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에서 느끼는 조선선비의 숨결

김수종의 영주, 봉화 여행기 ③

등록 2009.08.25 13:32수정 2009.08.25 13:32
0
원고료로 응원
순흥면의 소수박물관에서 나와 선비촌을 둘러본다. 영주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10여 곳의 고가와 초가를 복원한 곳으로 숙박체험을 포함하여 각종 문화행사로 늘 붐비는 곳이다.

선비촌은 네 공간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데, 수신제가(修身齊家), 입신양명(立身揚名), 거무구안(居求無安),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이 그것이다. 이는 여러 문중의 대표 건물만 한 채씩 선별하여 영주지역 선비가문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선비촌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신제가(修身齊家)의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김상진 가옥과 해우당 고택, 그리고 강학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신제가란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올바르게 가꾼다는 뜻이다.
          
a

영주시 선비촌 ⓒ 김수종


선비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학문에 힘쓰며 일상의 생활윤리를 실천하는 일, 즉 수신을 중요시했다. 이는 유학의 실천적인 학풍에 의한 것으로, 선비들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공부하고 바르게 실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수신제가의 공간에서는 자기 수양을 위해 노력했던 선비의 모습을 살펴보고 전통적인 교육 방식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a

영주시 선비촌 ⓒ 김수종


해우당 고택은 문수면 무섬마을에 있으며, 1875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ㅁ자형 구조로 전면의 대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큰 사랑과 아랫사랑을 두었다.

고종 때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 김낙풍이 지은 고택으로, 다양하고 조리 있게 활용된 수장 공간의 모습과 넓은 대청 공간이 돋보이며, 여느 가옥과 달리 안채와 사랑채가 직선형으로 배치된 점이 특이하다.
       
a

영주시 선비촌의 만죽재 고택 ⓒ 김수종


입신양명의 공간에는 두암 고택과 인동 장씨 종가가 나란히 붙어 있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란 사회에 진출하여 이름을 드높인다는 뜻이다.

옛 선비들에게 과거시험을 통한 관료의 길은 수신제가(修身齊家) 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즉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얻는 일이었다. 입신양면의 공간에서는 중앙 관직에 진출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였던 영주 선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우금촌 두암 고택은 이산면 신암리에 있으며, 1590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원군수, 해미현감 등을 지낸 두암 김우익이 건립한 ㅁ자형 기와집으로, 문간채와 안채 외에 사당과 별채의 사랑채가 있다.
         
a

영주시 선비촌의 김뢰진 가옥- 까치구멍이 보인다. ⓒ 김수종


선비촌 내에서 인동장씨 고택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크며 중심이 되는 가옥이다. 내부 치장 또한 고급스럽고 화려한 가구를 선택하여 배치하였다. 관료로서 선정을 펼치는데 최선을 다했던 선비의 모습과 자녀들을 교육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연출해 놓았다. 


이제 거구무안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뒤쪽으로 정사가 있고, 김문기 가옥과 만죽재로 구성되어 있다. 거무구안(居求無安)이란 사는 데 있어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살아갈 길을 고민하였다.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면서도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지 않고 현실의 잘잘못을 비판한 영주 선비의 굳은 기개를 엿볼 수 있도록 하였다.
         
a

영주시 선비촌에 뜬 무지개, 영주에서 이틀간 무지개를 보았다. 선비촌과 무섬마을에서 ⓒ 김수종


만죽재 고택은 문수면 무섬마을에 있으며, 무섬마을의 입향조인 박수가 1666년에 건립한 가옥이다. 안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ㅁ자형을 이루는데, 경북 북부지역의 평면구조를 잘 간직하고 있다. 중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우사가 있고, 왼쪽이 사랑채인데 앞면에 널찍한 툇마루를 둘렀다. 


만죽재를 나와 초가들이 늘어선 우도불우빈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이란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비록 살림살이가 어렵더라도 잘사는 것에 욕심이 나서 선비의 도를 벗어나지 않으며, 곤궁함으로 인해 가볍게 스스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선비의 자세다. 우도불우빈의 공간에서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청빈한 삶을 살았던 선비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마치 한 집처럼 앞뒤로 나란히 서 있는 청록파 시인인 동탁 조지훈 선생의 처가인 김뢰진 가옥과 이웃한 김규진 가옥은 문수면 무섬마을에 있으며, 각각 1800년도와 1900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까치구멍집이다.
         
a

영주시 영주시 관광 안내도 ⓒ 영주시청


까치구멍집이란 안방, 사랑방, 부엌, 마루 등이 한 채에 딸려 있고, 앞뒤 양쪽으로 통하는 집을 말하는데, 지붕 양쪽 옆면의 작은 박공 부분에 구멍이 있어 부엌의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 김뢰진 가옥의 광에는 김매기, 거름주기용 농기구를, 김규진 가옥의 광에는 물대기용 농기구를 전시해 놓았다.

우리 일행은 특히 내일 갈 예정인 문수면의 무섬마을을 생각하면서 그곳에 있는 해우당, 만죽재, 김뢰진 가옥을 주목하며 보았다. 선비촌의 가옥들은 전부 열린 공간으로 전시가 되어 있어 자유롭게 관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상 현지의 가옥들은 비어 있거나 주인이 없거나, 있어도 닫혀있는 경우가 많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선비촌 구경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저녁에 문화공연이 있는지 공연자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공연 같아, 인근의 배점저수지 변에 위치한 통나무주택단지인 한스빌로 갔다.

호숫가에 지어진 20여 채의 통나무주택이 이웃한 비로봉과 국망봉, 초암사, 성혈사 등과 만나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200~300평 정도 되는 넓은 대지에 1~2층의 통나무집은 누가 봐도 하룻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했다.

현재 한스빌에는 거주하는 10여 가구와 주말에만 별장으로 사용하는 7~8가구가 있으며, 봄, 가을에는 이곳에 통나무주택단지를 건축한 건설회사가 설립한 '죽계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장학 사업은 물론 각종 문화행사 등이 자주 열려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통나무주택을 둘러본 다음, 호숫가에 지어진 찻집 구비도라에 들러 전통차를 한잔씩 마시면서 점심에 산 떡으로 허기를 채웠다. 새참으로 떡이 최고인 줄 이번에 알게 된 것 같다. 맛있다. 차도 좋고.
       
a

영주시 축산식육식당에서 쇠고기 구이를 먹다 ⓒ 김수종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담소를 나누다 저녁식사를 위해 영주경찰서 앞에 위치한 축산식육식당으로 가서 쇠고기구이를 먹고 숙소가 있는 이산면 두월리의 괴헌고택으로 갔다.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오라는 고택 안주인의 말에 천천히 고기를 구워먹고 가느라 저녁 9시를 넘겨서 영주시에서 유일하게 고택민박을 하고 있는 괴헌고택에 도착했다.
 
a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의 괴헌고택 ⓒ 김수종


   
#영주시 #선비촌 #괴헌고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의 눈을 가진 모래 속 은둔자', 낙동강서 대거 출몰
  2. 2 국가 수도 옮기고 1300명 이주... 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3. 3 '삼성-엔비디아 보도'에 속지 마세요... 외신은 다릅니다
  4. 4 딸이 바꿔 놓은 우리 가족의 운명... 이보다 좋을 수 없다
  5. 5 전화, 지시, 위증, 그리고 진급... 해병 죽음에 엘리트 장군이 한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