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백야도 진막골의 지리멸잡이

“지리멸은 간이 잘 맞아야 돼요, 다 먹어보고 사요”

등록 2009.08.25 08:59수정 2009.08.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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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어부가 그물을 뱃전으로 끌어올리자 제법 묵직함이 느껴진다.

어부가 그물을 뱃전으로 끌어올리자 제법 묵직함이 느껴진다. ⓒ 조찬현


여수 백야도 진막골 어부의집, 마당 한가득 투명한 지리멸이 초가을 햇살에 반짝인다.


"요즘 지리멸 철이 아니라요. 이상하게도 며칠 전부터 많이 잡혀요."

어부(53.김용근)는 5월 초순경부터 6월말까지가 지리멸 철인데 요즘 지리멸이 많이 잡힌다고 했다. 해파리 때문에 최근 고기잡이가 영 신통치 않았는데 엊그제부터 지리멸이 올라온다며 이러한 일이 계속 이어진다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a  어부의 아내는 햇볕에 잘 마른 지리멸을 박스에 담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어부의 아내는 햇볕에 잘 마른 지리멸을 박스에 담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 조찬현


어부의 아내는 햇볕에 잘 마른 지리멸을 그물에 담아와 손질하고 있다. 한 박스씩 담아 저울눈금을 확인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지리멸 상품 1.5㎏ 한 박스 경매가격이 2만7천원(8월18일 경매가)이다. 매일 시세는 달라진다.

- 지리멸이 삼삼하니 좋네요.
"간이 잘 맞아야 돼요. 요즘 사람들은 다 먹어 보고 사요."

지리멸은 투명하고 흰색이나 파란색이 살짝 도는 게 좋아


세멸이라고도 불리는 지리멸은 그 크기가 1.5㎝ 이하의 아주 작은 멸치다. 멸치는 맛이 짜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 있어야 좋은 멸치다. 작은 멸치는 투명하고 흰색이나 파란색이 살짝 도는 게 좋으며 중간 크기의 멸치와 큰 멸치는 맑은 기운이 돌고 은빛이 나는 것이 상품이다.

어부는 점심 한술을 뜬 후 움막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노곤한 육신을 누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막골 어부의 움막에는 시원스런 해풍이 간간이 스치고 지나간다.


피로를 낮잠으로 툭툭 털어낸 후 어부는 바다로 나선다. 어부는 하루 전 그물을 쳐놓았다며 물때에 맞춰 그물을 걷어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작은 바지선을 당겨 배에 올랐다. 서광호(1.75t)는 하얀 포말을 뒤로 한 채 쏜살같이 어장을 향해 달렸다. 어느새 갈매기 무리가 배 주위로 날아든다.

a  하얀 포말을 뒤로한 채 달리는 어선과 바다위로 어느새 갈매기 무리가 날아든다.

하얀 포말을 뒤로한 채 달리는 어선과 바다위로 어느새 갈매기 무리가 날아든다. ⓒ 조찬현


a  지리멸 한가운데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돌돔 녀석이 파닥인다.

지리멸 한가운데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돌돔 녀석이 파닥인다. ⓒ 조찬현


초가을 햇살에 무수히 반짝이는 하얀 지리멸

어장의 표식인 하얀 부표 위에도 갈매기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어부의 멸치잡이 방법은 조류가 빠른 곳에 긴 자루그물을 고정시켜 조류를 이용하는 낭장망이었다. 그물을 뱃전으로 끌어올리자 제법 묵직함이 느껴진다. 바구니에 쏟아내자 하얀지리멸이 초가을 햇살에 무수히 반짝인다.

지리멸 한가운데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돌돔 녀석이 파닥인다. 해초가 무성한 돌밭 암초지대에 살기 때문에 돌돔이라고 불린다. 시력이 좋은데다 경계심이 강하여 낚시하기 까다로운 어종이다. 소금구이를 해 맛을 보았더니 살이 쫄깃쫄깃하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창자가 진미로 알려져 있으며 여름철에 가장 맛있다.

a  멸치잡이를 마친 어부는 지리멸 바구니를 뱃머리에 싣고 포구로 향한다. 저 멀리 포구에 마중 나온 어부의 아내가 보인다.

멸치잡이를 마친 어부는 지리멸 바구니를 뱃머리에 싣고 포구로 향한다. 저 멀리 포구에 마중 나온 어부의 아내가 보인다. ⓒ 조찬현


a  어부의 아내가 가마솥에서 지리멸을 재빠르게 삶아낸다.

어부의 아내가 가마솥에서 지리멸을 재빠르게 삶아낸다. ⓒ 조찬현


a  갓 삶아낸 지리멸은 순백의 색깔이다. 밥상에서 밑반찬으로 견과류를 넣은 ‘지리멸볶음’만한 것이 없다.

갓 삶아낸 지리멸은 순백의 색깔이다. 밥상에서 밑반찬으로 견과류를 넣은 ‘지리멸볶음’만한 것이 없다. ⓒ 조찬현


바구니에 가득 담긴 하얀 지리멸은 수많은 까만 눈이 점점이 보인다. 서광호는 물결 따라 쉼 없이 좌우로 출렁인다. 어선의 선상에서 맞는 갯바람은 가슴 속까지 그 상쾌함이 전해져온다. 멸치잡이가 끝난 어부는 지리멸 바구니를 뱃머리에 옮겨놓더니 포구로 향한다.

저 멀리 포구에 마중 나온 어부의 아내가 보인다. 어부와 그의 아내는 지리멸을 움막으로 재빨리 옮겨 가마솥에 삶아낸다. 설설 끓는 가마솥에서 갓 삶아낸 지리멸은 소탈한 어부의 마음을 닮아 순백의 색깔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리멸 #백야도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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