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막상 통합 뚜껑 열리니 머뭇머뭇

[09-035] "범광양만권으로" vs "이대로가 좋다" 논쟁 이어질 듯

등록 2009.08.29 16:00수정 2009.08.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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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여수. 순천. 광양시장이 모여 광양만권 도시통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보도용 제공사진) ⓒ 서정일


지난 28일, 여수·순천·광양 3개 시 시장은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과 도시통합 방침에 따라 광양만권 도시통합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통합 인센티브 최대수혜지역이 될 수 있도록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아울러 통합논의에서 통합지역 범위를 확대해 인접자차단체(범광양만권)와도 협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2005년 당시 벌교, "2010년 순천으로 편입시켜 달라"

2005년, 벌교번영회는 '벌교를 순천시로 편입하자'는 운동을 벌었다. 주민 대다수의 서명까지 받아 벌인 대대적인 운동으로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주된 이슈는 '보성으로부터 받은 벌교의 설움은 100여 년 전 일제에 의해 낙안군이 폐군되고 벌교가 강제로 보성으로 편입되면서부터였다'면서 뿌리를 찾아 벌교를 순천시로 편입하자는 것이었다.

4년여가 지난 지금도 그것은 유효할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왜 순천으로 가냐?"는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옛날 벌교가 낙안군이었다는 것은 맞는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는 식으로 몇 발짝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순천시 편입운동으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난 2005년 당시와는 다르게 막상 통합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고 여수·순천·광양뿐만이 아닌 인근지역(구례, 하동 등)까지를 포함한 범광양만권 통합 논의가 시작되자 벌교는 그 논의에서 제외해 달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2005년 상황과 비교해볼 때 현재의 범광양만권 통합 논의에서 다소 주변에 머물러 있는 처지의 벌교로서는 그 논의에 껴달라고 강력히 주장을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미리부터 차단막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역사의식 보다는 먹고 사는 게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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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읍은 현재 소도읍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 서정일


그럼 지난 4년여 동안 이 지역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며 당시 낙안군의 뿌리를 찾겠다면서 순천시로의 편입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들은 뭘까? 뜻있는 지역민들은 그것은 역사의식이 아닌 경제논리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지난 2005년, 보성군의회는 벌교에서 열리는 제4회 꼬막축제 예산 1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꼬막축제 관련해서 이미 예산이 책정돼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벌교번영회를 비롯한 주민들은 "낙안군이 해체되면서 벌교가 보성으로 편입돼 푸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2010년에 행정구역이 개편될 경우 순천에 편입시켜 달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보성군에서 다시 긴급히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 주자, 이런 얘기들과 주장들은 쏙 들어가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낙안군'이라든지 '순천시 편입'이라는 얘기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주민들은 벌교 경제를 망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범광양만권으로" vs "이대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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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천에는 60여 년만에 사람만이 통행할 수 있는 현대식 인도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서정일


범광양만권에 벌교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지금 국가적 차원의 통합논의에서 낙안과 벌교가 함께 묻어가지 않으면 101년 전 억울하게 단절된 낙안군의 역사는 영원히 찾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또한, 벌교가 생존하기 위해서도 거대 광역시가 될 것이 예상되는 범광양만권에 속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계산한다. 역사적 한 뿌리를 찾는 중요한 기회이며 경제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임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이대로가 좋다는 측은 이제는 보성군에서 큰 소리 칠만하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보성군 소재지를 벌교로 옮겨올 수도 있는데 굳이 거대 광역시의 귀퉁이에 들어가 대접받지 못하고 살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교통망의 발달로 지역이라는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낙안-벌교 4차선 등 인근 도로망만 확실해지면 관광객들을 흡수할 수 있어 지역경제도 살아나기에 보성군에서 무시하지 못하고 대접받을 수 있어 이대로가 벌교의 미래에 좋다고 강조한다.

민심은 천심이기에 주민들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이런 벌교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시대의 흐름상 이념의 시대가 쇠퇴하고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을 뭐라 할 수 있겠냐마는 억울한 역사만큼은 바로 알고 바로 세워야 하지 않냐"는 일부의 쓴 소리에도 벌교민들이 귀 기울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36] 벌교 진석마을은 흥하고 있는가 몰락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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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예고: [09-036] 벌교 진석마을은 흥하고 있는가 몰락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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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군 #남도TV #낙안 #벌교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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