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위헌제청 '꼼수'로 임기 연장?

공정택 교육감 대법원 선고 왜 늦어지나 했더니...

등록 2009.09.01 18:47수정 2009.09.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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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들이 직접 뽑은 공정택 서울교육감(이하 공 교육감)이 9월 1일로 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국민들의 우려에도 국제학교, 자율형사립고, 고교 선택제 등 경쟁 교육을 밀어붙이고,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을 집단으로 파면하는 등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취임 1년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선거 과정에서의 각종 불법 의혹에 대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고, 곧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선고는 지난 13일이었는데...

 

a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3월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3월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3월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공 교육감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는 8월 13일에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행 선거법 등에 의하면 선거법 위반의 경우 항소심은 3개월 내에 선고해야 하고, 상고심 역시 2심으로부터 3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 (며칠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2심 선고가 6월 10일인 점을 감안할 때 오는 9월 10일이 법정 선고 기한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겼다. 공 교육감이 지난 8월 초 당선 무효형 선고의 근거가 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이다. 두 차례 확인 결과 대법원은 공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 선고일을 아직 잡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위헌법률 제청이 있는 경우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선고를 연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라고 밝혀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애초 대법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기존 사례에 따라 위헌법률심판과 상고심 선고가 동시에 진행된다. 따라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될 경우 대법원 판결이 늦춰질 일은 없을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공 교육감이 내년 6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있다. 물론, 위헌 제청이 받아들여지면 공 교육감의 재판은 중지되거나 공 교육감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합법적으로 임기를 채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위헌제청은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

 

공 교육감은 애초 재판부의 1심 선고에 승복하여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교육감 자리를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오자 당황한 빛이 역력하더니 결국 항소를 선택했다. 교육위원회 발언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하여 2심까지만 재판을 받아보고 2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이 알려졌지만 2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이 나오자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어 대법원 상고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선거에 참여했던 대다수 시민들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소 될 때부터 1심과 2심 선고가 있을 때마다 공 교육감은 법적 판단을 떠나 이미 서울교육 수장으로서의 도덕성과 명분을 상실하였다고 사퇴를 주장했다. 그러나 공 교육감은 "상고나 위헌법률심판 청구는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내세우며 현재까지 교육감직을 수행하고 있다.

 

a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 남소연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 남소연

언뜻 들으면 공 교육감 주장이 그럴 듯하지만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결론은 달라진다. 물론 그가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도 자유이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것도 그의 권리인 것은 맞다. 그러나 서울교육의 수장인 서울교육감직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먼저, 교육대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 교육감은 법적인 문제만 없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1천만 서울시민뿐 아니라 150만 초중등 학생들과 10만 교원을 대표하는 자리로서 그들에게 교육적으로, 윤리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의 유무죄 선고와 상관없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불법, 편법 증거만으로도 그는 이미 교육감으로서의 명분을 상실했다. 법적으로 유무죄 여부는 얼마든지 소송을 통하여 다툴 수 있겠으나 더 이상 교육감으로 인정받아 그 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의 상고와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로 보는 견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헌제청이 받아들여지면 당연히 그는 무죄를 선고받고 교육감 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위헌제청이 기각되더라도 그동안 시간을 끌어 임기를 연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래 저래 공 교육감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견강부회'로 본질 호도하는 공정택 

 

공 교육감이 위헌이라고 문제 삼는 것은 내용상 크게 두 가지이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2조 3항 '교육감 선거에 관하여 이 법에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 선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위임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놓아야 한다는 헌법 규정, 소위 '포괄위임 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시도지사와는 달리 정당의 추천을 받을 수 없고, 정치후원금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만 들으면 일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봐주기 논란에도 공 교육감은 사설학원업자, 교장이나 급식업자 등에게서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제자에게 무이자로 받은 돈 역시 불법인지 몰랐다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어 정치자금법 위반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가 유죄로 인정되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은 정치인들에게 적용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죄가 아니다. 그의 유죄 혐의는 그의 아내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4억 원의 재산을 신고 누락한 것 하나뿐이다. 검찰은 수입원이 없는 아내가 돈 세탁한 4억 원 거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이 돈의 출처도 밝히지 않았고, 이 돈을 선거자금으로 쓴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이 이 부분을 오히려 봐주었으면 봐주었지 결코 공 교육감이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이다. 공 교육감의 주장대로라면 교육감 선거에 나가는 후보는 재산 신고를 거짓으로 해도 되고,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돈 세탁하여 선거자금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해야 한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다.

 

즉, 공 교육감이 주장하는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자 선거법이 교육감 선거에 준용되느냐" 여부와는 아무 상관없이 재산 신고를 허위로 한 것은 별개의 사안이므로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과 당선 무효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공 교육감이 또 하나 문제 삼는 것은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교육감직에서 물러나는 것뿐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선거 비용 28억5천만 원을 다시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선된 자신만 선거 자금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당선 무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백보양보하여 공 교육감의 입장에서 그가 28억을 물어내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당선 무효 후 선거 지원금 반환 문제는 당선 무효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이므로 당선 무효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니 이와 별도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당선 무효형 선고와 연결시켜 이를 무효화 또는 연기 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런 공 교육감의 주장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자신의 당선무효형 선고와는 아무 관련 없는 것을 위헌법률심판제청이라는 국민적 권리로 정당화하여 임기를 연장하려는 꼼수인 셈이다. 대법원은 공교육감의 꼼수에 현혹되지 말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즉각 상고심 선고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법원 선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

 

공 교육감은 취임 1주년  맞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대로 재판에서 물러난다면 나의 불명예는 물론이고 교육계의 불명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르게 말하면 그가 교육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우리 교육계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의 운명을 결정할 대법원 상고심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그의 소원대로 재판이 미루어지거나 위헌 제청이 받아들여져 그가 남은 교육감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대법원 결정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2009.09.01 18:47ⓒ 2009 OhmyNews
#공정택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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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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