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 서거에서 이명박 정부가 놓친 세 가지 기회

민주주의, 남북화해, 국가의 역사적 권위를 모두 놓치다

등록 2009.08.24 14:04수정 2009.08.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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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

8월 23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일간의 국장을 마지막으로 하는 영결식이 국회에서 거행되었다. 고인의 유족들은 물론, 옆에 앉아있던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 역시 편안할 리 없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자신의 임기에 국장 및 국민장을 치른 만큼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기간동안 좌우진영 갈등해소, 남북화해, 동서화합의 치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이다.

특히, 서거 후 국장과 국민장의 결정 속에서 지속적인 혼선과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국장 기간동안 북한 조문단의 면담이 잡히지 않아 결국 북한 조문단이 하루 더 연장하게 되었던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결식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정부측의 추모는 있되,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는 것 등은 이번 국장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안일함과 무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국장기간의 미흡한 대처로 세 가지 기회를 잃었다.

첫 번째 기회 상실: 국장과 국민장의 결정 속에서의 미숙함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기회 상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불거진 국장과 국민장의 결정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는 법적으로 국장과 국민장 모두가 가능하였으나, 현직 대통령 서거 시에는 국장을, 전직 대통령 서거 시에는 국민장을 진행한 전례로 인하여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단순히 전직 대통령으로 볼 것인가,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공로를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결국에는 6일 국장이라는 이상하면서도 파행적인 국장으로 결정이 나기는 했지만, 만일 신속하게 국장 결정을 청와대에서 먼저 내렸다면 어떠했을까? 이명박 정부 이후 점점 심해지고 있는 좌우진영의 갈등을 조금은 줄어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특히 6.15 공동선언부터 10.4 공동선언까지 모두를 부정하고, 특히 서거 전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이 대북퍼주기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여 이명박 정부에 불신이 심화된 이 때, 민주개혁세력에게 조금의 포용 제스추어를 취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국장과 국민장의 결정에 대하여 청와대는 이틀 넘게 주저하다가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마지못해 6일 국장이라는 파행적인 결단을 내린 꼴이 되었다.

두 번째 기회 상실: 북 조문단 면담에 대한 혼란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기회 상실은 국장 기간 동안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특별 조문단의 방한이었다. 사실 조문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그리고나서 그들이 기다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 면담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 전달이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에도 면담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외교사절단이 방한한다고 하여 다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반응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이번에도 북측에서 하루동안 일정을 연기한 뒤에야,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당일 오전에서야 이명박 대통령은 조문단을 특사 자격으로 만나게 되었다. 물론, 면담이 성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고, 앞으로의 남북관계 화해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특사 면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우리 정부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점을 유념해서 더욱 가치있게 다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면담에 대한 가부 결정을 바로 내리지 못하여 남북화해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바란다는 메시지를 북측에게 전달하는데 실패하였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물꼬를 튼 남북화해무드를 정부가 뒷받침은 못해줄망정,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세 번째 기회 상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과

이명박 정부의 세 번째 기회상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기간 마지막날의 영결식에서이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가 진행되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과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날 국가권력에 의하여 교통사고가 나서 평생을 목발을 짚고 살아야 했고, 피랍이 되어 바닷물에 빠질 뻔하기도 하였으며, 수감중에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색칠을 하여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는 등 대한민국은 그에게 너무나 큰 잘못을 가했다. 여기에, 그날 참석했던 아들은 국가의 고문으로 인해 파킨스병을 얻게 되었다. 끔찍한 국가권력을 자행했음에도 죽어서 묻히는 그날까지 국가에서는 그에게 어떤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국가를 맡았을 때, 가해자들을 용서했을 뿐이다.

현재의 정부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잘못과 공식적인 사과는 이미 국내외 사례를 봤을 때 익히 있는 일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제주 4.3사건에 대해서 사과를 한 바도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가 이러한 사과를 한다는 것이 격에 맞지 않다면, 이명박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한다고 이야기했었다면 어떠했을까? 오히려, 더욱 통큰 정치인으로서, 더욱 역사관을 가진 대통령으로 우리에게 기억될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더욱 벌어진 동서간의 화합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국장 결정을 늦게 내려서 좌우진영의 갈등 해소 기회를 놓쳤고, 조문단 면담 결정을 늦게 내려서 남북화해의 의지를 보이는데 실패하였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과를 하지 않아 동서화합의 기회도 상실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가져다준 큰 기회를 더 늦지 않기 전에 자성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란수, 새사회관광컨설팅그룹/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온라인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필자의 온라인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명박 정부 #영결식 # 국가적 사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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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를 위한 관광과 여가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수 대표로 관광 컨설팅 및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획자로 여행을 다니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을 지으면서 주택, 타운하우스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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