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10대.
최재혁
고등학교 2학년인 이아무개양은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서울광장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호외를 들고 있었다. 시민들은 지나가다가 이양이 가슴 높이로 든 호외를 보고는 "무슨일이야", "어머! 김대중 대통령 돌아가셨어?"를 연발했다.
이양은 "아무래도 아직 사람들이 나라에 큰 일이 났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알리고 싶어서 들고 있어요"라며 "뉴스에서 호전된다는 소식만 전하니깐 저 역시 처음에 믿지 않았으니 시민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악수한 월드컵 대통령"이다. 이양은 "2000년에 전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 때 김정일이랑 악수하면서 세상이 난리가 났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고요, 열광적인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대통령이 함께 했던 것도 생각나요"라며 기억을 되짚었다.
나라를 뒤흔든 떠들썩한 일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연상했다. 하지만 호외를 들고 서울광장에 나오기까지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이양은 "아버지 고향이 광주인데 김대중 대통령의 광팬이세요, 민주화를 위해 끊임없이 싸운 분이라는 얘기를 듣다 보니 저 역시 이 분의 진가에 대해 알게 됐어요"라며 "조금 있다 아버지를 만나 함께 조문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DJ 빨갱이인 줄 알았지만 오해였다서울광장 분향소에도 많은 10대들이 친구들과 함께 조문을 왔다.
20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우희진양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왔다. 모두 고3이다. 학원 쉬는 시간에 짬을 내 분향을 했다. 우양은 "우리나라의 어른이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양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오해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경제를 망친 빨갱이인 줄 알았어요. 신문에서 그렇게 말했잖아요. 제가 많이 알지 못했던 거죠. 근데 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0교시 부활에, 빡세지는 야자(야간자율학습)에, 방패로 사람들 막 찍어대는 것을 보니 이건 뭔가 아니다 싶었죠. 괴산고에 가서 '하트 쇼' 연출 한 것은 결정타였어요.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해 많이 찾아봤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주변의 친구들은 우양의 말에 "맞아, 맞아"라는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이명박 정권은 인권을 탄압해요", "김대중은 한국의 만델라 아닌가요?",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을 편하게 살게 해주셨던 분"이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우양은 친구들과 학원으로 향하기 전 "학원 애들 대부분 슬퍼하고 조문도 다녀갔어요"라며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명박 정부에 열 받아 하고 있어요, 끝까지 괴롭힌 게 그들이잖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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