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통합광역시 정책, 풀뿌리 자치 위협"

이기우 교수 토론회에서 지적... 전문가들 방법-절차 등 문제 제기

등록 2009.09.10 12:04수정 2009.09.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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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경기도협의회가 9일 오후 수원 보훈교육연구원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바람직하게 추진되고 있는가’란 주제의 토론회 모습.토론자로 나온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권과 정부의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한영

경실련경기도협의회가 9일 오후 수원 보훈교육연구원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바람직하게 추진되고 있는가’란 주제의 토론회 모습.토론자로 나온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권과 정부의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한영

최근 성남-하남-광주시의 통합추진 발표를 시작으로 경기지역 자치단체들의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정부의 지방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경실련경기도협의회가 9일 오후 수원 보훈교육연구원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바람직하게 추진되고 있는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권과 정부의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행정체제개편이 지역주민들이 아닌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없는 잘못된 행정체제 개편은 자칫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익식 경기대 행정대학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이기우 인하대 교수(행정학. 경실련지방자치위원장)는 '지방행정체제개편 논의 방향과 과제', '지방행정체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정치권의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한 문제를 짚었다.

 

행정체제개편 논의, 무엇이 문제인가

 

이 교수는 "정치권의 행정체제 개편론은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분할해 쪼개고, 기초자치단체는 폐지해 자치 2계층을 1계층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문제점 진단과 처방에서 오류를 범해 환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지방행정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광역자치단체는 경기도나 서울을 제외하고 너무 규모가 작고, 반대로 시․군은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동경, 중국 북경․상하이 등은 인구 1000만명 내외로 국제적 경쟁단위를 형성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광역 시․도는 대부분 300만명에도 못 미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를 폐지하거나 여러 개의 통합광역시로 분할하려는 정치권의 발상은 국제적인 지역간 경쟁을 포기하는 것으로, 출발부터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서구의 기초자치단체들은 평균 주민수가 5000명 내외이고, 행정구역을 개편한 일본도 7만명을 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챙겨야 하는 우리나라 시․군은 평균 주민수가 20만명을 넘는 등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시․군 통합 광역화 주민불편 가중, 풀뿌리 자치 기반 상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다시 시․군을 통합하는 것은 주민들과 더욱 멀어지게 해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면서 "특히 정치권의 시․군 통합안대로 다수의 시․군을 통합하면 사실상 광역자치단체가 돼 '풀뿌리 자치'는 완전히 기반을 상실하게 되고 지역공동체는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치권은 3~4개의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해 60~70개의 통합광역시를 만들면 행정경비 절감과 경쟁력 제고, 망국적 지역감정 해소, 규모의 경제실현, 지역간 분쟁해소 등의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요컨대 근거리에서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해결해야할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의 작은 생활문제까지 통합광역시로 몰리게 돼 과부하에 걸리게 되고, 광역 행정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이 늘어나 중앙집권화가 가속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통합광역시의 명칭과 시청소재지를 둘러싸고 주민간의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우려했다.

 

"광역 시․도 규모-역량 확대, 시․군은 부분 개편 필요"

 

이 교수는 행정체제의 바람직한 개편방안으로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광역자치단체는 국제적인 지역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모와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면 광역시와 도, 도와 도간의 통합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와 산업 등 지역문제는 시․도가 책임을 지고 해결토록 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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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엽 성남시장과 김황식 하남시장이 지난달 19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자치단체의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이후 광주시가 통합에 동참했다. ⓒ 시티뉴스 제공

이대엽 성남시장과 김황식 하남시장이 지난달 19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자치단체의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이후 광주시가 통합에 동참했다. ⓒ 시티뉴스 제공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은 지역공동체와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편익에 중점을 두고 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통합이나 분할, 경계조정이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행정구역과 생활구역을 일치시키는 부분적인 개편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부에서 도의 기능과 시․군의 기능이 대부분 중복돼 낭비와 갈등이 유발되므로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국가와 도, 시․군간의 중복된 기능은 기능개편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구역개편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재 국가의 기능이 과중해 기능마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기능을 도에 대폭 이양하고, 도의 기능을 시․군으로 넘기는 지방분권이 요구된다"면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려면 도의 기능 강화와 국가의 기능감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조성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박은호 군포YMCA사무총장, 백승대 경기도의원, 전상천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 등이 나서 토론을 벌였다.

 

"행정구역 통합 당리당략 아닌 진정한 주민의사 반영해야"

 

사회를 맡은 김익식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230여개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해 70여개로 줄이겠다는 것은 지방을 죽이고 중앙집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실장도 "현 시점에서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특히 광역 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관선시대로 회기하려는 의도와 같다"고 꼬집었다.

 

조성호 연구위원은 "당리당략에 의한 행정구역통합은 바람직하지 않고, 효과도 미미하다"면서 "진정한 주민의사가 반영된 행정구역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 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지원과 인센티브는 지역주민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기우 교수는 "정부가 자율통합 자치단체에 50억원의 특별교부세 등 파격적인 지원과 인센티브를 약속한 것은 비통합 자치단체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이는 말만 자율 통합이지, 사실상 억지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행정체제 개편, 국가 재앙 될 수도"

 

이 교수는 또 "정부는 행정체제개편이 국가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잘못하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일부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의사와 상관없이 정부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은호 사무총장은 "행안부의 통합 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책은 문제가 있다"면서 "통합에 대한 장단점을 충분히 논의한 후 주민들의 자율적인 추진을 유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합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토론자들은 대부분 이기우 교수의 발제와 토론 내용에 공감을 표시하고, 정치권과 정부의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현재 경기지역에서는 성남-하남-광주, 안산-시흥, 남양주-구리, 의정부-동두천-양주, 안양-의왕-군포, 수원-오산-화성 등 6개 소권역에서 행정구역 통합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성남-하남-광주는 통합에 합의한 상태다.

2009.09.10 12:04 ⓒ 2009 OhmyNews
#행정체제개편 #경실련경기도협의회 #토론회 #이기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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