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타고 달리기 좋은 풋풋한 길

[포토] 도시속의 고마운 존재 자유로옆 농로길

등록 2009.09.02 10:09수정 2009.09.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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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길 ⓒ NHN


일산과 파주의 아파트촌 신도시와 자동차 전용도로인 자유로 사이에는 시골 내음이 물씬 풍기는 풋풋한 농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쌀익는 논이 푸르게 펼쳐져 있고 동네 여기저기에 빠알간 고추들이 햇살 아래 태닝을 하고 있답니다. 논밭 사이의 작은 흙길이며 푸르른 평원이 도시 인근에 존재한다는 것이 참 고맙게 느껴지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 농로는 행주대교 북단의 행주산성에서 시작하여 일산을 지나 파주를 거쳐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 지도상에는 파주출판단지까지 나와 있지만 더 위로 통일전망대와 임진각까지 임진강변과 자유로를 따라 농로가 나있습니다. 자전거 고수들은 정말 임진각까지의 먼길을 왕복주행하지만 체력적으로 거리가 부담된다면 지도상의 킨텍스(KINTEX) 옆에 있는 3호선 전철역 대화역을 이용하면 됩니다. 대화역에서 킨텍스 방면으로 나와 자유로 방향의 이산포JC 쪽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에 나오는 대화마을 표지판을 보고 들어가면 바로 농로가 보이지요.


지도 상단에 보이다시피 농로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이 여러 갈래길로 나타납니다. 농로에서는 더 이상 표지판은 안보이지만 어느 길이든 좌측의 자유로를 기준으로해서 북쪽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종종 자전거족들이 단체로 혹은 두세 명이 짝을 이뤄 지나가기도 하니 그들을 쫓아가도 좋고요. 여러 갈래의 농로중 그냥 자기 맘에 드는 길로 달리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 농로를 서너 번 오고 갔더니 이젠 농로길 옆 동네를 구경하러 가기도 하고 전원적인 주변 풍경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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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 ⓒ 김종성


높이 솟은 빌딩들과 아파트들로 조금만 멀리 보려해도 시야가 꽉 막힌 도시에서 살다가 이렇게 푸르게 탁트인 평야를 만나면 눈이 정말 시원해지고 시력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농로의 모습은 여러가지인데 이 길은 자유로옆 농로중 가장 큰 2차선의 길로 동네를 지나는 버스도 다닙니다. 일반 차량들은 거의 지나가지 않는 길이라 한적하고 안전해서 자전거족들이 많이들 애용하네요. 푸른색의 탁트인 평원과 풋풋한 흙내음 때문인지 도시에서는 마주쳐도 그냥 지나치던 자전거족들이 이 길에서는 눈이 마주치면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지나가는 차량들도 자전거에 익숙한지 뒤에서 빵빵거리며 위협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슬그머니 추월해서 지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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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 ⓒ 김종성


아스팔트로 포장된 농로도 있지만 이렇게 흙으로된 풋풋한 길도 나타납니다. 흙이 사라진 도시에서 살다보니 이런 흙길이 무척 반갑고 신기하게도 흙냄새가 나더군요. 그냥 달리고 지나가기가 아까워 자전거 페달에서 내려와 흙길을 걸어보기도 합니다. 푹신푹신해서 걷는 기분이 좋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서걱서걱 땅에서 나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농로는 조용하기도 해서 주변의 논과 수풀속에서 사는 곤충들과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응원가처럼 생생하게 들려 옵니다.  행주산성에서 만난 어느 외국인 자전거족이 일산가는 길을 물어보길래 이길을 따라 같이 일산까지 달리기도 했는데 참 한국적인(?) 길이라고 또 올 거라면서 열심히 농로 위치를 메모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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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 ⓒ 김종성


농로는 오고가는 계절의 기운을 오감으로 전해 줍니다. 도시의 삶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보면 세월도 빠르게 가거니와 사계절이 주는 감흥을 미처 즐기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살게 되지요. 어디선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코스모스들과 논밭의 벼들처럼 익어가는 밤송이들을 보자니 이제 가을이 오는구나 반갑기도 하고 떠나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기도 합니다. 보기에 예쁘기는 하지만 철저히 조경화되고 박제화된 도시의 공원에서는 느끼기 힘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도 도시인에겐 고향같이 편안하네요. 가을이 더 깊어지면 다시 와서 밤따는 것도 구경하고 직접 따보기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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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 ⓒ 김종성


다음달인 시월에는 노랗게 익어갈 벼들이 초록색으로 평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을의 금빛 논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풍요롭게 보인다면, 여름의 초록 논은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하고 가슴이 상쾌해집니다. 갑갑한 도시속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논은 인간에게 쌀도 주고 땅과 공기를 정화시키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인간이외에 다른 생명들까지도 먹고 살게 해주니 더더욱 고맙네요. 논을 지키는 보초처럼 서있는 흰 옷을 입은 깔끔쟁이 백로들이 초록의 논에 생기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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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 ⓒ 김종성


지금 자유로옆 농로에는 보기만 해도 매운 느낌이 드는 빠알간 고추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습니다. 고추는 늦여름과 초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많이 받을수록 풍미와 영양가가 좋아진다네요. 농로에서 살짝 벗어나 동네로 들어서면 어디서나 땅바닥에 고추들이 널려 있고 동네분들이 널었다 걷었다하며 손을 보고 있는 풍경이 어느덧 뜨거웠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9월에 들어서니 한낮의 햇볕은 아직 눈부시지만 한 여름의 햇살처럼 목과 등을 따갑게 하지는 않아 자전거 타기 좋고, 농로길 중간 중간의 그늘에 잠시 서서 쉬노라면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어느 때보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자유로옆 농로를 달리며 가을을 여유롭게 맞이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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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옆 농로 ⓒ 김종성


#자유로옆 농로 #일산 #파주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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