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은씨는 2008년 성균관대 리더십특기자전형에 지원해 이 대학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입학사정관제 경험자다. 그는 "정확한 기준이 있다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씨가 성균관대학교 리더십전형에서 앞세운 건 '자기주도적'인 모습이었다. 교회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을 가르쳤던 것, 고등학교 부학생회장을 맡아 교복 디자인을 바꿨던 것, 1년 간 미국 공립학교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책으로 내고 강연 활동을 한 것, 보건복지가족부 청소년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폴란드 파견활동을 다녀온 것 등이 소중한 '스펙'이 됐다.
그러나 단순히 이력을 나열했단 사실만으로 합격한 것은 아니다. 지원하는 학과와 활동간의 관련성, 즉 자신이 한 활동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예컨대 고등학교 부학생회장을 지내며 주도했던 교복 디자인 변경 사업은 급하게 진행하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실패 경험이다. 리더로서 자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법한 이력이지만, 그는 반대로 면접에서 이 때의 실패를 통해 리더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결과는 합격. 신씨가 입학사정관제가 "결과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전형"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유학도 그 자체만으로 스펙이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내세울만한 스펙이 된 건 미국에 다녀온 후에 생겼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는 신씨는 일반 유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립 유학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책으로 낼 것을 출판사에 먼저 제의했다.
<예은이는 10대에 새로운 미래를 보았다>(꿈과 희망)그렇게 책을 썼고 유학 준비생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책과 강연에는 공통적으로 공립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사립학교 유학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내용이 들어갔다. 단순히 '책을 내고 강연을 했다'가 아니라 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해외유학이라는 식상한 스펙에 스스로 변화를 부여한 셈이다.
"합격하고 난 뒤에 입학사정관님이 제가 성적이 낮긴 하지만 포트폴리오가 흥미로운 학생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책 쓴 아이들은 많았지만 저처럼 출판사에 먼저 출판 제의를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걸 '자기 주도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입학사정관제는 자기 하기 나름, 객관적 기준은 없겠죠"그렇다면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할 학생들은 신씨 처럼 모두 학생회 경험이 있거나, 미국 유학을 하거나, 자기 이름으로 책을 써야만 하는 걸까?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았다는 지원자들도 차고 넘치는 현실에서 말이다. 신씨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입학사정관제 합격자모임 클럽에서 합격자들은 자기 프로필을 적어요. 그런데 유형이 진짜 다양하거든요. 물론 '빵빵한' 스펙도 있지만, 글쓰기처럼 한 분야에만 특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내신 좋은 사람들도 있고요. 아니면 정말 내세울 스펙이 아무 것도 없는데 면접만으로 된 사람들도 있어요. 하기 나름이라는 거죠."그렇다고 스펙을 쌓기 위해 목적없는 활동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신씨는 "튀어 보려고 한 의미없는 행동인지 비전이 있어서 한 일인지는 다 탄로나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생들의 취업 스펙 쌓기처럼 변질되고 있는데 입시 전형이나 대학에 치중하기보다는 내 비전과 인생을 개척하는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면접 하나로 합격이 좌우될수도 있다는 게 억울할만도한데 신씨는 "객관적이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 기준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절대적인 기준보다는 학교마다 앞세우는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이어 "오히려 딱 맞는 기준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 같다"며 "학생들마다 똑같은 활동을 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역경을 극복한 사연이 있던 것과 아무런 사연 없이 해온 것은 다르지 않느냐"면서 서류로는 똑같은 학생을 구별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힘든 건 '정보 싸움', 학원 의존하기보단 직접 정보 얻길 불과 1년 전이지만 신씨가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던 때만 해도 입학사정관제 관련 정보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물론 컨설팅을 해주는 학원도 없었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는 2주에 걸쳐 혼자 작성했다.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라 해당 입학처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세세한 것까지 물었다. 면접 준비는 학교 선생님이 뽑아준 면접후기들을 읽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입학사정관제 후기가 아닌 일반 수시면접 후기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그 때를 떠올리며 신씨는 지금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쓰고, 관련 클럽을 운영하면서 입학 상담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후배들이 너무 막연하게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특히 기본적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신씨는 안타깝다고 말한다.
"최소한 대학 모집요강 정도는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가장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는 대학 입학처에 있거든요. 저는 제가 지원한 학교 홈페이지 주소는 다 외우고 있을 정도였어요. 성균관대학교에서 준 책자를 통해 이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이 '신언서판(身言書判)'형 이라는 팁도 얻었고요. 대학이 제공한 정보를 많이 활용했으면 해요."신씨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이 의존적인 태도를 버렸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학원을 이용해 도움을 얻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사교육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의존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혹시라도 허위 이력이나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전시형' 포트폴리오 제출은 삼가야 한다"며 "양심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진위여부는 물론이고 그 사람의 서류를 통해 열정과 포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주도해 작성 했는지는 면접 과정에서 다 밝혀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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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 스펙... 경력보단 과정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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