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시 낭송회를 하는 예쁜 책방도 있답니다.
김종성
인천의 문화적인 모태 배다리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가려면 1호선 전철을 타고 거의 종점인 동인천역(4번 출구)에서 내리면 됩니다. 도시 전철역은 큰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와 연결되는게 보통인데 동인천역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과 이어지네요. 한복, 이불, 그릇가게들이 양편으로 즐비한 시장통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그 이름처럼 규모도 크고 위치도 좋은 걸 보니 예전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을 시장이었겠습니다. 요즘은 유동인구가 줄다보니 시장이 썰렁하다는데 경기도 안양역 중앙시장처럼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시장골목을 걷다가 가게 아무 상인분에게나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물어보면 바로 알려 주시네요. 중앙시장에서 길 하나 건너면 헌책방 골목이 조용하게 나타납니다. 여기도 예전에는 서울 동대문처럼 헌책방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는데 지금은 몇 군데 없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남아 있어 명맥을 유지하는 책방들이 무슨 독립운동가인양 당당합니다.
강산이 두세번 변하도록 헌책방을 이어온 배다리 골목 터줏대감 아벨 서점부터 옛 인천양조장이었다고 써있는 스페이스 빔이라는 수수한 문화예술공간까지... 어릴 적 인천에서 학교를 다닌 분이라면 여러가지 추억과 감흥이 생길 것 같은 동네 풍경입니다.
헌책방 골목이라고 하면 뭔가 허름하고 칙칙할 것 같지만 배다리 골목을 살리려는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 노력으로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아벨서점만 해도 그렇습니다. 겉은 헌책방이라고 써있지만 안에 들어가보니 짐자전거에 책을 한가득 싣고 다니는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여주인이 꼼꼼하고 깔끔하게 책들을 분야별로 잘 정리했꼬 내부도 새책방처럼 깨끗하네요.
배다리 동네를 살리려는 노력은 가게 이름들에도 나와 있습니다. '마을로 가는 책집' '시 낭송회를 하는 2층 다락방' '마을 카페' '개코 막걸리' 등. 시 낭송회를 한다는 2층 다락방에 올라가 보니 클래식 음악이 흐릅니다. 정말 아담하고 조용해서 나무 의자에 앉아 전시된 시집을 읽으며 한참 있다가 내려 왔네요. 이곳에서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낮 2시에 시 낭송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오래된 책집'이라는 가게는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보니 입구에 '주인장은 잠시 외출중이니 쉬다 가세요'라고 메모가 붙어 있더라구요. 파는 책중에 최종규 시민기자의 책과 사진집도 보여 반가운 마음에 조그만 걸상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재활용과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은 젋은 주인장은 가진 책들과 함께 지난 8월에 이 책 가게를 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