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짱] 슬퍼진 엄지짱... 김대중 전 대통령 쾌차 바랐는데

등록 2009.08.20 20:52수정 2009.08.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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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버린 엄지짱 소감문


지난 17일, '엄지짱'에 뽑혔다는 전화를 받았다. 흥분을 안고 당선 소감문을 써내려갔다.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슬픔으로 먹먹해왔고, 소감문을 찢어버렸다.

엄지짱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내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다 쓴 소감문을 갈아엎은 것일까?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술술 써내려갔던 그 소감문을.

내가 썼던 소감문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간호팀 여러분들! 김대중 대통령님도 쾌차하시게 힘내주세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투병하셨던 병원, 그곳에서 찍은 사진


사진을 찍은 곳은 바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 본관. 김 전 대통령이 투병하시다 고요히 눈을 감으신 곳이다. 사진을 찍은 날은 8월 11일, 고인이 숨을 거두시기 일주일 전이다.

그날도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았나 보다. 온갖 VIP급 인사들이 끊임없이 병실을 오갔다. 본관 출입문 앞을 가득 메운 취재진들은 VIP 인사들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방방 뛰고 있었다.


더 좋은 시민기자를 꿈꾸며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 나 역시 취재진 틈에 섞여 VIP들을 모질게 쫓았다. 내 임무는 어느 VIP가 오는지 확인하고, '녹음기'가 되어 그들의 말을 착착 받아 적는 것이었다. VIP들은 끊임없이 찾아오고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또렷이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행운(?)일까, 불행일까. 초VIP 이명박 대통령의 병문안 소식이 전해지며 난 도무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떠난 후에야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작은 여유가 느껴졌다. 내 눈 1m 앞에서 지나가는 이 대통령을 보며 들었던 무언지 모를 그 무언가도 사그라져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이 의사들이 놀랄 정도로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 또한 들었다.

그렇게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화장실을 나설 때, 바로 그때, 날 엄지짱으로 만들어준 '일단 씻어!'를 마주쳤다!

경쾌했던 마지막 말, 이제는 슬픔으로

영화 <JSA공동경비구역>과 <일딴 뛰어>를 패러디해 만든 '손 씻기 포스터'가 참 재미났다. 시선이 확 쏠렸다.

a  "화장실 앞에 붙은 손씻기 문구들이 재미나네요~영화 공동경비구역JSA와 일단뛰어 포스터를 패러디했어요! 손 잘씻고 건강합시다~ 한 번 잘 씻은 손 열 항생제 안부럽다네요~~^^" (엄지뉴스 송고 내용)

"화장실 앞에 붙은 손씻기 문구들이 재미나네요~영화 공동경비구역JSA와 일단뛰어 포스터를 패러디했어요! 손 잘씻고 건강합시다~ 한 번 잘 씻은 손 열 항생제 안부럽다네요~~^^" (엄지뉴스 송고 내용) ⓒ 이대암


잠깐! 손 씻으셨습니까?
내가 먼저 씻을거야! 일단 씻어!
한 번 씻은 손 열 항생제 안부럽다

포스터의 경쾌한 '센스'에 웃음이 났다. '센스'를 장착하니 교과서적인 바른 말의 딱딱한 수준을 넘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내 손을 바라보며 '잘 씻고 나온건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이 사진으로 엄지짱에 뽑힌 후 다시금 생각해봤다. 이 상은 과연 내가 받을 상이 맞나? 포스터에 적혀있던 '입원간호팀: 무균 패밀리가 떴다!' 이 분들이 진정 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찢어버린 소감문에서 간호팀분들에게 엄지짱의 공을 돌렸었다. 또한 간호팀이 보여주신 이 경쾌한 '센스'와 세심한 정성이 같은 병원에 입원중이셨던 김 전 대통령의 간호에도 꼭 전해지길 바랐었다. 

그러했기에 지난 소감문은 죽 밝고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김 전 대통령은 떠나셨다. 지난 소감문의 경쾌했던 마지막 말이, 이제는 마냥 슬픔으로 돌아온다.

"간호팀 여러분들! 김대중 대통령님도 쾌차하시게 힘내주세요.^^"

엄지짱 선정으로 치솟았던 흥분도, 이렇게 안타까움으로 바뀌어 버렸다.
#엄지뉴스 #엄지짱 #일단씻어 #김대중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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