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저녁 7시 쌍용자동차 노사 합의가 이뤄진 후 농성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도장공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한상균 지부장이 떠나는 조합원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그들은 해고자도 아니고 해고자가 아닌 것도 아니다. 서류상으로는 쌍용자동차의 직원이고, 사실상은 '죽은 자'였다. 파업에 참가했던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자신의 신분에 대해 "우린 다 이거예요"라면서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해보였다.
한 달 전 이맘때 쌍용차 평택공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 민주노총 평택안성지회 사무실에 있다. 지난 2일 찾아간 이 사무실의 벽면에는 '정리해고 특별위원회'라는 글씨가 붙어있었다. 노조는 앞으로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복직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쌍용차 노사는 "조합원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등을 실시한다"는 대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무급휴직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회사가 '말 잘 듣고 노조활동 안하는 사람'을 골라 무급휴직을 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이미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었다.
그는 면도칼과 택시운전자격시험 문제집을 갖고 있었다공장을 나선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조합원들의 정신적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헬기 환청에 시달리다가 선풍기 소리에 놀라고, '쿵쿵' 소리만 들어도 경찰특공대 같아서 겁이 나며, 악몽을 꾸다가 깨어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이 보이면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대인기피증도 있었다.
오히려 파업을 끝낸 뒤 이들에게는 경찰 수사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졌다.
조합원 A씨는 가방 안에 휴대폰과 예비 배터리를 보여주면서 "언제든 경찰이 전화할지 몰라서 늘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괜히 짜증을 내는 게 싫어서 얼마 전 집을 나왔다.
조합원 B씨는 아예 면도칼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구치소에 있으면서 자살의 유혹이 컸다. 자신을 조사하던 경찰이 "(전과자로) 빨간 줄 간다, 애들 미래를 생각해야 하지 않냐"고 협박하고 "너는 살려줄 테니 다른 조합원을 불어라"고 회유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 조사를 받던 한 조합원은 지난달 27일 자살을 시도했다. 그의 유서에는 "복직시켜준다는 경찰 말에 속아서 동료를 팔아넘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사실무근이라고 유서 내용을 부인했지만, 다른 조합원들도 경찰의 회유와 협박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