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리의 선생님"

등록 2009.08.21 18:53수정 2009.08.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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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오늘(21일)로 나흘째입니다. 1박 2일 동안 잠깐 다녀오는 바람에 분향소에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분향소에 가기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큰 아들과 막둥이는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돌아왔는데 딸은 아직도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아들 두 녀석은 공부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돌아왔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꾸중을 했을 것인데 오늘은 큰 녀석에게 빨리 가서 딸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아빠, 아직 공부도 끝나지 않았어요! 어디에 가는 거예요."
"시청."
"시청은 왜 가요?"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셨잖아.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힘쓴 분이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인사를 해야지."

 

경남 진주는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때처럼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만들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 때는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았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적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두 분 모두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똑 같이 힘쓴 분인데 말입니다.

 

a  아내, 큰아들, 딸, 막둥이, 조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아내, 큰아들, 딸, 막둥이, 조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아내, 큰아들, 딸, 막둥이, 조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추모를 다 끝내고 아이들과 함께 조의록에 글을 남겼습니다. 아내는 주소만 쓰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영원한 선생님"이라고 썼습니다. 아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원한 선생님"이라고 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당신 왜 '영원한 선생님'이라고 썼어요?"
"원래 '선생님'은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에서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깨닫게 하는 분인데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 그런 분이잖아요."

"당신 대단해요, 나보다 낫네."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보다는 '선생님'이 더 어울려요."

 

아내 생각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고민 끝에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인민주권을 위해 살다가 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원히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조의록을 쓰도록 했습니다.

 

"아빠 무슨 말을 적어요?"
"응,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사셨으니 너희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기억하면서 '민주주의 어린이로 자라겠다'는 말을 적으면 되겠다."

"아빠, 나는요?"

"막둥이는 민주주의 만세와 조국통일을 적어라."

"아빠, 예설은?"
"예설이는 아직 글도 읽지 못하는데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어."

 

a  가족들이 쓴 추모글

가족들이 쓴 추모글 ⓒ 김동수

가족들이 쓴 추모글 ⓒ 김동수
 

조의록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 눈에 띄는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 민주화의 선구자 김대중 대통령님 편히 쉬소서"가 적혀 있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온 삶을 그대로 녹인 문구였습니다.

 

a  행동하는 영심, 민주평화의 선구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펼침막 앞에서

행동하는 영심, 민주평화의 선구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펼침막 앞에서 ⓒ 김동수

행동하는 영심, 민주평화의 선구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펼침막 앞에서 ⓒ 김동수

 

'행동하는 양심, 민주화의 선구자!' 그가 걸어온 삶의 모습입니다. 아직 아이들이 저 문구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양심을 지켜가야 함을 시간 날 때마다 가르쳐야겠습니다. 아빠가 살아온 삶이 행동하는 양심과는 동떨어진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말함으로써 아빠와는 다른 삶을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2009.08.21 18:53ⓒ 2009 OhmyNews
#김대중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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