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시대의 낡은 이념 이젠 폐기처분하자

등록 2009.08.24 11:38수정 2009.08.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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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제 국립 현충원에 묻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난 뒤의 허탈한 심정으로 모니터 앞에 앉았다. 많은 방송과 언론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는것은 '화해와 용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것이 화해와 용서일까. 그 깊고 짙은 사색으로 허허로운 공간을 메우고자 한다.

 

화해와 용서. 말은 쉽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여전히 심각하기만 한 좌우갈등, 이념갈등을 생각해본다면 과연 우리사회가 그 심각한 이념갈등의 골을 메우고 악수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나라의 미래를 논의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정치권이야 고인이 아직 병상에 있을때부터 너도나도 문병을 오면서 외형적인 화합을 입에 담았지만, 말뿐인 그것이 현실정치에서도 이어질지. 그것 역시 솔직히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것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화합을 이루는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 구 시대의 낡은 이념을 이제는 폐기처분하자. 따지고보면 우리사회 좌우갈등의 그 근본뿌리는 결국 자본주의 : 공산주의라는 구 시대 이데올로기에서 파생된 것 아닌가. 헌데 새천년이 열린지 10년, 21세기가 개막을 한 지도 9년차인데 아직도 지난 세기의 이념갈등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저 한숨과 탄식만이 절로 나올뿐이다.

 

먼저 언필칭 보수우파 진영에 대한 요구부터 하겠다. 이제 보수는 정말 극단적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도대체 대명천지 21세기에 아직도 친북좌익이니 빨갱이니 하는 구시대적 표현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제 이런 낡은 사고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보수가 반공 이데올로기의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화되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져가는 세상에서 보다 넓고 열린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생기기 전에는 한국사회의 발전을 그네들과 논하는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공산주의가 망한지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더욱이 북한은 정상적인 공산주의 체제라 볼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왕조국가이자 신정(神政) 국가로 변질된지가 오래인데, 이런 상황에서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이데올로기를 아직껏 보수우파의 절대 가치로 삼고있다는 것은 넌센스다. 이제 보수도 반공 이데올로기란 낡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한국형 보수주의 가치관을 연구하고 정립해야만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특히 분단과 군사독재로 인해 상처입은 영혼들을 어루만질줄 알아야 한다. 해방정국의 좌우갈등의 혼란속에 희생된 이들, 6.25때 국군이나 미군 혹은 치안대등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 그리고 군사독재시절 부당하게 탄압받고 핍박받았던 이들. 그들에게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6.25가 있은지 벌써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와서 새삼 그 당시 사건의 진상이 어쨌느니 저쨌느니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것이 무슨 소용 있는가. 경산 코발트 광산에 묻혀있다가 50년만에 발굴된 유해를 본적이 있는가. 게중에 대다수는 좌익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량한 양민이었다고 한다. 이념이 뭔지, 이데올로기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채 하루하루를 순박하게 살아가던 촌부가 어느날 갑자기 끌려가 총살을 당하고. 50년 동안 광산 기름덩이속에 묻혀있던 자기 아버지,할아버지의 유해를 보았을때 그 자손이 받았을 충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는가. 또한 연좌제로 인해 지난 수십년 고통받고 탄압받았던 가족과 자손들의 한은 어찌할것인가. 자고로 세상모든 이치는 인과로 윤회하는 법이다. 그 시절 우익들이 잘못한 것이 있기에 오늘날 그 응보를 받는거란 세상이치를 어찌 그리도 깨닫지 못하는가.

 

보수우파가 진실로 현대사의 화해를 원한다면, 우선 자신들의 지난날 잘못부터 먼저 참회하고 피해자들앞에 진실로 무릎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수십년전의 일을 가지고 친북좌익이니 빨갱이니 하는 식의 욕설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언행일 뿐이다. 단지 6.25때 좌익 활동을 한 가족,친지가 있다는 이유로, 월북한 친척이 있다는 이유로 그 가족과 후손들이 당했을 고통을 그 천억분지 일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망령되이 그런 언동은 할 수가 없다.

 

진보진영은 산업화 세력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군사독재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 시절의 빠른 경제성장이 있었기에 냉전시절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오늘날 번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흔히 말하듯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른 시일내에 이룬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그와같은 역사관이 정립되기 위해선 그 전에 세워져야 할 전제조건이 진보좌파의 산업화 세력의 경제발전 공로에 대한 인정이다. 바로 이것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진정한 화합을 이룰수 있는 해법이자 실마리가 될 수 있을것이다.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구 세대의 낡은 이념과 관념은 이제 폐기처분하자.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도 마르크스 이론도 새 시대를 여는데는 걸림돌일뿐이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이제 자신들의 과오(過誤)와 상대방의 공로(功勞)를 겸허히 인정하는데서 화합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패일대로 패인 좌우 갈등의 골을 메우고 분단과 현대사의 굴곡속에 찢겨지고 상처입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그 바탕하에서 새로은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치관을 창조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제 3김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들 말한다. YS,JP야 정치적 영향력을 잃은지 오래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세상을 떠났으니 3김은 이제 완전히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인물의 세대교체야 사람이야 어차피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으니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물이 아닌 이념의 세대교체는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이제 진실로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은 무엇이며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때다. 구 시대의 낡은 관념은 이제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을 창조해야 하는 시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우리에게 안겨준 의의가 화해와 용서라면, 그 화해와 용서의 바탕위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가치관, 우리 후손들이 보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상을 새롭게 창조하는것이 역사와 미래를 한단계 더 진보시키는 길이며 진정으로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 되리라. 거듭 당부하지만 이제 구 시대의 낡은 이념은 모두 폐기처분하자. 극단적 반공이데올로기도 마르크스 주의도 새시대에는 모두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그 낡은 껍데기 걷어치워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을 창조하자. 현대사의 찢기고 패인 상처들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화해와 용서가 밑거름이 된 새로운 땅에 새 싹을 틔우자.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자.



2009.08.24 11:38 ⓒ 2009 OhmyNews
#김대중 #이념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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