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한 어른의 이름은, 다른 여러가지 것들과 함께 기억된다.고향이 경상북도 포항인 나. 97년, 중학교 도덕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정계은퇴를 한다고 했는데도 다시 대통령 되려고 나온 사람. 그렇게 거짓말하는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안된다고.도덕선생님 말씀 속에, 이 어른은 거짓말쟁이. 그때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었다. 99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전라남도 광양으로 전학을 갔다. 전학가기 전, 어머니는 한숨을 푹푹 쉬셨다.이제 너한테 전라도 고등학교 딱지가 찍힐텐데 어떡하냐.그때 처음으로, 어렴풋하게 감을 잡기 시작했다. 딱지... 딱지라고?어른들의 눈 속에는, 전학을 간 후의 나는 참 '전라도스럽게' 놀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도서관에서 <한겨레21>과 <시사저널>을 처음 접했다. 이야, 재밌네? 잡지는 대출이 안 돼서, 점심을 거르며 읽었다.국사선생님은 5.18 다큐를 수업시간에 틀어주셨다. <한겨레>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셨다.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얘기들.그러다가 이 어른의 이름을 아주 구체적으로 다시 접한 건, '인물과 사상'이라는 잡지를 읽으면서였다.강준만은 투박하게, 고종석은 세련되게 '전라도 얘기, 김대중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종석은 전라도를 유태인에 비유했고, '낙인'의 최고정점에 이 어른이 있다고 말했다.낙인... 딱지... 그랬다. 그들의 글을 읽으며 비로소 나는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에 이글거리는 증오를 느꼈다.그리고 그것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 전라도 고등학교 딱지가 찍힐까봐 두려워했던 어머니의 한숨처럼.서울로 올라가고 난 후에도, 고향을 밝히면 또래에게 '너가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말을 몇 번 들었다.아아. 증오는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되물림되고 있었다.그것은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숨을 참고 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증오.그러나 난 또한 또렷히 기억한다. 이 장면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내가 고3때였다. 입시에 바쁜 와중에서도 학교에서는 TV시청을 허용해줬다.점심을 먹으러 학교식당에 가기 싫었다. 계속 계속 교실 책상에 앉아, 비춰지는, 저 화해의 단초를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 물이 고였다. 감격스러웠다. 우리가 이제... 서로 웃는구나. 손을 잡았구나.증오가 서서히 벗겨지는구나. 우리의 선함을 이 어른이 이끌어냈구나.내 세대와 별로 친근하지 않은 이 어른. 지지한다기보다, 반대한다기보다... 대단하다 여긴 이 어른. 그 대단한 어른이 가셨다. 영걸식이 치러진 날 자정, 집으로 향하다- 아무래도 들러야 할 것 같아혼자 찾은 서울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머뭇. 곧 막차가 끊길텐데... 돌아갈까, 하다가 마음을 다잡았다.수많은 역경을 뚫고도 희망과 사랑을 말한 당신의 그 기다림에 비하면, 이까짓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야.1시간 반을 기다리며 조문을 하고 나왔을 때 받은, 이 어른의 일기장. 1월 26일의 일기.이 어른의 많은 실정들을 알고있다.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다만,끝까지 낮은 곳을 보려 한 이 어른의... 진정어린 감성을 존경한다.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증오 속에서, 끝까지 화해를 말하려 숨을 참았던 이 어른의 의지를.대단한 어른. 안녕히 가셔요.나도 언젠가 당신처럼 강해지기를 바라요. 덧붙이는 글 | 다음 뷰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뷰에도 송고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김대중 #추모 추천9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양창모 (질투는나의힘)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언제야 알게 될는지, 울 엄마 구독하기 연재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현재글274화한 어른의 이름을 기억하며 이전글273화DJ의 생애 마지막 순간들... '한반도 평화' 초지일관 추천 연재 난생처음, 달리기 러닝화 계급도,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꽃보다 소년 5분 지각에 '대외비' 견학 버스는 떠났고 아이는 울었다 윤찬영의 익산 블루스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백화골 팜스테이 ‘한국이 좋아서’ 한식에 빠진 미국 청년, 이걸 다 만들어봤다고? SNS 인기콘텐츠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윤석열·심우정·이원석의 세금도둑질, 그냥 둘 건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도 똑같은 '법의 잣대'를 광화문 나온 이재명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오마이포토]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AD AD AD 인기기사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한 어른의 이름을 기억하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274화한 어른의 이름을 기억하며 273화DJ의 생애 마지막 순간들... '한반도 평화' 초지일관 272화고인의 유지 '화합과 통합'의 본질 271화김 전 대통령 묘에 큰절하는 서울 시민 270화김대중이 직접 쓴 "나는 슈퍼맨 아냐, 이젠 여러분의 시대"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