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71세 조종대씨의 '아리랑'

[09-027] 가야금 한 달 배워 유일하게 연주하는 '아리랑'을 김대중 전 대통령께

등록 2009.08.23 09:40수정 2009.08.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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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1세의 조종대씨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 서정일

▲ 올해 71세의 조종대씨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 서정일

지난 22일 낙안읍성에서 (사)낙안읍성 가야금병창보존회 주관으로 주말공연이 열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특별 공연으로 꾸며진 이 날, 비록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 일흔이 넘은 한 촌로가 연습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자신이 유일하게 연주할 수 있는 '아리랑'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연주를 마친 그는 "김대중 선생님이 평소 국악을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서글프다"고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처럼 하고자 하는 일, 해야 할 일이라면 반드시 한 것으로 안다" "그 길은 자신보다는 남의 행복을 위하는 길일지도 모른다"면서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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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1세의 조종대씨, 고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 서정일

올해 71세의 조종대씨, 고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 서정일

보성군 득량면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았던 올해 71세의 조종대씨. 60세가 넘어서면서 그는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을 배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다. 조씨는 "생이 길지 않다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 할 만큼의 시간은 아니다"는 생각에서 늦은 나이에 이런 결심을 했다고 한다.  

 

조 씨는 60세가 되던 1998년 오토바이 면허증을 땄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04년엔 오토바이가 겨울철에 불편하고 악기를 들고 다닐 수 없어 운전면허증을 세 번 도전한 끝에 땄다. 오로지 자신이 평생 해 보고 싶었던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을 배우기 위해서다.

 

환갑이 넘어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고, 육십 대 중반에 운전면허증을 따고,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가야금을 배우겠다고 가야금을 구입한 조씨를 가족과 이웃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짐작하며 던진 필자의 질문에 조씨는 "잘한다고 격려해 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조씨가 이렇게 독하게 노력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 즐거워서 택한 길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평생 농사만 지어오면서 부인과 가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뭔가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해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조씨는 "그것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일이었다면 가족이나 주위에서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요즘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종종 가야금으로 아리랑을 연주해준다고 하는데 모두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자신은 연주를 하면서 즐겁고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조씨에게는 행복인 셈이다. 하지만 가야금으로 조 씨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아리랑 딱 한 곡뿐이다. 아직은 초보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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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낙안읍성가야금병창 보존회 이영애 가야금병창 공연단과 함께 한 조종대씨 ⓒ 서정일

(사)낙안읍성가야금병창 보존회 이영애 가야금병창 공연단과 함께 한 조종대씨 ⓒ 서정일

조씨는 처음 보성소리공원에 나가 판소리를 배웠다. 이후 지난 2006년 가야금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는데 시골이기에 제대로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그저 혼자 가야금을 매만지다가 배우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처제가 사는 서울에까지 올라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심을 굳히려고 하는 순간 우연찮게 낙안읍성에서 이영애 가야금병창 주말공연이 있음을 알고 무작정 가야금을 들고 찾아와 배우기 시작한 것이 한 달을 넘어섰고 최근에야 '아리랑'을 제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자신이 연주할 수 유일한 곡인 아리랑을 연주한 것이다.

 

남을 위해 한 평생 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존경한다는 조씨 또한, 작은 실천이지만 남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조씨가 낙안읍성 가야금 병창 연습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들려 준 미숙하지만 아름다운 '아리랑' 연주는 '임을 위한 곡'이지만 '남을 위한 곡'으로 해석될 수 있을 만큼 깊은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28] 명물인가 흉물인가 낙안온천, 낙안자연휴양림
남도TV

2009.08.23 09:4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예고: [09-028] 명물인가 흉물인가 낙안온천, 낙안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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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군 #남도TV #스쿠터 #낙안읍성 #가야금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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