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 '남궁연' 그가 전해줬던 그 다양한 이야기들

[음반의 재발견①] 달변가 남궁연이 아닌 악사 남궁연의 [Mi Novia]

등록 2009.09.03 09:06수정 2009.09.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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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남궁연, 드러머 남궁연. 하지만 그는 이러한 한정된 수식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다. ⓒ 티엔터테인먼트


알다시피 남궁연의 직업은 방송인이기보다는 음악을 하는 악사다. 또한 말 잘하는 달변가이기 이전에 능력 있는 음반 프로듀서이자 작곡자이며, 음악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님이기 이전에 한명의 훌륭한 드러머이다.

그래서 누군가 묻는다. 그렇다면 그런 남궁연의 대표적인 히트곡과 음반은 무엇인가?


음반의 재발견①: 남궁연의 <Mi Novia>

하지만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가 과거에 선보인 두 장의 멋진 음반인 <남궁연 악단 Op.1>과 오늘 이야기할 그가 2004년에 발매한 <Mi Novia>대해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그의 절친한 동반자인 사진작가 강영호의 멋진 스틸사진과 함께 박성웅의 절제된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렸던 남궁연 악단에서의 '보고 싶습니다'의 음악과 영상을 기억하고 있으며, 최근의 신진세력인 김책이나 김윤태 보다 더 훨씬 예전부터 재즈드럼에 이름을 날렸던 그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궁연 그 역시 현재 진행형이며 비교 불가한 독특한 그의 드러밍 때문에 과거형의 이러한 문체가 걸리긴 하지만, 그의 온전한 음악이 담긴 음반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게 벌써 5년 전이라는 사실에 그 근거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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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연의 [Mi Novia] ⓒ 티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그의 근작인 <Mi Novia>에 대한 평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많이 회자되지 못했던 과거의 사실은 지금도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음반에서 남궁연은 그 이전에 보여줬던 <남궁연 악단 Op.1>과 마찬가지로 드러머에 한정되지 않는 음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데, 그러한 사운드의 질은 전작보다 훨씬 더 정제되어 있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실제로 남궁연의 드럼은 본인이 이 앨범의 라이너노트에서도 얘기했듯이 드럼의 비트를 지켜내는 타임키핑보다는 필인(Fill in)에 집중하다는 일련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이 드러머의 단점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이름을 달고 음반을 낼 때만큼은 별개로 작용한다. 이러한 논리로만 들이대자면 때때로 드럼의 레이백(Lay back)만을 강조하는 마누 카쉐(Manu Katche)도 결코 훌륭한 재즈 드러머의 영역에 들어갈 수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Mi Novia>는 이러한 남궁연의 특질적인 사운드를 청자에게 편견 없이 온전하게 전달한다. 상당히 처절한 가사가 인상적인 '그런대로 난'과, 그 이전에 <남궁연 악단 Op.1>에 실린 '너도 당해봐'의 리메이크 버전인 'The End'의 강한 비트도 음악의 특이점으로 그 감상이 극대화 되는 것이며, 본인이 직접 노래한 'Show me Tell me'의 경우도 창조자의 어떤 부차적인 설명을 듣지 않아도 수용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수긍'은, 그가 만들어낸 <Mi Novia>라는 '음반 전체'라는 개념 안에서 상당히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음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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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은 결코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성과 자유, 그리고 대중성을 포함한다. 그것은 일견 그의 '드럼'과 매우 닮아있다. ⓒ 티엔터테인먼트


결국 얼핏 보면 남궁연은 이 음반에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음악적 능력이라는 것이 결코 드럼이라는 악기에 한정되지 않음을 증명하며, 음악적 장르 역시 선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듦도 동시에 증명하는 듯 하다.

실제로 휭키한 사운드와 콩가를 사용한 독특한 리듬. 그리고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퓨전사운드는 '드러머'라는 그의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완성도 있게 꽉꽉 채워져 있어 그 다양성에 대해 이견을 내놓긴 어렵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자유스럽고도 다양한 음악적 지향점은, 넓은 개념의 음악을 포용하기 보다는 그 대중성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완성되고 있으며, 아울러 음반에 실린 연주곡을 포함한 트랙들 역시 그 틀 안에서 합의점을 찾고 있다는 느낌도 분명 존재한다. 전작인 <남궁연 악단 Op.1>에 실린 마지막 트랙인 'Jazz'의 아쉬움이나 몰입되었던 힙합의 그것을 상쇄할 사운드는, 그가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미셸 페트루치아니 트리오(Michel Petrucciani Trio) 같은 재즈곡 대신에 예능프로그램에 삽입된 '인생극장'이라는 곡이 대신하는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드럼과 같은 사운드를 음반 전체에 전제하고 있으며,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드럼이 곧 그의 음악적 스타일이며, 그의 드럼 스타일 이 곧 그의 음악을 정의내리고 있음을 이 <Mi Novia>는 오롯이 증명한다.

'악사' 남궁연이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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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남궁연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음악'을 통해 전해질때 그 가치가 극대화 된다. ⓒ 티엔터테인먼트


그러한 남궁연의 음악과 드럼 스타일은 그의 이야기가 되지만, 그 이야기는 그가 방송인의 지명도만큼 많이 알려지진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방송인 남궁연, 혹은 DJ 남궁연 대신 '악사 남궁연'이 해주는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그의 음반에는 그가 다른 매체에서 해주고자 하는 이야기들, 혹은 우리들이 들었던 그의 유익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아울러 우리들이 어렵지 않게 느끼게끔 매우 친절한 어투와 들썩일만한 즐거운 운율로 말해주고 있다.

당신이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이렇게 묻혀버리기엔 아쉬운 이 음반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자. 내가 둘러본 결과 이 음반은 꽤 많은 온라인 음반매장에서 팔리고 있었으니까.
#남궁연 #음반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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