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도서관 직원이 조화를 매만지고 있다.
선대식
"'식사는 했소?', '에어컨 때문에 좀 춥지 않소?'라고 묻는 자상한 분이셨는데…."19일 오후 서울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강종기(66) 관리반장은 눈시울을 붉힌 채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근무하던 강 반장은 2003년 김대중도서관 근무를 지원한 후, 6년 넘게 도서관 입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주일에 세 번씩 도서관을 찾았고, 직원들과도 식사를 자주 하셨다"며 "신년에 직원들이 세배하러 갔을 때, 대통령 내외분이 환하게 웃어주고 맞아주시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강 반장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충격으로 쇠약해지셔서 그 이후엔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며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실 때 설마 했다, 더 오래 사셔야 하는데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부터 강 반장은 하루 종일 김대중도서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지켰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관 직원들은 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직원들은 김 전 대통령과 맺은 소소한 인연을 기억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2004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도서관장을 지낸 류상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도서관에 (물품이나 서적을) 기증할 때 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 자주 만났다"며 "서거 소식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 자료를 모으면서 김 전 대통령께 어려운 부탁을 했을 때도 잘 도와주셨고, 심지어 결혼반지까지 내놓으셨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웃으면서 '류 관장이 나를 깨를 벗기네('다 가져간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서인 이충은(35)씨는 "김 전 대통령은 2년 전 여름에 직원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비서들이 (식사 비용을) 1인당 1만5천원으로 하자는 것을 내가 2만원으로 올렸다'고 농담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자상하고 유쾌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도서관 청소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우리와 식사를 자주 했고, 악수할 때마다 손을 꼭 잡아주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인사할 때마다 '건강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먼저 가시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