사
2년전 서울 역 풍경그 서울역사송유미

서울역 옛 이름은 남대문 정거장

서울 중구 봉래동 2가 122번지에 위치하는 서울역은 사적 제 284호로 지정된 건물. 신 서울역사가 생기면서 그동안 구 서울역은 노숙자들의 아지트 같이 방치되고 있어 미관상 매우 거슬렸다. 그러나 구 서울역은 곧 원형이 복원되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선보일 모양이다.

구 서울 역은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의 건물로 1925년에도 지어졌다. 그때 이름은 '남대문 정거장이다. 이 남대문 정거장이 지어질 때 방화 부적이 든 물항아리를 상량할 때 더불어 올렸다는 얘기가 풍문에 전해지고 있듯이,서울역은 풍수지리학상 양(火)이 센 곳이라고 한다.

희망을 향해 달려온 서울역
희망을 향해달려온 서울역송유미

"세상에 나와 제일 처음 본 서울역 앞 큰 건물"

1988년 새 역사 건립당시, 지하지상 30층이냐, 지하지상 33층을 짓느냐는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양에 세다는 음의 극수인 3+3=6으로 풍수 전통을 살리고, 또 수도의 중심역답게 모든 것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수인 33을 살리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을 수호할 수 있다는 개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역은 풍수 전통 상 화(火)에 속하고, 이 화는 모이는 것보다 흩어지는 형상을 취하고, 그래서 일까 서울역 항상 물처럼 흐르는 공간이다. 삶도 흐르고 시간도 흐르고 역사도 두 가닥 레일을 타고 흐르는 시간의 공간이자 역사의 공간이다. 

서울역 시계탑
서울역시계탑송유미

우리나라 베스트 셀러 소설이나 베스트 드라마의 무대로 자주 등장하는 서울역. 소설가 신경숙 역시 그의 소설 속에는 서울 역이 많이 등장한다. <외딴방>에서 그는 화자의 말을 빌려 서울 입성의 첫 인상을 이렇게 술회한다.


"새벽에 봤던 서울역 대우빌딩을 잊지 못한다. 내가 세상에 나와 그때까지 봤던 것 중에 제일 높은 것이었다 "

이렇게 서울 역은 지방에서 처음 올라온 이들에게, 날로 발전하는 서울의 창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공간.

신서울역 만남과 이별의 정거장
신서울역만남과 이별의 정거장송유미

서울역, 역사로서는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건물

서울역 건물은 일본이 중국 대륙의 침략의 발판으로 경의선과 경원선을 이용하기 위해 1922년 6월에 공사하여 1925년 완공한 역사. 지하 1층 지상 2층의 돌, 벽돌 혼합 건물로 서양의 18세기 절충주의의 양식에 의해 지어졌다.

건물의 평면은 중앙부에 큰 홀을 두고, 그 앞쪽에 2층 높이의 큰 현관을 외부로 돌출시켜, 입구로 삼았으며, 홀 좌우에 2층 높이의 곁채로 연결하고 여기에 2층 건물을 덧붙였다.

지붕 앞옆에는 오똑한 탑을 세우고, 구리판으로 씌운 돔(dome) 지붕을 덮었다. 건물의 외형은 신축 당시 원형 그대로인데, 수도 서울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늘어나는 수송량을 감당하기 위하여 1960년대에 남부 서부 역사를 신설했다. 1988년 9월 신축하여 본역과 연결해 사용해 왔다.

복합문화 공간으로 태어나는 구 서울역
복합문화 공간으로태어나는 구 서울역송유미

시와 풍수가 있는 서울역

서울은 풍수에서 관악산이 화산이기에 그 불로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불은 불로 막는다는 맞불을 붙이는 뜻에서 숭례문의 현판을 세로로 세웠듯이, 서울 역 또한 화자(火車)임으로,
그 당시 남대문에서 청파 다리까지, 그리고 폭은 만리현에서 양동에 있는 남관제묘까지 무려 11만평이나 되는 큰 공사라서, 야기되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첫째, 천상천하 유아독존 임금님의 수원 참릉 길이 잘리게 되어서 불경 막심이요, 둘째 남관제묘의 지맥이 끊어지게 되니 큰일이요, 이에 '남지'에 화차가 머문다는 것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는 소치라 하여, 무녀들이 대거 총동원 남대문역 공사 현장에서 나타나서 연좌데모로 공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조정의 대신들까지 나서서 참릉길을 다치지 않게 하고, 당시 묻혀 있던 남지를 다시 파 놓은 것으로 민심을 수습하였다는 기록이다.

서울 이여 안녕
서울이여 안녕송유미

얽혀있는 레일에 얹혀있는 열차들은
다 신기하게 빠져 나가네

잡지 사는 아저씨 분홍 보따리 할머니
떠나 가는지 돌아가는지 음음

내겐 설레는 여행길 또 누구에겐 퇴근 길
또 누구에겐 정든 고향 길

오랜만에 온 서울역 여전히 북적이는 역
맥주에 오징어 꼭 땅콩을 사야해

오랜만에 벗어나요 가쁘게 숨 쉬는 서울
돌아올땐 또 반가운 회색 빛

어디 어디에 서는지
천안 역엔 호도과자 대전역 우동은 여전한지 음음

열차의 리듬에 맞춰 나의 휴식을 시작해
변하지 않은 칙칙 폭폭폭
<서울역>-'김광진, 유희열, 하림' 노래

서울이면서도 서울의 것은 아닌 서울역
서울이면서도서울의 것은 아닌 서울역송유미

시간이 만드는 문화유산, 서울역 원형 복원에의 기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호를 지을 때 제일 많이 쓰는 단어가 '중앙'이고, 그 다음이 '서울'이라고 한다. 서울은 옛부터 우리나라의 '중앙'이다. 그래서 속담에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역은 서울을 떠나는 서울 사람들보다 확실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목소리로 항상 시장과 같은 곳이다.

'경현록'에 "서울은 모든 지역의 근본이요, 임금은 모든 백성의 모범이니 서울에서 하는 일은 모든 지역에서 모두 본 받을 것이며, 임금이 좋아하는 바는 모든 백성이 모두 하고 싶어할 것이다." 적혀 있듯이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각 지방 사람들이 대학과 취직을 선호할 때 가장 1순위 희망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은 변방이 아닌 중앙, 이 중앙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자연질서처럼 거부할 수 없는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통과하는 서울의 성문과 같은 서울역의 원형 복원은 서울에 있어도 서울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국민의 기대되는 문화공간의 역할이라 모쪽록 기대된다. 시간이 모든 것을 문화유산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 역
서울송유미

나 자신이면서도
나 아니게 사는 나처럼
서울이면서도 서울이 아닌 여기는
세상의 한복판

벌집 쑤신 듯
팔도의 목청 제 빛깔대로 잉잉거리는 여기는
바람 일고 물결 엉키는 가슴팍도 한가운데

뒤웅박팔자들 어긋목지는 여기는
만남은 헤어짐과 떠남은 돌아옴과
동행되는 나란한 철길에서
문득 터득되는 세상살이의 이치

나 자신이면서도
나 아니어야 살 수 있는 나처럼
서울이면서도 서울이 아니어야 구실하는
역아 역아 서울역아.
<서울역>-'유안진'


손에 손잡고
손에손잡고송유미
#구서울역 #신서울역 #풍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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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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