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대통령님 가시는 길에

등록 2009.08.20 12:00수정 2009.08.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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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슬프다. 아직은 버팀목이 절실한 이 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하루하루 마음 조이며 한여름 더위가 빨리 물러가기만을 바랐건만, 우리 곁을 떠나셨네. 결국 큰 별은 지고야 말았네.  김대중 대통령님 편안히 잠드소서.

 

행동하는 양심! 후광 김대중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 가장 빛나는 인물이었다.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으면서 민주화를 이룩했고, 이땅의 주인인 민초들의 삶을 보듬었으며, 민족분단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통합의 길을 제시했다. 일관된 철학과 실천적 삶은 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이다. 그분이 이제 우리 곁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자신의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한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로 우리는 우리의 육신과 정신 모두가 떨어져 나가는 충격을 감당해내야 한다. 왜 지금인가! 왜 지금 우리 곁을 떠나셔야 했나! 평생을 목숨 바쳐 이룩해 놓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풍전등화 같은 지금, 그토록 따뜻하게 보듬었던 서민들의 삶이 이토록 고단해진 지금, 8월의 무더위로도 녹여내지 못할 만큼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현실인 지금, 당신 없이 어떻게 이처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란 말인가! 망망대해 쪽배에 의지해 있는 무기력한 상황에서조차 이토록 막막할까! 님이 가신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당신을 그리워하며, 당신과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1971년 김대중 대통령님은 신민당의 대통령후보였고, 나는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이었다. 당시 3선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의 마각을 드러낸 박정희 정권은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조직하고 있었다. 나는 부정선거를 감시하기 위한 대학생 자원봉사 참관인단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지만, 바로 중앙정보부에 불법구금 되었고, 대통령선거도 할 수 없었다.

 

부정선거로 선거에서 석패한 김대중 후보는 선거 이후 나를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은 행동하는 양심의 중요성과 평화적인 남북통일 방안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철학과 정책을 설명했다. 이것이 김대중 대통령님과 나의 첫 번째 인연이다.

 

70~80년대를 민주화운동과 함께 했던 나는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었던 김대중 의장으로부터 서울 성북지역에 신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을 제안받았다. 그러나 당시 제도권 정치에 믿음을 주지 않았던 재야세력의 결정에 의해 나는 출마하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재야세력의 대표중 1인으로 1990년 당시의 평민당, 꼬마민주당, 재야세력의 야권통합 운동을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님과 정치적 인연이 시작되었다.

 

1995년 국민회의 창당에 참여하면서 수평적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던 나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오래된 인연으로 나를 신뢰했고, 초선 국회의원인 나에게 총재(김대중대통령) 특별보좌역과 당무위원 등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맡겼다. 37년의 세월 동안 신뢰하고 격려해 주신 김대중 대통령님께 개인적인 그리움과 존경의 마음을 전해 드린다.

 

슬퍼하자, 슬퍼할 수 있을 때까지 슬퍼하자, 훌륭한 지도자를 잃은 슬픔은 한없이 토해내야 한다. 슬픔의 끝자락에서 가신분의 유지를 받들어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을 결심한다.

 

김대중 대통령님께 약속드립니다. 민주주의 후퇴를 온몸으로 막아, 다시 민주주의 시대를 활짝 열겠습니다. 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지역과 사회계층의 화합과 통합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반목과 불신, 갈등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끝내고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만들겠습니다. 아! 김대중, 대한민국은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7천만 한민족은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사)지속가능발전진흥원 이사장

제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천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8.20 12:0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천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추도 #민추협 #부정선거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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