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님 무엇이 그리 급한지요

종합편성채널, 급히 서두를 이유 없다

등록 2009.08.28 13:57수정 2009.08.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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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이 통과된 이후로 방송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제도적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직 미디어법 통과의 후유증도 가시지 않고 관련기관이나 단체의 이해도 상충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 선정될 방송사의 허가 움직임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송사를 노리고 있던 신문사나 재벌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이 방송매체를 이용하여 반사이익을 노리는 많은 기업들이 지금 지상파채널허가에 목을 매고 있다.그런 가운데서 어제2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자간담회서 발언한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자리에서 최시중 위원장은 KBS1과 KBS2 그리고 EBS를 묶어 KBS그룹으로 만들고 이 'KBS 그룹'은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들이 공정한 정보를 원할 때 KBS를 틀면 색깔 없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 위원장은 "나머지 민영방송은 민영방송의 색깔에 맞춰 방송을 하면 된다"며 "앞으로 주파수 여유가 생기면 신규 지상파 방송을 추가로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BS 독립을 KBS와 연계하려는 생각은 위험

 

비록 사견임을 밝히긴 했지만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자들과의 간담회서 밝힌 이러한 내용들은 사견이라기 보다는 평소에 방통위에서 구상하든 내용임을 밝힌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KBS는 지난 수십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앞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물리적인 통폐합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물론 EBS도 채널을 KBS에 위탁하여 운용하기도 했고 부족한 재원을 시청료에서 충당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EBS의 독립문제를 새롭게 KBS와 묶어 KBS그룹으로 묶어 보겠다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나 여론의 수렴없이 밀어부친 미디어법이 채 시행도 되기 전에 채널의 통폐합이나 신규채널의 선정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부각될 만한 사안들이 그저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자체가 방송의 정치화현상을 보이고 있어 가뜩이나 방송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으기 걱정스럽다.

 

최 위원장이 밝힌대로 KBS가 무색무취의 방송을 하려면 시청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함은 물론 정치적인 간섭에서도 철저하게 벗어나야 한다.그래야 각종 프로그램이 편중되지 않게 제작비와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질수 있다.그런데 방송을 방송인들이 만드는게 아니고 지금처럼 방송외적 요인에 의해 제압당하는 상황에서 색깔없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KBS그룹이라는 거대기구를 다시 구상한다니 어딘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MBC는 민영방송의 색깔대로 운영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그렇게 민영방송의 수장을 급히 교체하려하고 방문진의 이사진 구성과 동시에 점령군처럼 쳐들어가 MBC의 근간을 뒤흔들려고 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조치들이 지금 방송가에서 행해지고 있다.

 

방송환경을 뒤흔드는 조치들은 화급하게 이루어져서는 안돼

 

미디어환경이 변하고 디지털방송방식의 개발로 신규채널의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신규사업자를 선정할 상황이 되었다고 해서 그토록 조급하고 신속하게 신규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것도 참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행보들이다.물론 미디어법 통과에만 목을 매든 일부기업들에겐 희소식이긴 하지만 방송환경을 크게 뒤흔드는 그런 조치들이 그렇게 화급을 다투어 진행해야 할 만한 사안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나라 전체가 경제살리기에 급급하고 서민경제의 회복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때에 방송사의 신규허가와 채널허가는 순위를 조금 늦춰도 그리 억울할 일은 아닌 듯 싶다.방송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국민 정서함양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한 보도기능이라지만 가뜩이나 포화상태에 있는 지상파채널을 더 만들어 경쟁을 시키는 것이 과연 뉴미디어시대를 열어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

 

최시중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올해 사업자를 선정할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이나 채널 번호 선정 등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는 방송 시장에 처음 뛰어드는 사업자인데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언제부터  민간사업자의 초기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종합편성채널로 선정되는 것 부터가 엄청난 혜택과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인데 그런 사업자를 향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니 이걸 좋게 보아야 할 일인지 사전에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아야 할지 참으로 아리송한 대목이다. 그렇지 않고 방송사업이 그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것이라면 왜 그토록 죽기살기로 뛰어 들려고 하는지 그것부터 알고 싶다.

 

이미 우리정부는 뉴미디어 도입이라는 명분하에 방송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왔던 전례가 많다.우선 매체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인답시고 KBS를 강제로 민영방송들과 통폐합시킨 바있고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국민의 다양한 볼거리를 위한답시고 민영지상파방송을 허가했다.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케이블방송을 해야한답시고 수십개 채널을 동시에 허가했다. 그렇게 방송사들이 수익도 못내고 급급하는 사이에 위성방송이 뉴미디어를 향한 진정한 방향이라고 밀어부쳐 수백개의 위성채널을 또 허가하였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수백개의 이름도 모르는 채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제 또 다시 지상파방송사나 종합편성채널들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것도 숨쉴 여유도 없이 몰아붙이는 행태를 보면서 도대체 국민들은 온종일 방송만 보고 사는지 되묻고 싶다.

 

방송사는 물리적이고 정치적으로 탄생해서는 안될 것

 

문화적 욕구는 생존적 욕구가 해결된 다음에 거론되어야할 문제이기도 하고 창의적 집단에 의해 움직여지는 공공재성격이므로 물리적이고 정치적인 제스쳐에 의해 일괄적으로 처리되어야하는 민원사항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상파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의 선정은 그만큼 더 신중하고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내면서 밀고가야 할 성격의 공공작품이다.

어느 개인적인 생각이나 위원장 자신의 구상을 들어 임기내에 순식간에 해치워낼 사안은 결코 아니다.

 

그런 업적이나 정치적인 발언보다도 지금 뉴미디어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채택한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이 얼마나 치열하게 미디어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는가를 되짚어보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위성방송의 역학관계와 지상파 독점적인 방송환경개선에 더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할 때다.

 

행여 정치학과 출신인 최시중 위원장이 정치적인 발언으로 기자들의 반응을 떠보려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참에 이왕이면 국민들의 반응과 방송현장에서 신음하고 있는 제작자들의 반응도 슬쩍 떠볼 의향은 없으신지요?

2009.08.28 13:57 ⓒ 2009 OhmyNews
#종합편성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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