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투어에 쓰이는 짚차이런 차를 타고 5시간 투어에 나섰다. 차를 타고 움직인 시간은 3시간여 남짓 나머진 내려서 구경한 시간이다.
송진숙
마지막으로 일몰 장소에 내렸다. 해지기를 기다려 해넘어가는 과정을 본다. 사막에서의 석양은 평생 잊을 수 없다는 글들을 보았다. 도대체 어떻기에? 드디어 해가 넘어간다. 해넘어가는 과정을 열심히 사진으로 찍었다. 그러나 바위산 밑으로 떨어지는 거라 그다지 멋진 광경은 아니었다.
지평선이나 수평선으로 지는 석양이 더 멋있다. 그러나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사막의 변화는 환상적이었다. 태양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갈수록 사막의 색깔도 붉게 물들어간다. 붉은 장밋빛?
텐트로 돌아왔다. 캄캄한 하늘에 총총한 별빛뿐이다. 은하수도 길게 드리워져 있고. 북두칠성이 두 개였다. 큰 것과 작은 것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마도 처음 같다. 한국에서 본 것은 큰 곰자리인 북두칠성이고 작은 곰자리의 별은 희미해서 안 보였던 것이다. 아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는 대단하다.
열심히 바라봤는데 카시오페아 자리와 북두칠성 외에는 아는 별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옆에서 탄성을 질렀다. 별똥별을 봤단다. 열심히 눈에 힘을 주고 바라봤다. 갑자기 꼬리를 끌며 순식간에 흐르는 게 있었다. 드디어 나도 하나를 봤다. 열 개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하나밖에 못봐서 소원을 이루기는 힘들겠다.
한국에서 본 별보다 더 선명했고 별이 커보였다. 사진기가 좋으면 좀 찍어보련만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 고개를 젖히고 오랫동안 바라봐도 지루한 줄 몰랐다. 내가 저 별들을 바라보듯이 우주에서도 누군가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까?
예전에 생각했던 여행은 유적지를 돌아보고 뭔가를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경관보다는 유적지에 좀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배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강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행의 정의도 달라졌다. 시간이 사람을 변하게 하기도 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유명한 박물관을 가본다거나 유명한 작품을 보는 것도 될 수 있겠지만 일상을 떠나서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도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람들 속에서 부딪치고 뭔가를 해줘야 하는 현실에서 짐을 벗어던지고 홀가분해보고 싶었다.
작정하고 떠난 여행, 다른 이들 챙겨주지 않아도 되고, 부담도 없고, 오로지 나 자신에만 신경쓰면 된다. 전혀 구애받을 것이 없는 이 홀가분함. 마음 가는 대로 생활할 수 있는 이 자유로움. 게다가 한국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이유였다.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자유롭게 긴 여행을 할 날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저 별들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찰나인 것을.
이번 여행은 나를 찾는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다. 20여 일의 여행에서 얼마나 나를 찾고 혹은 버릴 수 있을는지. 사막의 풍경과 사막에서의 별밤이 준 감동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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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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